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공기업 활용…韓 해외자원개발정책 최적 수단 손꼽혀
자원공기업 활용…韓 해외자원개발정책 최적 수단 손꼽혀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20.05.11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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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탈·ENI·Repsol 등 세계적인 자원개발기업들도 각국 공기업으로 출발
연관산업 발전과 민간자본 투자처 제공 등 다양한 부수효과 창출 가능

<기획연재> 해외자원개발! 이대로 포기할 것인가
① 외환위기 후 현재까지 자원개발
② 그 동안 어둠과 함께 빛도 있어
③ 자원개발 이래서 아직도 필요해
④ 아직도 각국 총성 없는 전쟁 중
⑤ 끝나지 않은 자원공기업의 역할
⑥ 정부 특단 대책 내놔야 할 시점

【에너지타임즈】 해외자원개발은 통상 마라톤에 비유된다. 오랜 시간을 인내해야만 하고 그 과정에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 위험성을 뛰어넘어야만 완주란 큰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가 해외자원개발 기틀을 만들었다는 것은 42.195km를 달리기 위한 마라톤 출발선에 선 것이다. 자원빈국인 우리가 안정적인 자원을 확보하겠다면서 힘찬 발걸음을 내딛었다.

마라톤은 페이스조절에 따라 승패를 결정짓는 스포츠다. 완주할 수 있는 체력이 있다 해도 그 힘을 적절하게 분배하는데 실패할 경우 완주는 불가능해진다. 그런 탓에 다른 선수를 위해 속도를 조율하는 선수인 페이스메이커 역할은 마라톤에서 완주여부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이 같은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 해외자원개발정책은 페이스조절에 실패한 것이 아닐까싶다.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해야 할 정부는 당장 이익에 눈이 멀어 마라토너인 자원공기업에게 전력질주를 독려했다. 그 결과 지친 마라토너는 주저앉고 말았다. 현재 우리 모습이 이렇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결정해야 한다. 주저앉아 있는 마라토너를 일으켜 세워 다시 뛰게 만들 것인지 아니면 이대로 모든 것을 포기하고 기권을 할 것인지.

자료사진.
자료사진.

해외자원개발정책이 좀처럼 정치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정부는 궁여지책(窮餘之策)으로 해외자원개발 생태계를 민간기업 중심으로 전환하는데 방점을 찍었다. 자원공기업에서 축적한 그 동안 노하우를 민간자원개발기업 등에 접목시키겠다는 것인데 벌써 전문가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 같은 정책에도 불구하고 민간자원개발기업들은 해외자원개발 투자 확대 등 공격적인 행보보다 자산 매각과 신규 사업 중단, 인력구조조정 등으로 해외자원개발을 축소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자원개발정책 추진과정에서 자원공기업 역할에 대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으로 손꼽힌다.

해외자원개발은 많은 초기투자액을 필요로 하는 반면 높은 실패확률과 외국기업 진입장벽 등의 특성을 갖고 있다. 게다가 자원빈국인데다 해외자원개발 후발주자란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는 더 좋지 못한 조건을 갖고 있는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민간자원개발기업을 중심으로 한 해외자원개발은 그 성공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같은 이유에서 해외자원개발정책에서 공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자원공기업 역할은 크게 대두되고 있다.

일찍이 자원공기업 역할은 해외 사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4월 에너지경제연구원에서 낸 ‘석유시장 불확실성시대에 대비한 국영석유회사 역할’이란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을 대표하는 민간자원개업기업인 토탈(프랑스)·ENI(이탈리아)·Repsol(스페인)등은 자국 공기업으로 출발했다.

아시아에서 INPEX(일본)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 1960년대부터 자국 공기업으로 성장해 해외자원개발시장에 진출한데 이어 2000년대 민영화됐으나 정부에서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공적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또 CNPC(중국)·Petronas(말레이시아)·ONGC(인도) 등은 자국 석유자원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한 후 200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해외자원개발시장에 진출했다.

그 동안 자원공기업은 민간자원개발기업만으로 진입이 어려운 국가나 위험지역인 이라크·리비아 등에 진출하는 등 석유자원 확보의 첨병역할을 하는 한편 민간자원개발기업과 동반 진출로 민간부문 해외자원개발 투자 마중물 역할과 함께 해외자원개발 인력양성·기술개발 등 해외자원개발 생태계 조성에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한 바 있다.

2015년 이후 자원공기업은 구조조정 장기화 여파로 신규 사업 중단 등으로 자원을 확보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민간자원개발기업 투자를 유인하지 못하는 등 해외자원개발부문에서 필수적인 공적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민간자원개발기업들이 자금 확보를 위해 해외자원개발 관련 자산을 매각했으나 자원공기업이 지속적으로 나선 결과 해외자원개발업계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바 있다. 외환위기 당시 민간자원개발기업이 호주 스프링베일탄광을 매각했으나 2000년 광물자원공사와 SK에너지가 지분인수와 투자를 통해 2005년 100% 회수한 사례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 자원공기업과 민간자원개발기업 수준은 세계자원개발시장에서 중소기업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걸음마단계에 있는 이들을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전문가들은 해외자원개발정책 추진과정에서 자원공기업을 최적의 수단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자원공기업 활용은 해외자원개발 생태계 조성과 함께 연관 산업 발전, 민간자본 투자처 제공 등 다양한 부수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우리는 연관 산업 부가가치 창출과 연계해 산유국 국영석유기업과 긴밀한 전략적 협력 등으로 안전적인 자원 확보를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정상외교와 국영기업 간 협력으로 아랍에미리트와 중앙아시아 등에서 다수의 사업권을 이미 획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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