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럽발 횡재세 본질 제대로 알아야
[사설] 유럽발 횡재세 본질 제대로 알아야
  • 에너지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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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9.27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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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타임즈】 최근 유럽연합(EU)가 석유‧가스‧석탄기업을 비롯해서 원전과 샌재생에너지 기업을 대상으로 1400억 유로(한화 194조7000억 원가량)를 거둬 고통 분담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이들이 같은 생산단가에 평소보다 수배에 달하는 가격으로 판매하는 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틈타 과하게 불로소득을 올리고 있다고 EU는 본 것이다.

우크라이나전으로 에너지 가격이 오르자 자원기업은 비용 상승과 비례적으로 큰 이익을 내고 있고, 연료비 비중이 낮은 원전과 연료가 필요 없는 재생에너지 기업도 큰 폭으로 인상된 전기요금 비율에 따라 큰 이익을 보고 있다. EU는 이 과정에서 발생한 불로소득을 에너지 위기를 돌파하는 것에 활용하겠다고 한다.

올해 초 국내에서도 정유사를 대상으로 횡재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야당을 중심으로 있었다. 지금은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황이지만 EU가 횡재세 부과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힌 만큼 국내에서도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유럽발 횡재세는 우리 실정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야당을 중심으로 지적하는 정유사는 유럽발 횡재세 기준에 포함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국내 정유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틈타 불로소득을 얻어 이 소독을 회수하겠다는 EU 횡재세 기준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 정유사는 원유를 생산하는 자원개발기업이 아니라 생산된 원유를 이용해서 석유화학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제조업 기업이기 때문에 국제유가가 올라가면 그만큼 오른 가격에 원료인 원유를 사서 판매하게 돼 EU에서 발표한 것처럼 불로소득을 올린다고 볼 수 없다.

다만 최근 정유사가 수익을 낸 이유로 국제유가가 오르기 전 구매했던 원유의 재고가 소진되는 과정과 석유화학제품을 수출하는 과정에서 고환율을 적용받았던 것이 손꼽힌다. 반대로 국제유가가 내리고 저환율로 전환되면 그만큼 손실을 보게 된다.

이 때문에 EU에서 제시한 횡재세 기준을 정유사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고, EU 기준으로 횡재세를 부과하려면 국내에선 석유공사 등이 대상인데 고유가지만 글로벌 자원개발기업들이 내는 불로소득을 낼 정도는 아니어서 국내에서 EU 기준으로 횡재세를 부과할만한 기업은 없는 것이다.

EU가 횡재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은 고통 분담 차원에서 바람직해 보인다. 그렇지만 유럽에서 한다고 해서 우리도 해야 한다는 인식은 큰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 아무리 좋은 옷이라도 맞지 않는 옷이라면 그림의 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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