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용 전기요금 케케묵은 갈등…해법은 직접보조?
농사용 전기요금 케케묵은 갈등…해법은 직접보조?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23.02.10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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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농업인 갈등 원인 진화한 농업 환경 못 받쳐주는 기준 손꼽혀
설비 포함 직접보조 전환 시 선택의 폭 넓어지고 수익 창출도 가능
전남 구례지역에 농사용 전기요금 위약금 청구와 관련해서 농업인이 이를 반발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전남 구례지역에 농사용 전기요금 위약금 청구와 관련해서 농업인이 이를 반발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에너지타임즈】 농사용 전기요금과 관련해서 한전과 농업인 간 잠재된 갈등이 30조 원에 달하는 한전 적자와 함께 경기 침체에 따른 위축된 농업 환경이 악재로 겹치면서 이 갈등은 도화선이 되고 수면 위로 부상했다.

이번 논란은 한전에서 농사용 전기요금 기준을 조정하겠다고 밝히면서 봉합되는 분위기지만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농산물을 단순히 생산하고 저장하는 프로세스에서 생산뿐만 아니라 농산물을 가공하고 최종 제품으로 판매하는 영역까지 농업 활동 범위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쇼핑 등으로 직거래가 활성화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달 26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로 농사용 전기요금을 둘러싼 한전과 농업인 간 논란이 불거졌다.

MBC 보도에 따르면 한전은 전남 구례 한 농가 저온 저장고에 유자차 한 통과 우유 한 상자가 보관돼 있다는 이유만으로 위약금을 청구했다는 것이다.

반면 한전 측은 담당자가 찍은 사진을 공개하면서 농사용 전기요금으로 사용할 수 없고 일반용 전기요금을 적용받는 물품이 다량 보관돼 있어 위약금을 청구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전남 구례 한 농가에 대한 농사용 전기요금 위약금 청구와 관련 왼쪽은 한전 담당자 촬영 사진, 오른쪽 MBC 뉴스데스크 보도 사진. (자료제공=한전)
지난해 11월 전남 구례 한 농가에 대한 농사용 전기요금 위약금 청구와 관련 왼쪽은 한전 담당자 촬영 사진, 오른쪽 MBC 뉴스데스크 보도 사진. (자료제공=한전)

이와 관련해서 농민단체 등은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열어 한전이 저온 저장고와 관련돼 청구한 저온 저장고에 대한 위약금 청구를 취소하는 한편 일반용 전기요금으로 전환한 농가에 다시 농사용 전기요금으로 다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논란의 도화선이 된 이 사례는 실제로 진화한 농업 활동의 연장인지, 아니면 편법으로 식당 등이 농사용 전기요금을 사용했는지 확인되지 않으나 농업인은 저온 저장고에 저장할 수 있는 품목의 불합리함을 지적한 것이다. 한전과 농업인 간 케케묵은 갈등이란 점을 보여주는 지점인 것이다.

농업 시장 개방 등으로 인한 농업 환경이 열악해지면서 한전이 이를 지원하는 차원에서 농사용 전기요금 제도를 도입해 농업인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농사용 전기요금은 kWh당 56.9원이며, 농사용으로 공급받지 못할 때 적용받는 일반용은 139.1원이었다. 농사용 전기요금이 일반용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서삼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낸 자료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서 운영 중인 저온 저장고는 13만9328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농사용 전기요금을 적용받을 수 있는 저온 저장고 저장 품목을 두고 한전과 농업인 간 갈등이 출발하는 것으로 보인다. 가공 여부에 따라 기준을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약관엔 저온 저장고에 벼‧배추‧참깨 등 농작물은 허용되지만 일단 김치와 벼를 도정 한 쌀이나 껍질을 깐 농작물 등을 가공품으로 보고 있어 농사용 전기요금 위약 대상에 포함되고 있다.

한전은 이 기준에 의거 단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면에 농업인은 농업 활동 다양화로 인해 한전에서 정한 기준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답답해하고 있다.

그래서 한전과 농업인 간 갈등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농업 환경이 농산물 생산에 이어 가공을 통한 완제품으로 판매하는 시장으로 확대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농사용 전기요금 제도를 도입할 당시만 해도 농업인은 단순히 농산물을 생산해서 출하하는 것까지만 이뤄지는 단순한 농업 활동이어서 현재 기준이 유효했으나 현재는 소규모 농업인까지 농산물을 직접 생산해서 가공을 거쳐 완제품으로 판매하는 경우가 많아져 현재 기준이 불합리한 측면이 없잖아 있다.

현재 기준을 적용해 농업인이 농산물을 판매할 경우 생산한 농산물 그대로를 저온 저장고에 저장했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가공해서 배송해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이지만 최근 들어 농업 환경에는 이처럼 많은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한전이 어디까지를 농업으로 보고 어디서부터 가공품으로 보고 기준을 정하느냐다. 소규모이긴 하나 농업과 산업이 융합되면서 애매한 상황이 이어지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전이 정할 수 있는 기준은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2020년 10월 15일 한전을 피감기관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당시 김종갑 한전 사장은 농사용 전기요금과 관련해서 요금을 지원하는 요금보조보다 현재 농사용 전기요금 지원 예산을 정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직접보조(설비 포함)로 전환한다면 현재보다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란 발언을 했다. 현재 농사용 전기요금 제도에 따른 단순한 요금보조보다 직접보조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2019년에만 해도 농업 부문에 1조9000억 원이 지원됐다고 언급하면서 이 예산을 농림부에 주고 농업의 발전을 위해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느냐고 호소했다. 이 발언은 정책적 결정만 있다면 가능하다는 얘기다. 현재 도서 지역 발전설비에 대한 지원이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내년 농사용 전기사용량이 늘어나고 있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전기요금 인상 요인으로 이어져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업에 지원된 지원금은 다른 부분에서 회수해야 하는 이른바 교차 보조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특히 김 사장은 “어떤 사람은 선풍기가 필요한 사람인데 굳이 전기요금을 깎아주겠다고 국가가 정해 놨다. 그 사람에게 현금을 주고 필요한 옷을 사 입든지 선풍기를 사든지 본인이 필요로 하는 것에 소비한다면 훨씬 효용이 높은데 (그렇지 못한) 제도를 (우리는)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요금이란 체제는 원칙적으로 수익자 부담으로 원가를 내야 하는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요금보조보다) 한전이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다른 사업을 하는 게 더 낫지 (요금보조는 전기요금 체계에) 굉장한 왜곡을 일으켜 누더기가 되는 등 지금 그렇게 돼 있다”고 진단했다.

김 사장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현재 농사용 전기요금을 일반용으로 전환하고 농사용에 지원했던 예산을 별도로 마련해 농림부가 농업 환경 변화를 고려해 정책적으로 지원한다면 사각지대 없이 농업인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농사용 전기요금으로 인해 농업지역 수요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한전 단속이 한계에 직면하면서 농업인이 제대로 혜택을 받지 못하는 데다 직접지원에 따른 비용 대비 효용도 떨어지고 있음을 김 사장은 지적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게다가 한전이 관련 예산을 확보해 농업에 지원하는 것이어서 공기업으로서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이번 논란의 핵심인 저온 저장고 지붕에 태양광발전을 설치하는 정책이 있다고 하면 해당 농가는 저온 저장고 운영에 필요한 전기를 자급자족할 수 있어 전기요금 부담에서 해방될 수 있게 된다.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를 잡는 법을 알려주는 것과 같은 이치인 셈이다.

현행법상 사업은 산업부 정책지원과 함께 한전의 지원이 동반된다면 해당 농가는 큰 투자 없이 필요한 전기를 자급자족할 수 있고, 저온 저장고를 운영하지 않는 기간엔 한전에 전기를 판매해 수익까지 기대할 수도 있다.

한전도 농사용 전기수요가 줄어들게 되면 관련 설비 투자를 줄일 수 있고 전력망 부담을 줄여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는 한편 소폭이지만 전기요금 인하 요인까지 만들어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요금보조에서 직접보조로의 전환은 급변하는 농업 환경 변화에 따른 맞춘 맞춤형 지원이 가능해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조영탁 한밭대 교수(前 전력거래소 이사장)도 “경제학적으로 따져보더라도 요금보조보다 직접보조가 받은 수혜자에게 더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직접보조로 전환하는 부분을 충분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어 그는 “예를 들어 우유를 반값에 지원해주는 제도가 있을 때와 우유 반값에 해당하는 현금을 지원하는 것을 선택하라고 하면 수혜자는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우유를 싫어하는 사람은 다른 음료를 구매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요금보조 형태인 농사용 전기요금을 직접보조로 전환하게 된다면 수혜자는 고효율 기기를 교체하거나 자급자족할 수 있는 태양광발전을 설치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기존 농사용 전기요금보다) 더 요금을 줄일 수도 있고 요금을 거의 내지 않을 수도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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