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발전공기업 노조 통합 사실상 무산?
[단독] 발전공기업 노조 통합 사실상 무산?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22.12.21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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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발전노조 설립 총회 앞두고 불참 선언하면서 결국 취소
표면적인 이유로 전력그룹사 산별노조 결정 적극 동참 밝혀
의장 사퇴 등 오래된 내홍 있었던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와
설명회 거쳐 투표만 남은 상황…조합원 혼란 불가피 전망돼
발전공기업 본사 전경.
발전공기업 본사 전경.

【에너지타임즈】 한수원을 제외한 발전공기업 기업별 노조 통합 작업에 제동이 걸렸다. 통합노조 설립 총회가 취소되고 의장이 자리에서 물러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사실상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20일 발전공기업 등 전력업계에 따르면 발전5사 노동조합 통합 준비위원회는 지난 19일 통합노조인 ‘전국발전노동조합(가칭)’ 설립을 위한 총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이를 취소했다.

그러면서 통합노조 출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되던 설립 총회가 무산된 배경에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이미 발전공기업 기업별 노조 위원장이 함께 현장을 돌며 조합원을 대상으로 현장 설명회를 가지는 등 분위기가 한껏 무르익어 가는 시점인데다 사실상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투표만 남았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합원 투표는 1월 중순까지 완료하는 것으로 방향이 정해지기도 했다.

표면적으론 동서발전노조가 불참을 선언하면서 이날 설립 총회는 취소됐다.

이에 앞선 지난 14일 동서발전노조는 제50차 중앙위원회 회의를 열고 발전공기업 노조 통합에 관한 안건을 상정했으며, 발전공기업 노조 통합 추진을 잠정 보류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날 동서발전노조가 조합원을 대상으로 배포한 소식지에 따르면 동서발전노조는 기후·환경 위기에 따른 탈석탄과 에너지전환에 대응하기 위해 진행 중인 발전공기업 노조 통합 추진은 전력그룹사 산별(연맹) 노조가 추진됨에 따라 잠정적으로 보류하고 전력노조와 한수원노조 등 전력그룹사 산별노조 결정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동서발전노조는 발전공기업 노조 통합 추진 잠정 보류를 결정함에 따라 발전공기업 노조 통합 설립 총회에 참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동서발전노조가 발전공기업 노조 통합 잠정 보류를 결정함에 따라 발전공기업 노조 통합 작업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동서발전노조가 잠정 보류를 결정한 것과 함께 발전공기업 노조 통합을 진두지휘했던 송민 의장(남부발전노조 위원장)도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만큼 오랜 내홍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발전공기업 노조 통합 작업 과정에서 탈퇴했다가 다시 참여하는 노조가 있는가 하면 조합비 문제와 전임자 문제 등이 있는 등 적잖은 내홍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서발전노조가 발전공기업 노조 통합 작업을 잠정적으로 보류한 이유 중 하나인 전력연맹에 대해선 현재까지 실체가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 취재 결과 전력산업정책연대는 한국노총 내 공공노련에서 전력연맹으로 격상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으나 실제로 전력연맹을 출범시키기 위한 작업은 표면화되지 않는 분위기다.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한국노총 산하에 전력연맹을 만들기 위해선 전력노조와 한수원노조, 발전공기업 기업별 노조 등 전력산업정책연대 참여 노조가 주축을 이뤄야 하는데 한수원노조는 상급 단체가 없고 일부 노조는 상급 단체를 민주노총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에서 동서발전노조가 발전공기업 노조 통합을 잠정 보류시킨 보이지 않는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는 것이다.

실제로 동서발전노조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현장 설명회 분위기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고 현장에 있던 관계자는 전했다.

특히 이번 발전공기업 노조 통합이 무산된다면 조합원도 적잖게 혼란스러워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편 정부가 복수노조를 허용한 후 2011년 발전공기업 기업별 노조는 일제히 출범했다.

발전공기업 노조 통합 논의는 5년 전인 문재인 정부 초기에 시작됐으며, 정부가 원전과 석탄발전을 줄이는 한편으로 신재생에너지와 가스발전을 줄이는 이른바 에너지전환을 추진하면서 발전공기업 일자리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3년 전 발전공기업 노조 통합 논의가 한차례 이뤄졌으나 노조 위원장 선거와 맞물리면서 속도는 나지 못했고, 지난해 9월 준비위원회가 출범하면서 본격적인 통합 작업이 시작됐다. 이후 발전공기업 노조 위원장이 함께 현장을 순회하며 설명회를 개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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