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가스터빈…기술개발에도 시장 없어 고사위기 직면
한국형 가스터빈…기술개발에도 시장 없어 고사위기 직면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20.04.28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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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적 시간 필요하다는 점 감안할 때 당장 열리는 시장에 입찰참여 불투명
가스복합발전 기술자립…정부도 에너지전환 성공 필수요인으로 중요성 인지

<기획연재> 좌표 수정 없는 에너지전환정책! 과연 함정은 없을까?
① 발전설비다변화와 에너지안보
② 두부공장과 전력구입비연동제
③ 탈(脫)원전정책과 원전생태계
④ 저평가된 석탄발전 미래 가치
⑤ 기술자립 안 된 가스복합발전
⑥ 분산전원 역할 빠져버린 재생E

【에너지타임즈】 현 정부 들어서면서 가장 대표적인 정책은 에너지전환정책이 손꼽힌다.

치열한 찬반논란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15일 치러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당이 180석을 확보함에 따라 에너지전환정책 좌표는 바뀌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에너지전환정책 핵심은 현재 중심이 되고 있는 원전과 석탄발전 등을 줄이는 반면 가스복합발전과 신재생에너지 등을 확대하는 것. 정부는 안전하면서도 청정한 에너지를 보급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고 더 늦기 전에 이 추세에 동참해야 할 필요성을 바탕으로 국민들을 설득하고 있다.

반면 원전과 석탄발전 등 에너지업계는 정부에서 충분한 고민을 하지 않고 추진한 정책이라면서 단순한 발전설비를 전환하는 것에 초점을 맞춤에 따라 그와 관련된 산업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없다면서 공론화를 촉구하고 있다.

이 논쟁은 3년째 이어지고 있다.

정부에서 제시한 방향은 정의로울 수 있다. 다만 충분한 검토가 되지 않아 에너지안보가 흔들릴 수 있고 에너지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

좌표 수정 없게 된 에너지전환정책, 과연 함정은 없을까.

두산중공업에서 독자모델로 개발한 한국형 발전용 가스터빈.
두산중공업에서 독자모델로 개발한 한국형 발전용 가스터빈.

에너지전환정책으로 가스복합발전 확대가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발전연료인 천연가스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어야 하고 가스복합발전에 대한 기술자립이 가능할 때 에너지전환정책은 성공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 상황이라면 가스복합발전 기술 자립이 묘연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근 에너지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2019년도 장기에너지전망’이란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가스복합발전은 지난해 40GW에서 2040년까지 82GW로 42GW 늘어날 것으로 관측됐다.

현재 진행하는 에너지전환정책에 대한 속도조절이 되지 않는다면 가스복합발전 기술 자립이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높다. 두산중공업이 한국형 가스터빈을 개발했으나 상용화를 위해선 물리적인 시간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서다. 결국 힘들게 개발한 한국형 가스터빈이 빛을 보지 못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되는 셈이다.

두산중공업은 정부예산 600억 원과 자체예산 1조 원으로 2010년 처음으로 출시된 H-클래스를 모델로 한 280MW급 가스터빈모델인 ‘DGT6-300H S1’의 개발을 완료한데 이어 초도제품을 생산해 창원공장 부하성능시험장에서 성능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또 2014년 처음으로 출시된 H+-클래스를 모델로 한 380MW급 가스터빈모델인 ‘DGT6-300H S2’를 함께 개발하고 있다.

에너지전환정책 등의 영향을 받아 건설될 가스복합발전용 가스터빈으로 S2모델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이 모델은 올 하반기에나 개발이 완료돼 초도제품이 생산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이 모델 개발에 이어 초도제품 생산 후 1년 간 창원공장 내 부하성능시험장에서 성능시험을 진행한 뒤 일정기간 현장실증을 거쳐야 한다.

가스복합발전 기술자립이 완성되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에너지전환정책에 드라이브를 걸자 발전공기업들은 설계수명이 완료되지 않은 석탄발전에 대한 대체사업으로 다른 지역에 가스복합발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조만간 확정될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이 프로젝트가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발전공기업은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석탄발전 대체사업이 가스복합발전 건설프로젝트가 포함될 경우 가스터빈 주기기인 가스터빈 입찰을 서두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두산중공업은 이 입찰에 참여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기회를 놓친 한국형 가스터빈은 가스터빈시장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 가스터빈에 대한 대규모 입찰이 있을 후 한 동안 국내에 가스터빈시장이 형성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에서다.

가스터빈 상용화는 관련 시장을 확보하는 게 중요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GE는 가스터빈 초도제품을 우리나라에 16기 공급하면서 세계시장에 모두 900기에 달하는 가스터빈을 판매하는 저력을 보여준 바 있다. 또 미쓰비시와 히타치가 합병한 MHPS는 가스터빈 독자모델 개발 후 자국 간사이전력에 6기를 납품하면서 성능과 품질을 조기에 안정화시켜 이를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서 56기를 수주하면서 GE 등 경쟁회사를 단숨에 따라잡기도 했다.

정부도 성공적인 에너지전환정책을 위해 꼭 필요한 요소로 가스복합발전 기술 자립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는 분위기다.

최근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대와 석탄발전 감축 등 친환경에너지로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가스복합발전시장 규모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현재 미국·독일·일본 등에서 주도하는 가스터빈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한국형 가스터빈 사업화를 돕기 위한 조직인 한국형표준가스복합개발사업화추진단을 출범시킨 바 있다.

이뿐만 아니라 가스복합발전 기술 자립은 수입대체효과를 기본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동시에 기술종속에서 벗어날 수 있는 탓에 가스터빈 고장이 발생하더라도 신속한 정비와 함께 상대적으로 저렴한 유지보수비용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소모품인 고온부품 교체 등으로 인한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손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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