단체수의계약 부활 꿈꾸는 ‘전기조합’
단체수의계약 부활 꿈꾸는 ‘전기조합’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23.02.12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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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곽기영 한국전기공업협동조합 이사장
단체수의계약 순기능 살린다면 떠났던 조합원 다시 돌아올 것
전기조합 중심 조합원 기술개발 이뤄지면 판로 개척 문제없어
지식센터 건립 따른 수익…조합원 기술개발 뒷받침 가능할 것
무산된 공제조합 설립 아쉬워…언젠가 만들어져야 할 것 강조

【에너지타임즈】 단체수의계약은 공공기관이 물품을 구매할 때 제조업 중심으로 구성된 협동조합과 수의계약을 통해 구매하는 제도로 1966년 도입됐다. 이 제도는 경쟁제한에 따른 가격 인상과 품질 저하, 기술개발 소홀 등의 문제점과 함께 조합원 간 물량 배정과 납품 등을 둘러싼 분쟁이 이어지면서 2000년대 초반 단체수의계약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면서 협동조합은 제조업 중소기업 구심점이란 역할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전기조합도 단체수의계약 폐지 이전과 이후로 명암이 엇갈리게 됐다. 조합원은 경영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판단해 상생이란 길보다 각자도생이란 길을 걷게 된 것이다.

전기조합이 찬란했던 과거의 영광을 얻기 위해선 단체수의계약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다만 단체수의계약 부활은 시대적 환경 변화와 함께 이미 부작용을 경험했던 만큼 불가능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곽기영 전기조합 이사장은 그 해법을 단체수의계약 순기능에서 찾고 있다. 구조적으로 단체수의계약을 부활시킬 수 없는 상황에서 단체수의계약 순기능을 살린다면 전기조합도 과거의 영광을 얻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단체수의계약 순기능은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생산 기반을 구축하고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생태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일감을 만들어주는 것에 있다.

정부가 단체수의계약을 도입하자 제조업 중소기업들은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일감이 집중되자 조합원 간 소통은 강화됐고, 안정적인 일감을 바탕으로 기술개발이 이뤄지는 등 건전한 생태계 조성이 가능해졌다. 일감이 생태계를 만든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곽 이사장은 단체수의계약이 부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조합원 간 소통과 기술개발로 생태계를 조성한 뒤 일감을 만들어내겠다는 전략을 구사했다. 그렇게 된다면 단체수의계약 순기능을 살릴 수 있고 조합원이 필요로 하는 전기조합이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본지는 단체수의계약 이전 전기조합 영예를 되찾겠다는 곽기영 전기조합 이사장이 지난 8년간 단체수의계약 부활을 위해 걸어온 길과 함께 그의 철학을 들어봤다.

곽기영 전기조합 이사장.
곽기영 전기조합 이사장.

지난해 30조 원에 달하는 한전 적자 발생, 이 여파로 전기조합 조합원도 힘든 날을 보내고 있다. 일감이 큰 폭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최근 열린 전력그룹사 사장단 회의에서 한전이 지난해 경상정비 예산 30%를 줄였다고 발표했다. 유지보수 시점을 조절한 것인데 전기조합 조합원도 당장 일감이 줄어 힘들어하고 있다.

곽 이사장은 “2008년에도 한전이 크게 적자(7조 원가량)를 낸 적이 있는데 산업 자체엔 문제가 없었으나 지금은 피부와 와 닿을 정도”라고 현재 상황을 진단했다.

이어 그는 “실제로 지난해 한전 발주물량이 예년과 비교할 때 25%까지 떨어지고 해외 진출을 위한 다양한 지원도 대폭 줄어드는 등 한전이 투자를 지연시킨 부분이 있으나 소기업의 고충은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기조합 조합원 중 75%는 자생력이 부족한 소기업이고, 나머지 25%는 자생력을 갖춘 중소기업이다. 그래서 지금의 위기는 전기조합 전체의 문제란 것이다.

전기조합은 코로나-19 여파로 잠시 중단했던 지역별 협의회를 지난해 말부터 올해까지 운영했다. 이 협의회 운영은 단체수의계약 재건에 필요한 요소인 소통을 강화하는 방안의 일환이다.

모처럼 만난 조합원들은 현장에서 계약이 체결되는가 하면 소통의 시간을 통해 발전방안을 스스로 모색하는 등 상생의 시간을 가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곽 이사장은 “대부분 조합원이 물량 때문에 많은 고통을 겪고 있고, 조합이 나서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달라”는 주문과 함께 “(일부 조합원은) 투자를 하고 싶어도 자금이 여의치 않은 측면이 있다면서 조합이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얘기하기도 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그는 “일부 조합원은 매년 한 번씩 열리는 이 협의회를 두 번으로 늘리자는 요청이 있을 정도”라면서 “조합원 간 소통은 전기조합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조합원이 일감을 확보할 수 있는 또 다른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곽 이사장은 재임 기간에 소통을 강화하는 행보와 함께 기술개발을 통한 일감 확보에 바짝 신경을 썼다.

기업 활동은 기술혁신과 판매확보로 요약되고, 기술혁신이 이뤄지면 판매확보가 가능하다고 봤다. 따지고 보면 단체수의계약은 기술혁신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일감을 제공하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전기조합은 연구소와 지식센터를 건설함으로써 조합원 기술개발과 일감을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곽 이사장은 연구소 필요성과 관련해서 “2015년 취임했을 때 우리나라 조합 중 최초로 협동조합 연구소를 개설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아 문은 닫은 바 있다. 다만 이달 중으로 정부로부터 받은 제재가 풀리기 때문에 연구소를 대시 설립하고 조합원이 가장 필요로 하는 기술개발을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합원이 기술개발을 통해 일감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전기조합이 돕겠다는 것이다.

전기조합은 2015년 연구소를 설립했으나 이전에 정부 국책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부정수급 등을 지적받으면서 정부로부터 기술개발 예산을 받을 수 없는 제재를 받은 바 있다. 정부로부터 기술개발 예산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어서 연구소는 당장 그 역할을 할 수 없게 된 바 있다.

곽 이사장은 “전기조합이 정부로부터 예산을 받아 연구개발을 해서 조합원에게 매각하거나 이를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소기업 우수제품 공동 생산 제품이란 구매제도를 만들어 운영한 바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이 제도는 조합이 특허를 갖고 조합원이 그룹을 형성해 그것으로 수의계약이나 입찰을 참여해 수주한다면 참여 조합원이 공동으로 생산하고 그렇게 발생한 수익을 나누는 것”이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기술만 개발된다면 판매할 수 있는 길은 법적으로 잘 돼 있다. 조달 우수제품이나 성능인증 제품의 경우 한전이 20% 이내에서 수의계약 할 수 있는 등 그런 제도를 이용한다면 충분히 판매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그는 “정부나 중앙회 등이 기술개발 제품을 수의계약으로 판로를 확보해 줄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준다면 얼마든지 잘할 수 있을 것”이란 강한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전기조합은 당장 정상적인 연구소 운영이 쉽지 않다고 판단하고 지식센터 건립을 추진한다. 연구소와 함께 조합원 기술개발 시너지를 낼 수 있고 조합원에게 건전한 사업장을 제공하는 한편 물리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등 조합원에게 다양한 혜택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곽 이사장은 “현재 전기조합 부지는 2000평에 달하는데 부지임에도 불구하고 활용 가치는 낮다. 용도가 교육시설이어서 따로 쓸 방법이 없어 지식센터 건립을 위해 용도변경을 추진하고 있고 100%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그는 “지식센터가 필요한 첫 번째 이유로 조합원에게 저렴한 사업장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 두 번째로 전기조합 운영이 수수료에 의존하다 보니 수수료 문제가 발생하면 전기조합 운영이 당장 어려워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을 손꼽았다.

특히 그는 “지식센터를 건설하고 분양하면 수익금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 수익금으로 전기조합을 운영하고 남는 수익금과 기존에 발생하는 수수료, 연구소를 통해 확보한 정부 예산 등으로 조합원이 기술개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면 조합원은 필요한 기술개발을 할 수 있고 그만큼 일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전기조합 숙원사업을 할 수 있는 밑천이 될 수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곽 이사장은 지난 8년 중에서 공제조합 설립을 하지 못할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

한전은 당장 30조 원에 달하는 적자로 인해 발주를 줄이게 되고 이 여파로 전기조합 조합원이 힘들어하지만 줄어든 발주량은 언제든 다시 발주될 물량이어서 조합원은 버티기를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그러면서 조합원 부담은 금융비용으로 이어지고 있다. 곽 이사장은 공제조합이 있었다면 위기 상황에서 조합원 부담을 덜어줄 수 있어 더 아쉬워하는 것이다.

그는 “(지금처럼) 경제적으로 어렵고 보증이 어려운 상황에서 (조합원이) 공제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너무나 아쉽고 안타깝다. 공제조합이 만들어졌다면 조합원이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었을 텐데 그런 부분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어려울 때 결국 금융이 제일 문제”라면서 “어렵지 않을 때 우산을 빌려 가라고 하지만 정작 어려울 땐 우산을 빼앗는 것이 금융기관의 행태”라고 언급하면서 “전기조합이 이 같은 상황에서 조합원에게 도움을 주는 방법은 공제사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공제조합 설립이 한번 무산되긴 했으나 그 누구라도 추진해야 할 사업”이라고 덧붙였다.

위기는 계속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곽기영 전기조합 이사장.
곽기영 전기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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