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고강도 자구책 추진…노조 대정부 투쟁 수순 밟나?
한전 고강도 자구책 추진…노조 대정부 투쟁 수순 밟나?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22.05.23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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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그룹사 노조 잇따라 성명서 내고 실현 불가능한 졸속 대책 지적
한전 적자 원인 내부 아니라 연료비연동제 원칙 무력화한 것 손꼽아
최철호 위원장과 정승일 사장의 면담 예정돼 있으나 대안 제시 한계
전력산업정책연대 차원 대정부 투쟁 관측…공공노련 연대 가능성 커
전력산업정책연대 이미지.
전력산업정책연대 이미지.

【에너지타임즈】 전력노조 등 전력그룹사 노조들이 심상찮다. 올해 1/4분기 7.8조 원에 달하는 적자를 낸 한전이 부동산과 자회사 지분 등의 매각을 통한 6조 원을 웃도는 자구책을 내놓은 것과 관련해서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는 것인데 전력그룹사 노사 간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전력그룹사 노조가 연대와 협력을 통한 대정부 투쟁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앞선 18일 전력그룹사 사장단은 긴급회의를 열어 6조 원 이상의 재무개선을 목표로 부채 정리와 부동산 매각, 자회사 지분 매각, 경영 효율화 등을 추진하겠다는 결정을 했다. 이 같은 결정에 전력그룹사 노조들이 단기 처방에 지나지 않아 접근 방식이 틀렸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내는 등 반발에 나섰다.

가장 먼저 전력노조는 지난 20일 성명서를 통해 한전 적자의 근본 원인으로 정부가 연료비연동제도 원칙을 무력화하면서 전기요금을 동결시켰기 때문이란 점을 꼬집으면서 한전 경영이 잘못돼 생긴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전기를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기형적인 구조에서 비롯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전력그룹사 경영진이 이를 애써 눈 감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이들은 전력그룹사 경영 효율화를 논의한다면 전력그룹사를 한전으로 수직 재통합 등 전력그룹사 지배구조 개선이 먼저라고 주장했다. 또 인사조직과 구조조정 등 자구책 마련과 경영 효율화 대책을 수립하면서 사측은 노조와 협의나 언질도 없이 졸속으로 준비하고 발표했다고 꼬집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사측에서 노조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자구책을 단행한다면 조합원 권익을 위한 결사 투쟁으로 맞서 저지할 것임을 천명했다.

발전공기업 노조도 성명서를 내고 있다. 전력그룹사 사장단 결정을 강행한다면 노조는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법·물리적 투쟁에 맞서겠다고 엄포를 놨다.

남부발전노조는 23일 성명서를 통해 현 정권이 발전공기업을 부실 공기업으로 규정하고 적자 원인이 내부에 있는 것처럼 왜곡하는 것은 발전공기업 민영화와 구조조정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꼼수라고 일축했다.

또 이들은 발전공기업 적자 원인이 연료비연동제도 무력화에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마치 그 원인이 발전공기업 임직원들의 방만 경영에 있는 것처럼 자산 매각과 발전공기업 지분 매각, 전원 축소 등 정권의 입맛에 맞춰 반성문 형태의 대책을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발전공기업 임직원을 대변해야 할 사장들이 양심과 정체성을 망각한 채 자리를 보존하기 위해 현 정권이 원하는 민영화와 구조조정, 노동시장 유연화에 정당성을 부여해주고 마중물 역할까지 자처하고 나선 것이라고 일축했다. 또 발전공기업 적자 원인과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제대로 밝히고 정부에 대책을 요구하라고 사측을 압박하기도 했다.

주식 상장 후 지분을 매각하겠다고 명시된 한전KDN노조도 23일 성명서를 내고 실현 불가능한 졸속 결정이라고 판단했다.

한전KDN노조는 전력그룹사 사장단 결정에 대해 한전 적자 20조 원 손실을 메운다는 발상은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계획으로 노동자 고통만 강요하는 임식처방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전력그룹사 사장단과 한전KDN 경영진은 적자의 근본 원인을 외면한 채 노동자 희생만을 강요하는 이번 결정과 같은 단기 처방보다 적자 해소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과 함께 정부와 책임 있는 협상에 나서기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전력그룹사 사장단 결정이 강행된다면 공공기관 노동기본권 침해와 관련 가능한 모든 법·정책적 대응 방안과 함께 전력그룹사 노동자 단결을 통해 저지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23일에 맞춰 나머지 전력그룹사 노조들의 성명서가 나올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전력그룹사 노조들은 물가안정과 공공성 등을 이유로 정부가 무력화시킨 연료비연동제도가 원인인데 내부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일축하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는 노사 간에 해결될 수 없는 사안인 만큼 전력그룹사 노조는 대정부 투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본지 취재 결과 23일 최철호 전력노조 위원장은 정승일 한전 사장과 면담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전력그룹사 노조 고위 관계자는 “이날 면담에서 큰 진전이 없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어차피 현재 상황에서 사측이 근본적인 대안 제시에 한계가 있고 결국 정부에서 풀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력그룹사 노조 등으로 구성된 전력산업정책연대도 대응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 연대는 정부의 일방적인 전력산업정책을 견제하고 불합리한 산업구조에 대한 산별노조 차원 공동 대응을 위해 2019년 4월 출범한 바 있고 전력노조와 발전공기업 노조 등 전력그룹사 노조들이 이 연대에서 활동하고 있다.

실제로 이 연대는 기자회견을 계획하고 있는 등 대정부 투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한국노총 공공노련도 이들의 대정부 투쟁에 함께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열린 한국전력공사 전력그룹사 비상대책회의에 참석하는 그룹사 대표자들이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열린 한국전력공사 전력그룹사 비상대책회의에 참석하는 그룹사 대표자들이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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