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산업개발 공기업화 16개월째 공회전…골병 앓는 근로자
한전산업개발 공기업화 16개월째 공회전…골병 앓는 근로자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21.05.06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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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한전·자유총연맹 긍정에 급물살 탈 것으로 기대됐으나 초라한 성적표
에너지전환 여파로 시장 줄어들어 불안한 상황에 이 정책에 옴짝달싹 못해
노조 투쟁 나서면 발전공기업 직고용이나 통합 자회사 주장할 것으로 보여
통합 자회사 선회하면 상대적으로 고용불안과 복지 등의 측면서 단점 있어

【에너지타임즈】 한전산업개발 공기업화가 지분을 매입해야 하는 한전과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자유총연맹 간 입장이 분명하지 않으면서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들의 손에 운명을 맡겨진 한전산업개발 직원들은 골병을 앓고 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2019년 5월 꾸려진 발전공기업 연료·환경설비 운전업무 정규직 전환 노·사·전 협의체는 논의를 시작했고 당정 권고를 바탕으로 8개월 뒤인 2020년 1월 한전산업개발 공기업화란 결론을 도출했다.

그리고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성윤모 산업부 장관과 김종갑 한전 사장, 박종환 자유총연맹 총재 등이 한전산업개발 공기업화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됐지만 현재까지 제대로 된 협상테이블마저 꾸려지지 못하고 있다. 한전과 자유총연맹 간 눈치싸움이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1년 4개월 동안 한전과 자유총연맹 간 고위직 간부가 한 차례 만났고 두 차례에 걸쳐 사실상 무의미한 공문이 오갔다. 노·사·전 협의체가 한전산업개발 공기업화를 결정한 후 그동안 성과인 셈이다. 그렇다 보니 직원들의 불안감은 고조되고 있다.

노조도 이 같은 상황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잔뜩 벼르고 있다. 이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었던 현 정부의 임기가 내년 5월까지란 점을 고려할 때 강한 투쟁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러면서 노조는 투쟁에 나서게 된다면 대안은 한전산업개발 공기업화가 아니라 발전공기업 직고용이나 통합 자회사가 될 것이란 엄포를 놓고 있다. 한전산업개발 공기업화를 제시한 당정에 대한 강한 불신을 표시하는 한편 발전공기업 결정만으로 정규직 전환을 결정지을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재 여건 등을 종합해볼 때 한전산업개발 공기업화가 무산된다면 가장 유력한 대안은 발전공기업 통합 자회사가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발전공기업이 직고용에 대해 난색을 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합 자회사는 한전산업개발에서 그동안 축적한 경험을 이용하는데 제한적이란 점과 함께 한전 손자회사란 점은 매각이 될 수 있는 여지를 갖고 있어 고용불안, 신생기업이란 점을 고려할 때 복지사업 부족 등 한전산업개발 공기업화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단점을 안고 있다.

게다가 자유총연맹은 한전산업개발이 발전공기업 연료·환경설비 운전업무를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면 현재와 같은 배당을 받을 수 없어 송사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미 이와 관련된 법률검토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전산업개발 공기업화에 대한 현재까지 상황을 짚어본다.

한전산업개발 직원들이 석탄발전소 내 발전연료인 유연탄을 이송하는 컨베이어벨트 아래 떨어져 있는 낙탄을 물청소하고 있다.
한전산업개발 직원들이 석탄발전소 내 발전연료인 유연탄을 이송하는 컨베이어벨트 아래 떨어져 있는 낙탄을 물청소하고 있다.

발전공기업 연료·환경설비 운전업무 정규직 전환 노·사·전 협의체는 2019년 5월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다. 그리고 8개월 뒤 당정이 하나의 공공기관을 만들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을 바탕으로 논의를 한 결과 시장점유율 70%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한전산업개발을 한전 자회사로 공기업화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이와 함께 자유총연맹에서 보유한 한전산업개발 지분 모두를 한전이 매입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이 같은 결론을 낸 이 협의체는 이 같은 내용과 함께 한전산업개발이 공공기관 지정요건을 갖출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는 공문을 정부와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자유총연맹, 지분을 매입해야 하는 한전 등에 각각 발송했다. 그러면서 한전산업개발 공기업화가 본격화될 것으로 관측됐다.

이로써 한전산업개발 공기업화에 대한 공이 한전과 자유총연맹에 넘어간 것이다. 현재 자유총연맹이 한전산업개발 지분 31%, 한전이 29%를 각각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지정요건은 지분 50% 이상을 보유하거나 지분 30~50%를 보유하면서 사실상 지배력을 보유한 경우다. 이를 고려하면 한전산업개발이 공공기관 요건을 갖추기 위해선 한전이 자유총연맹에서 보유한 한전산업개발 지분 최소 3%를 매입해야 하는 셈이다.

한전산업개발 공기업화는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으로 전망됐으나 정부·한전·자유총연맹 등의 수장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그나마 전망이 밝았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발전공기업 연료·환경설비 운전업무 정규직 전환 노·사·전 협의체가 산고 끝에 한전을 활용한 정규직 전환을 합의했다면서 산업부는 한전이 자유총연맹에서 보유한 한전산업개발 지분을 인수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종갑 한전 사장도 현재 상황에서 한전이 한전산업개발 대주주가 되는 것은 괜찮은 방법인 것 같다면서 정부에서 한전이 한전산업개발 지분을 매입할 수 있도록 정책적 길을 열어주면 곧바로 한전산업개발 공영화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종환 자유총연맹 총재는 지난해 10월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오영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한전산업개발 공기업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요청하자 그렇게 할 것이란 답변을 한 바 있다.

당시 한전은 자사에서 보유한 한전산업개발 지분을 매각한다고 결정한 정책이 살아 있는 한 한전산업개발 지분을 매입할 수 없다고 정부에 설명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지난해 10월 30일 회의를 열어 한전산업개발 공기업화를 통한 발전공기업 연료·환경설비 운전업무 정규직 전환에 걸림돌이었던 한전의 한전산업개발 지분매각정책을 철회하는 안건을 상정해 통과시켰다. 이례적인 속도감이라고 입을 모을 정도로 정부의 조치는 신속했으며, 이는 정부의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분석된 바 있다.

한전은 정책적 걸림돌이 제거되자 발전공기업과 협의를 거쳐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한전과 발전공기업의 주관기관인 중부발전은 지난해 12월 한전산업개발에 자유총연맹의 한전산업개발 지분인수를 위한 기업실사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발전공기업 연료·환경설비 운전업무 정규직 전환에 속도를 내기 위해 한전산업개발의 기업실사 협조를 얻지 않은 상태에서 지난 1월 발전공기업 연료·환경설비 운전업무 정규직 전환 관련 한전·발전공기업이 한전산업개발 지분을 공동으로 인수한다는 내용과 한전산업개발의 자유총연맹 보유 지분인수를 위한 합리적 인수비 검토, 안정적인 계약체결을 위한 회계·법률 전문가 실사·자문 등 10억 원 규모의 한전산업개발 지분인수 자문 용역을 발주했다.

이 용역의 범위는 ▲기밀유지협약서 체결 / 인수 일정 검토 등 기본계획 수립 ▲재무·세무·법률 실사와 지분가치 평가 수행 등 인수가격 검토 ▲인수가격 협상 / 최종 주식매매계약 체결 등 지분인수 지원 등이다.

한전과 발전공기업의 이 같은 빠른 행보는 한전산업개발 공기업을 앞당기겠다는 의지로 읽혔다. 자유총연맹 입장이 나오지 않았으나 용역을 발주하는 과정의 물리적 시간을 줄여보겠다는 것이다. 당시 중부발전 관계자는 용역을 수행할 사업자를 선정하고 자유총연맹의 입장을 기다리는 것을 계획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묘한 상황이 연출됐다.

자유총연맹 측은 한전에서 이 공문을 직접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한전은 지난 1월 14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공문을 자유총연맹에 발송했고, 그리고 지난 2월 8일 자유총연맹은 한전산업개발 지분 매각 의사 통보를 요청함에 따라 회신하는 공문을 보내는 것이라고 밝힌 뒤 주주 간 계약 당사자인 한전만이 한전산업개발 지분인수의 직접적인 당사자라고 언급하면서 한전에서 매입의향서를 작성해 요청한다면 내부 규정·절차에 의거 정식으로 협의할 수 있고 현재 중부발전에서 발주한 관련 용역을 중단하는 등 합당한 조치를 요구했다.

자유총연맹이 한전산업개발 1대 주주로 지분을 매각할 때 2대 주주인 한전에 우선 매입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을 골자로 한 주주 간 계약을 근거로 내세운 것이다.

한전과 발전공기업은 지난 2월 9일 자유총연맹에서 문제를 제기한 용역의 발주를 취소했다.

이후인 지난 3월 한전과 자유총연맹의 양측 고위관계자가 한 차례 만났다. 그리고 최근 한전은 또 자유총연맹에 공문을 보냈고, 자유총연맹은 협상에 나서기에 부족한 면이 있다고 회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면서 한전산업개발 공기업화는 물밑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의견과 함께 한동안 공회전할 것이란 전망이 충돌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한전산업개발 내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8년 만에 한전의 가족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던 한전산업개발 직원들의 기대는 정부를 향한 불신으로 변하고 있고 공기업이 될 수 있는 여부만이라도 결정해줬으면 좋겠다는 푸념까지 이어지고 있다. 직원 간 소통 채널에서 한전산업개발 공기업화에 대한 게시물들이 사라진 지 오래됐다고 한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한전산업개발 내에서도 조금 더 지켜보자는 주장과 함께 다른 방도를 찾을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충돌하고 있다. 그러면서 조직 내 갈등도 꿈틀거리고 있다.

한전산업개발 한 관계자는 에너지전환으로 발전공기업 석탄발전소 폐쇄가 이어지고 그에 따라 한전산업개발 시장도 줄어들 것이 자명한데 새로운 사업을 찾아야 할 중요한 시점에 이 정책에 발이 묶여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답답한 속내를 털어놨다. 한전산업개발 공기업화가 불투명한 가운데 섣불리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한전산업개발 노조가 현재 이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지만 오래 지켜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철순 한전산업개발노조 위원장은 한전산업개발 공기업화 논의가 좀처럼 이뤄지지 않는 것과 관련 일부 조합원들은 투쟁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면서 조합원 원성이 더 높아지게 되면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음을 강조했다.

다만 최 위원장은 투쟁에 나서게 된다면 발전공기업 연료·환경설비 운전업무 정규직 전환 방안은 한전산업개발 공기업화가 아닌 발전공기업 직접 고용이나 발전공기업 통합 자회사를 요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오래 인내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전산업개발노조는 물리적인 시간을 고려해 한전산업개발 공기업화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 시점에 투쟁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또 발전공기업 직고용이나 통합 자회사를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발전공기업 결정만으로 실현이 가능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내년 5월 대선을 고려한 것이다.

한전산업개발 공기업화가 발전공기업 연료·환경설비 운전업무 정규직 전환 대안으로 결정된 것은 관련 시장에 큰 부담을 주지 않는 한편 근로자 고용을 보장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손꼽혔기 때문이다.

한전산업개발은 2015년까지 발전공기업 연료·환경설비 운전업무를 모두 맡아왔고 시장이 개방됐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70% 이상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발전공기업은 한전산업개발에서 그동안 축적한 경험을 고스란히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발전공기업이 반대하는 직고용을 제외한 실질적인 대안으로 발전공기업 통합 자회사가 유력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통합 자회사는 한전산업개발 공기업화보다 고용보장에 취약하다. 통합 자회사는 한전의 손자회사가 되기 때문에 정권교체 등으로 발전공기업이 매각을 결정하게 되면 매각이 쉽다는 것이다. 다만 한전산업개발이 한전의 자회사가 된다면 매각을 위해선 정부로부터 통제를 받게 돼 고용불안이 없어지게 되는 셈이다.

복지 측면에서도 한전산업개발 공기업화는 발전공기업 통합 자회사보다 우수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새롭게 설립되는 통합 자회사는 사내근로복지기금이 없어 복지사업에 제약을 받지만 이미 한전산업개발은 30억 원에 달하는 사내근로복지기금으로 복지사업을 할 수 있다.

정부와 노·사·전 협의체는 이 같은 이유로 발전공기업 연료·환경설비 운전업무 정규직 전환의 대안으로 한전산업개발 공기업화를 결정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한전산업개발 공기업화가 무산된다면 발전공기업 연료·환경설비 운전업무 정규직 전환 논의는 노·사·전 협의체가 구성돼 논의되기 시작했던 2년 전인 2019년 5월로 되돌아가게 된다. 원점에서 논의가 다시 시작되는 것인데 정부는 상당한 부담감을 안게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또 자유총연맹도 발전공기업 연료·환경설비 운전업무 정규직 전환 대안으로 발전공기업 통합 자회사로 추진된다면 한전산업개발 지분은 가치를 잃게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한전산업개발은 이 업무와 정비업무를 하고 있으나 정비업무만으로 현재 한전산업개발로부터 받는 배당은 그만큼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한전산업개발 공기업화가 무산됐을 때 후폭풍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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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 2021-05-16 14:56:20
여긴 노조가 너무 조용해 이상해

답답 2021-05-16 14:53:42
답 나왔네
이정도면 노조위원장이 바뀌어야겠네

손언진 2021-05-11 11:12:15
'자유총연맹은 협상에 나서기에 부족한 면이 있다' 고 한 부분이 가격협상 문제라면,
저희가 맨 처음 한전산업개발의 공기업화 논의를 시작할 때 지적한 양상이 그대로 흘러가고 있는 것입니다.

태안화력발전사고의 고 김용균 군의 처절한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정부와 한전이 움직이는 계기가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민영화 이후 연료환경운전 근로자의 피과 고름을 빨아먹은 자총입니다. 만약 이번에 한전산업개발이 자유총연맹을 벗어내지 못한다면 이번 임기 이후로 영원히 벗어날 수 없을 지 모릅니다.

손언진 2021-05-11 11:06:54
노조 위원장님, 올해 노조에 출마하실 때 캐치 프레이즈로 주장하신 것 중 하나가
"제대로 된 공공기관" 쟁취라고 하셨습니다.

근데, 한전산업개발 공기업화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 시점이 노조의 투쟁 시점이 될 것이라고 말하시는 건 너무 늦은 대응이라고 생각합니다.

발전사 직고용은 사실상 발전사 노조에서 반대하니까 답이 없었고, 발전사통합 자회사는 자살행위입니다.

서부, 중부, 남부 등등의 지분으로 구성 된 한전 손자회사가 어떻게 발전사와 동등한 위치에 있을 수 있겠습니까?

한전산업개발의 공기업화로 선회한 것도 애초에 한전 자회사로서 발전사와 동등한 위치에 놓이도록 하는 방침인데 왜 지금보다 더 노동조건이 열악해지는 발전사 통합 자회사로 넘어가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약속이행 2021-05-08 21:05:46
자총이 이제 정비 회사 주주하면 되겠네 돈 밝히다가 한전에서 배전처럼 운전쪽 직원 다 빼가면 주식값 똥값되겠네 나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