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미문 예천양수 침수사고…힘겹지만 지역사회 응원 이어져
전대미문 예천양수 침수사고…힘겹지만 지역사회 응원 이어져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20.07.04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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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9일 02시 06분경 예천양수 #2 양수 중 지하발전소 모두 침수
예천군 등 지역사회 도움 받아 힘겹던 배수작업 속도 낼 것으로 보여
재가동시점 설비상태 확인한 후 전망이 가능하나 최소 1년 이상 관측
가동률 낮은 비상전원 고려하면 전력수급에 미칠 영향 제한적 전망돼
지역주민 아이스홍시로 격려하는 등 도움의 손길 계속 이어지고 있어

【에너지타임즈】 지난달 9일 02시경 예천양수 2호기가 전력생산에 필요한 물을 양수하는 작업에 돌입했고, 6분 뒤인 이날 02시 06분경 지하발전소 내 지하 5층에서 원인모를 누수가 발생해 지하발전소 집수조로 집수되기 시작했다.

당시 지하 5층에 침출수를 배출하는 배수펌프가 있었지만 용량을 초과하면서 침수가 됐고 가동을 멈췄다. 그리고 폭 25.8미터와 높이 54.5미터, 길이 129.1미터인 지하발전소는 모두 침수됐다.

현재까지 원인이 파악되지 않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른바 블랙박스인 누수부위가 침수돼 있기 때문이다. 정확한 누수부위 확인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누수원인에 대한 추측은 가능하지만 정확한 진단이 어렵기 때문이다.

예천양수는 현재 침수된 지하발전소 배수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침출수로 이 작업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지역사회 도움이 이어지면서 이 작업도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배수작업만 6개월 이상이 걸리고 복구공사 후 재가동까지 1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예천양수는 24시간 현장을 가동하는 비상근무체제로 전환했다.

예천양수 직원들과 협력회사 직원들은 어느 때보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지역사회 응원이 이어지면서 더욱 더 큰 힘을 내고 있다고 한다.

한수원 예천양수 하부댐 전경.
한수원 예천양수 하부댐 전경.

예천양수는 1997년 7월 예천주민 1만5000명의 자발적인 유치 신청으로 지어졌다. 발전설비용량이 800MW(400MW×2기)인 이 발전소는 경북 예천군 은풍면 일대에 건설됐으며, 2012년 5월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이 발전소 발전전원인 양수발전은 전력수급에 여유가 있을 때 전력을 이용해 하부저수지 물을 상부저수지로 양수한 뒤 전력수급에 어려움이 발생할 때 상부저수지 물을 하부저수지로 낙하시켜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전원이다.

양수발전은 대용량발전소라는 점과 기동시간이 원전(2~3일)·석탄발전(1~2일)·가스복합발전(7분) 등 보다 월등히 빠른 3분인 점 등을 고려할 때 기저부하인 원전·석탄발전 등 불시정지에 대비하는 비상전원 역할과 함께 이상기온 등에 따른 전력수요 급증에 대비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 탓에 양수발전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과 함께 재생에너지 출력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는 대안으로 손꼽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난달 9일 02시 06분경 발생한 예천양수 지하발전소 침수사고는 예천양수 2호기가 하부저수지 물을 상부저수지로 물을 끌어올리는 양수를 시작한 지 6분 만에 원인모를 누수가 발생했다. 누수지점은 지하발전소 내 가장 아래층인 지하 5층이며, 여기에 양수나 발전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는 역할을 하는 냉각수를 공급하는 펌프와 함께 지하수 등 침출수를 배출하는 배수펌프 등이 있다.

상부저수지와 하부저수지를 연결하는 배수관로는 발전 시 초당 100톤, 양수 시 초당 80톤을 이동시키는 관로다. 그렇기 때문에 이 관로를 통해 물이 이동하는 양수과정에서 발생한 압력이 주변 설비에 여향을 줬을 가능성이 높게 관측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이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와 지역사회피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예천양수는 지하발전소 침수를 확인한 후 양수작업을 중단한 뒤 즉각 상부저수지와 하부저수지를 연결하는 배수관로를 차단했다. 이 조치는 침수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것과 함께 지하발전소 내 발전기·전동기·펌프·수차·변압기 등 다양한 기계장치 내 포함된 윤활유 등이 오렴되는 것을 방지 위한 측면도 포함돼 있다.

이 조치는 ▲상부저수지 ▲배수관로·지하발전소 ▲하부저수지 등으로 분리한 것으로 오염 확산을 방지한 것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지난 3일 배봉원 한수원 예천양수발전소장이 기자들을 대상으로 예천양수 지하발전소 침수사고 현재 상황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지난 3일 배봉원 한수원 예천양수발전소장이 기자들을 대상으로 예천양수 지하발전소 침수사고 현재 상황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배봉원 예천양수발전소장은 “예천양수는 지하발전소 침수사고 이후 가장 역점을 뒀던 부분은 안전과 함께 지역사회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언급한 뒤 “앞으로 예천양수는 안전한 복구공사와 함께 지역사회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하는데 역점을 둘 것”을 약속했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도 침수사고 발생 후 예천양수를 방문해 책임을 추궁하려고 온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에 피해를 주지 않고 원활한 복구가 될 수 있도록 직원들을 격려한 차원이라고 언급하는 등 뜻하지 않은 상황에 놓인 직원들을 다독이며 힘을 불어넣어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예천양수는 침수된 지하발전소에 대한 배수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하발전소뿐만 아니라 상부저수지와 하부저수지를 연결하는 배수관로에 있는 물까지 모두 배수해야 하는 탓에 어려움이 있다. 게다가 배수펌프 고장으로 침출수가 그대로 유입되면서 힘들어하는 분위기다.

예천양수는 배수작업 관련 윤활유 등에 의한 오염을 우려해 폐수처리업체에 위탁했고, 하루 24톤 기준 80여대 탱크로리로 배수작업을 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작업속도가 좀처럼 진척되지 않고 있다.

물은 아래, 기름은 위란 이론이 있지만 예천양수는 혹여 지역사회에 피해를 줄 수 있다고 판단해 이 방법을 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만 예천양수는 이 같은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해 예천군청과 협의를 거쳐 지하발전소 유입수를 하천에 방류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았다. 이 방법은 발전소 운동장에 2만1000톤 규모 저장조와 유수분리시스템을 설치한 뒤 하천에 방류하는 것으로 배수작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예천양수는 지하발전소에서 샘플을 채취해 공인기관에 검사를 의뢰한 결과 관련법에 의한 배출기준 56개 항목에서 매우 양호란 결과를 얻었다. 또 지방자치단체와 합동으로 경북보건환경연구원 등에 수질조사를 의뢰했으며, 그 결과에 따라 방류할 방침이다.

특히 예천양수는 배수수질 신뢰성 확보를 위해 지난 1일 민·관·환경단체 등으로 구성된 배수수질감시단을 출범시킨 바 있다. 이 조직은 배수현장에 입회해 방류수 확인과 시료채취 후 공인기관수질검사 의뢰 등 발전소 유입수가 하천에 방류되는 모든 과정을 꼼꼼하게 살피는 역할을 하게 된다.

배 소장은 배수작업이 6개월 이상 소요될 것으로 내다본 뒤 “배수작업이 완료돼야만 지하발전소 내 설비들을 살펴본 후 교체여부를 판단할 수 있지만 배수작업과정에서 침수된 설비들이 산소에 노출에 노출되면서 발생하는 부식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고 최대한 관련 설비들이 복구돼 재사용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변압기·수차 등 주요 설비에 대한 복구가 가능하더라도 지하발전소 내 케이블과 계측장비 등의 교체가 불가피하다”면서 “예천양수 지하발전소 복구공사는 성능개선공사에 버금가는 물리적 시간을 필요로 할 것으로 보대 재가동은 1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특히 예천양수 측은 예천양수 지하발전소 침수사고 관련 올 여름 무더위가 예고되면서 하계전력수급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걱정할 정도는 아니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예천양수가 우리나라 전체 발전설비용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16%이지만 실제로 전력을 공급하는 발전량 기준으로 보면 비중은 0.016%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양수발전 발전설비용량 대비 발전량이 10%를 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양수발전은 대용량발전설비이지만 양수시간을 감안하면 하루 최대전력생산시간이 물리적으로 10시간을 넘지 못하고 그나마도 비상발전용 개념과 주파수조정용 개념으로 운영되다보니 가동률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특징을 갖고 있다. 정부도 하루 6시간 가동만 인정해 6시간에 해당하는 용량가격을 주고 있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

배 소장은 “예천양수가 전력공급능력에 빠졌다는 것만으로도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전력수급상황 등을 감안하면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고 언급한 뒤 대구·경북지역에 전력수급난을 걱정하는 여론에 대해 “우리나라 전력계통은 전국망으로 돼 있어 예천양수가 가동을 중단했다고 해서 대구·경북지역에만 광역정전이나 전력수급난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예천양수에 근무하는 한수원과 협력회사 직원들은 전대미문 양수발전 지하발전소 침수사고로 누구보다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마음으로 다가와준 지역사회 응원에 힘을 내는 분위기다.

예천양수가 배수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예천군이 예천양수 측과 협의를 거쳐 지하발전소 유입수를 하천으로 방류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냈다. 다만 예천양수는 지역사회에 피해를 줄 수 없어 1차 방어선과 2차 방어선인 지하발전소 유입수 검사와 배수수질감시단 출범 등의 조치를 취했다.

특히 예천양수는 예천군으로부터 1만2000톤 규모 저장조를 만들고 복구에 필요한 도로를 건설하는데 필요한 인허가부문에서 큰 도움을 받았고, 지역사회로부터 건설장비 등을 원활하게 공급받는 등 최단기간에 공사를 할 수 있도록 큰 도움을 받았다.

실제로 지방자치단체가 하천에 방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부분임에 틀림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천군이 이 같은 결정을 한 배경은 그 동안 예천양수와의 신뢰가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예천양수가 24시간 비상근무체제로 전환했다는 소식을 접한 발전소 주변지역주민들이 아이스홍시로 직원들을 격려하는가 하면 지역유관기관들이 비타민음료 등으로 도움을 손길을 주고 있다.

앞서 경북도 경제부지사가 직접 현장을 방문해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을 살뜰히 살피는 한편 최근 대구시에서도 배수작업 후 기름제거에 필요한 방호복세트를 지원해주겠다는 의견을 밝혀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리고 지금도 예천양수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없는지 살펴보기 위해 지역사회 인사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배 소장은 “지하발전소 침수 후 직원들이 많이 힘들어했지만 지역사회에서 많은 도움을 주고 있어 큰 위안이 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예천양수는 오늘의 고마움을 잊지 않고 지역사회 일원으로써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

현재 예천양수는 지하발전소 침수사고란 전대미문 사고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매년 방류하던 농업용수를 농번기에 맞춰 방류하고 있다.

예천양수 측은 이 사고는 발전소 내 문제지만 지역사회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농업용수를 방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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