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시대 석유공사…적폐 아닌 귀한 자산
탄소중립 시대 석유공사…적폐 아닌 귀한 자산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21.12.27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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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타임즈】 우리나라를 비롯한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탄소중립 선언이 이어지고 있고, 그에 따른 행보에 드라이브도 걸리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위기를 극복하자는 시대정신이 반영된 결과다.

우리 정부도 탄소중립을 피할 수 없는 길임을 인식하고 반드시 가야만 하는 길이란 지구공동체 움직임을 반영해 2020년 12월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또 2021년 10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 확정과 함께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기존 26.3%를 40% 이상으로 상향해 확정하기도 했다.

공공기관과 민간기업 등도 정부의 이 같은 행보에 보폭을 맞추고 있다. 정부의 탄소중립 목표 달성이란 긴 여정에 필요한 사업모델을 개발하는 한편 본격적인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필요한 기술은 새로운 기술만은 아니다. 기존의 기술을 진화시키거나 활용을 달리한다면 탄소중립에 필요한 기술로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탓에 전통에너지 기업들은 자사만의 특화된 기술을 기반으로 탄소중립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는 한편 신규 사업 추진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발전공기업 등 발전사는 발전소 기술자립과 건설, 운영 등의 경험을 살려 당장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추진하고, 무탄소발전소를 개발하고 있다.

가스공사와 SK E&S 등은 LNG를 수입하고 국내에 천연가스를 유통하고 판매한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열릴 수소경제 시대에 대비한 수소의 생산과 유통, 판매까지 포함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석유공사도 이 같은 측면에서 보면 탄소중립 목표 달성이란 긴 여정에 반드시 역할을 해야 하는 기업 중 하나다. 탄소중립에 가장 큰 걸림돌인 석유와 천연가스를 생산하는 유전과 가스전을 개발하는 공기업이지만 지난 40년간 유전과 가스전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쌓은 기술력이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귀하게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를 95번째 산유국 반열에 올려놓은 동해-1 가스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앞당기는 것은 물론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런 탓에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석유공사는 적폐라는 여론은 다시 생각해볼 문제인 셈이다.

2022년 6월 생산을 종료하는 동해-1 가스전을 중심으로 석유공사는 돌파구를 찾고 있다. 이를 통해 탄소중립 목표 달성 마지막 퍼즐인 CCS 시장과 함께 대규모 재생에너지 보급에 필요한 부유식 해상풍력발전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동섭 석유공사 사장은 지난 10월에 열린 국정감사에 출석해 해외자원개발 실패에 따른 경영 악화를 질타하는 의원에게 이를 인정했다. 그러면서 최근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흑자전환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정부의 도움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사장의 이 발언은 기존 유전과 가스전 개발사업은 조만간 정상궤도에 오를 것이지만 탄소중립 시대에 대비한 투자 여력이 부족함을 꼬집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본지는 2022년 임인(壬寅)년 새해를 맞아 탄소중립 시대에 적폐가 아닌 귀한 자산이 되는 배경에 대해 살펴본다.

석유공사 사옥(울산 중구 소재) 전경.
석유공사 사옥(울산 중구 소재) 전경.



탄소중립 마지막 퍼즐 CCS…기술·기반 갖춘 적임자

이미 상용화된 CCS 기술 확보하고 국내외 실전 경험 갖춰
동해-1 가스전 활용 저장공간도 확보…추가 확보도 가능해

탄소중립 목표 달성의 마지막 퍼즐로 CCS(Carbon Capture & Storage) 사업이 손꼽힌다.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함으로써 대기 중으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이 사업은 탄소중립 선언 이후에도 화석연료를 사용할 수 있는 기반이 돼 에너지 안보를 강화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과 함께 발전산업뿐만 아니라 탄소국경세 도입 등으로 영향을 받게 될 산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부도 CCS 사업에 대한 필요성을 공감하고 이 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2019년 5월 정부는 녹색성장 5개년 계획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 의무의 실효적인 이행을 위한 탄소 흡수원과 국내 온실가스 감축 활용을 중점과제로 선정한 뒤 CCS 원천기술과 실증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세부 과제를 제시한 바 있다.

또 정부는 2020년 7월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통해 대규모 CCS 통합 실증 상용화 기반을 위한 R&D를 포함한 녹색성장 혁신 생태계 구축 실행과제를 발표하는 등 미래 핵심 산업으로 급부상하는 사업을 정책적인 측면에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CCS 사업은 화석연료 사용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한 뒤 재활용하거나 지하에 저장하는 것으로 추진되고 있다. 포집 된 이산화탄소 저장은 생산이 종료돼 내부가 비어있는 유전이나 가스전에 주입돼 저장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CCS 사업은 이미 상업화된 사업이다.

2020년 기준 운영 중인 대규모 CCS 사업은 28개에 이른다. 현재 이 사업을 통해 연간 4000만 톤에 달하는 이산화탄소가 저장되고 있다. 또 현재 추진 중인 37개 사업이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다면 연간 7500만 톤에 달하는 이산화탄소를 추가로 처리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산화탄소 누적 포집량은 2005년 150만 톤에서 연평균 30% 늘어나 2019년 4190만 톤까지 늘었다. 이 추세를 고려하면 CCS 산업 규모는 앞으로도 확대될 것이란 전문가들의 전망이 빗나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2050년 CCS 사업이 세계 온실가스 감축량의 9%를 담당하게 될 것이며, CCS 기술은 온실가스 감축 기술 중 단일기술로 가장 큰 비중을 점유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CCS 사업과 관련해서 석유공사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CCS 사업의 핵심인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저장하는 과정은 기존의 유전과 가스전 개발사업과 많이 닮아있다.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유전과 가스전에 주입하는 기술은 유전과 가스전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일반화된 기술이기 때문이다. 대규모 CCS 사업이 에퀴노르·엑슨모빌·쉘 등 기존 글로벌 석유메이저 중심으로 주도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CCS 기술 중 하나인 회수증진법(Enhanced oil recovery)은 유전과 가스전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압력이 낮아진 유전과 가스전에 다시 주입해 원유와 천연가스의 회수율을 높이는 기술이다. 1972년부터 미국에서 이 기술은 활용되고 있다.

또 노르웨이는 포집 된 이산화탄소를 지하공간에 저장함으로써 대기와 격리할 수 있는 기술의 개발을 이미 완료한 바 있고, 1996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후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면서 CCS 선도국가로 자리매김했다.

일각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CCS 기술에 대한 불신은 사실과 다른 셈이다.

이미 CCS 시장은 열렸다. CCS 사업에 필요한 조건은 이산화탄소를 대규모로 포집할 수 있는 기술과 함께 포집 된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 저장공간이다.

석유공사는 우리나라에서 CCS 사업 조건을 모두 갖춘 가장 적합한 사업자로 손꼽힌다. 유전과 가스전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대규모로 포집할 수 있는 기술과 경험을 보유하고 있고, 포집 된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 동해-1 가스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산화탄소를 발생하는 사업자를 중심으로 추진된 CCS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했던 이유는 CCS 기술을 새롭게 개발해야 하고, 포집 된 이산화탄소 소비가 가능한 수요처나 저장소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동안 석유공사는 CCS 사업에 관심을 가지지 못했던 이유는 뭘까. 해외자원개발 등으로 석유공사가 정치적 논쟁에 휩쓸릴 시점에 CCS 사업이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석유공사가 당시 CCS 사업에 관심을 가질 여력이 있었을까. 뒤늦게나마 석유공사가 CCS 사업에 관심을 가진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석유공사는 지난 40년간 국내외 유전과 가스전 탐사·개발·생산 등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축적한 기술력과 함께 국내 대륙붕 탐사와 동해-1 가스전 운영 등의 경험을 보유하고 있고, CCS 기술 중 하나로 손꼽히는 회수증진법을 현장에서 운영한 경험 또한 보유하고 있다.

또 석유공사는 2004년 우리나라를 세계 95번째 산유국 반열에 올려놨던 동해-1 가스전이 2022년 6월 생산을 종료함에 따라 포집 된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 저장공간을 확보했다. 동해-1 가스전은 CCS 사업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국내에서 유일한 최적의 실증 플랫폼인 셈이다.

이와 함께 석유공사는 동해 울릉분지 6-1광구 등 국내 대륙붕 개발을 추진하고 있어 포집 된 이산화탄소 저장공간을 추가로 더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조금은 늦은 감이 있는 만큼 석유공사는 그만큼 더 속도를 내고 있다.

석유공사는 CCS 사업 선도를 위해 2020년 7월 CCS사업팀을 신설해 운용하는 등 전담 조직과 인력을 이미 확보하는 한편 동해-1 가스전을 CCS 기술 실증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는 물적자원과 기술력 또한 갖췄다.

특히 석유공사는 동해-1 가스전 지하공간에 2025년부터 30년간 매년 40만 톤의 포집 된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모두 1200만 톤에 달하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본설계 작업에 돌입해 역량을 집중하는 한편 상세설계를 거쳐 2023년부터 동해-1 가스전에 포집 된 이산화탄소를 주입할 수 있는 설비의 설치를 계획하고 있다.

이와 함께 석유공사는 CCS 통합 실증에 대한 분야별 기업 등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CCS 사업화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2021년 8월 석유공사는 현대중공업과 함께 기본적인 설계에 대한 기술협의를 통해 노르웨이 선급사인 DNV로부터 이산화탄소 주입용 해상 플랫폼에 대한 기본 승인을 받았다. 또 9월 동해-1 가스전을 활용한 중규모 CCS 통합 실증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SK이노베이션과 협력관계를 강화하는 한편 울산대와 인재 양성을 위한 협력관계를 구축했다.

이를 기반으로 석유공사는 국내 CCS 분야 균형적인 발전을 위한 통합 실증 추진은 물론 산·학·연과 협력을 강화하는 등 국내 CCS 벨류체인 구축에 앞장서 나갈 방침이다.

이호섭 석유공사 CCS사업팀장은 “CCS 사업은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매우 중요하고 현실적인 온실가스 감축 기술”이라고 언급한 뒤 “석유공사는 이를 위해 동해-1 가스전을 활용한 이산화탄소 저장 실증사업을 안전하고 성공적으로 추진하는 등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과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에 역할을 충실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공사 동해가스전 전경.
석유공사 동해가스전 전경.

 


탐사선 띄운 석유공사…풍력발전기도 띄워

부유식 해상풍력발전 가능한 기술과 함께 전진기지도 보유
2026년 상업운전 목표…국가적 시너지효과 클 것으로 기대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으로 가는 긴 여정에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는 불가피하다. 재생에너지 중에서도 태양광발전 보급이 가장 많은 것으로 전망되지만 대규모 단지 조성이 가능한 풍력발전 보급도 많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풍력발전은 제한된 부지와 민원 등의 문제로 녹록하지 않은 상황에 놓여 있다. 그러면서 해상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해상풍력발전 중에서도 아직 활성화되지 못한 부유식 해상풍력발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민원에서 자유롭고 대규모 단지 조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부유식 해상풍력발전 핵심 기술은 풍력발전기를 해상에 띄우는 것.

석유공사가 부유식 해상풍력발전에 나선 이유는 이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지난 40년간 유전과 가스전 개발과정에서 탐사선 등을 운영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동해-1 가스전을 전진기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이 같은 점에서 석유공사는 부유식 해상풍력발전 산업을 성장시킬 수 있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동해-1 부유식 해상풍력발전 사업은 동해-1 가스전 해상 플랫폼 활용 발전설비용량 200MW 규모 부유식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며, 석유공사는 2026년 본격적인 전력생산을 목표로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국가적 측면에서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기존 시설물을 철거하지 않는 대신 신사업 자산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철거에 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신사업에 필요한 비용을 줄이는 등 비용 절감이 가능하고, 기존의 시설물을 철거하고 신사업을 위한 시설물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해양 환경오염 또한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사업을 통해 4인 기준 26만 세대가 연간 사용할 수 있는 77만MWh에 달하는 전력이 생산되고, 1만7000개에 달하는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석유공사는 이 사업과 관련 동해-1 가스전 해상 플랫폼을 중심으로 반경 5km 내에 부유식 해상풍력발전기를 설치할 계획이며, 2025년까지 시설물을 제작하고 설치를 완료한 뒤 2026년부터 상업운전을 시작할 방침이다.

이에 앞선 2018년 10월 석유공사는 풍황자료 측정을 위한 풍황계측기인 라이다(LiDAR)를 해상 플랫폼에 설치했다. 2019년 한국동서발전(주)·에퀴노르 등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등 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또 2021년 5월 이 사업은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해 사업성 검증을 받기도 했다.

현재 석유공사는 이 사업과 관련 동해-1 가스전을 친환경 해상풍력발전 자산으로 재활용하기 위한 시설물 건전성 평가를 진행하고 있고, 발전사업 허가 취득과 환경영향평가 등 각종 인허가 작업을 비롯한 설계 등 엔지니어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석유공사에서 추진하는 동해1 부유식 해상풍력발전단지 조감도.
석유공사에서 추진하는 동해1 부유식 해상풍력발전단지 조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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