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두산重 포기하는 건 에너지안보 포기하는 것
[데스크칼럼] 두산重 포기하는 건 에너지안보 포기하는 것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20.03.04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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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철 에너지타임즈 편집국장-

【에너지타임즈】 A제품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B라는 기업이 있다. 이곳에서 C씨는 A제품을 만드는 숙련공이다. 어느 날 B기업은 더 이상 A제품을 만들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B기업은 C씨에게 일을 시키기 않았기 때문에 급여를 지불하지 않았다. 고심 끝에 C씨는 앞으로도 A제품을 만들기 않기 때문에 회사를 떠나겠다고 하면서 사측에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권고사직을 요청하지만 B기업은 스스로 퇴직을 하는 것인데 권고사직을 할 수 없다고 한다.

간단한 이야기지만 곱씹어보면 최근 두산중공업 명예퇴직을 둘러싼 이야기가 아닌가싶다.

지난달 두산중공업은 강도 높은 고정비 절감에도 불구하고 경영상황이 호전되지 못함에 기술직·사무직 포함 만 45세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았다. 이를 두고 탈(脫)원전을 포함한 에너지전환정책 탓이란 여론이 들끓자 정부는 에너지전환정책 탓이 아니라 석탄발전 발주 감소 등 세계발전시장이 침체된데 따른 것이란 입장을 내놨다. 또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 3일 대정부질문에서 두산중공업 명예퇴직 관련 가슴이 아팠다고 언급한 뒤 기업의 결정에 정부가 개입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건실했던 기업이었던 두산중공업은 경영위기에 놓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 같은 궁색한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 그렇다면 두산중공업이 명예퇴직이란 특단을 조치를 내놓게 된 배경을 생각해봐야 한다.

두산중공업은 원전·석탄발전 등과 관련된 주기기를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일찍이 갖추고 최근 가스복합발전 주기기인 가스터빈 등을 공급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추데 이어 풍력발전 등과 관련된 기술까지 확보하는 등 명실공이 발전기자재부문 세계적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두산중공업은 에너지전환정책으로 자사 핵심사업인 원전·석탄발전 등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고, 이들 사업을 대체할 풍력발전이나 가스터빈사업은 기술개발 초기단계인 탓에 충분한 시장을 확보하지 못함에 따라 자사 최고의 자산인 기술자들을 내보내야 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지난 시절 두산중공업은 단순한 두산그룹만의 소유물이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기업으로 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싶다. 또 우리나라 에너지정책과 함께 역사를 같이 했다. 제대로 검토되지 않고 시뮬레이션 되지 않은 채 추진된 에너지전환정책은 관련된 생태계를 붕괴시키고 있는 셈이다.

두산중공업은 1962년 산업·건설용 원자재설비를 수입하는 무역회사인 ‘현대양행’으로 출발했다. 14년 뒤인 1976년 정부는 중화학공업육성정책에 의거 창원기계공업단지 건설을 확정했고, 현재 두산중공업 창원공장은 이렇게 역사적인 첫발을 내딛었다. 그러나 이 공장이 준공되기 전인 1980년 현대양행은 공기업체제인 한국중공업으로 전환됐다. 한국중공업은 1982년 창원공장 건설을 6년 만에 매듭지으면서 새로운 우리나라 플랜트산업의 장을 열었다.

1997년 IMF사태를 거치면서 정부는 1999년 주요기업에 대한 사업구조개편과 국가경쟁력 도모를 위해 발전설비부문을 한국중공업으로 일원화시켰고, 2년 뒤 2001년 한국중공업은 두산그룹으로 매각됐다. 이후 두산중공업은 에너지정책과 호흡을 같이 하면서 발전전원 다변화 등으로 인한 산업경제를 견인하는 한편 우리나라 에너지안보를 지켜왔다.

두산중공업에서 보유하고 있는 기술력이 곧 우리나라 에너지안보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음을 감안하면 두산중공업이 명예퇴직 등으로 자사 최고 자산인 기술자들을 포기하는 것은 우리나라 에너지안보를 포기하는 것과 진배없지 않나싶다. 에너지안보는 다양한 발전전원을 갖추고 있을 때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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