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바람
[기고]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바람
  • 에너지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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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0.18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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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중구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교수-
장중구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교수
장중구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교수

【에너지타임즈】 인간의 뇌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속단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인간의 뇌가 수백만 년간 진화를 거쳐 몸에 밴 본능의 영향 때문이라는게 관련 학자들의 주장이다. 과거 수렵과 채집 시절에는 환경에 대한 극도의 경계심이 생존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였으며, 빠른 반사신경 덕분에 선사시대의 우리 조상들은 어렴풋이 찍힌 호랑이 발자국을 보거나 덤불속에서 들려오는 부드러운 독사의 소리만으로도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오늘날의 사람들이 단순하고 극적인 세계관을 가지게 된 배경이라고 한다.

그러나 현대인이 본능에만 의존하여 올바른 의사결정을 할 수는 없다. 무슨말인가 하면, 국가 에너지전환정책과 같은 복합적인 문제를 품고 있는 정책이 마치 반사신경에 좌우되는듯 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2017년도 갑작스런 에너지전환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무리하게 수립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드러낸 현실과의 편차가 말해주듯 2019년도에 수립되는 제9차 계획은 확실한 근거와 합리적이고 종합적인 판단하에 수립되어야 한다

사실 에너지전환 정책이 의도하는 목표는 깨끗하고, 안전하면서, 경제적인 에너지를 국민들에게 공급하는 것이다. 그런데 누구나 아다시피 현실세계에는 세 가지 조건을 100% 만족하는 에너지원이 없다. 때문에 지구상 어느 국가든 상기 3 가지 요소를 고려하여 국가적으로 가장 유리한 에너지믹스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즉, 에너지원 전환이 일부의 생각처럼 의지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총 에너지 소비량의 대략 95%를 수입하는 만큼 다른 나라들 보다 더욱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는게 사실이다.

환경적인 측면만 보더라도 에너지원 자체만이 아니라, 발전시설로 말미암은 환경파괴 문제도 고려되어야 한다. 기술적 안전성 역시 투자되는 비용과 직결된 문제이므로 단순화 시켜 말할 수 없는 문제이다. 게다가 경제성은 외교, 정치 및 경제 모든 사회적 문제와 연관되어 있기에 변수가 매우 클 수 밖에 없다. 특히 전기에너지 측면에서는 다음과 같은 문제들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대로 2030년까지 국내 총 생산전력의 20%를 변동성 전원인 태양광이나 풍력 등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해당 발전용량의 6~7배의 시설용량이 필요하다. 정격용량 대비 실효용량 면에서 원전은 0.81%/GW인 반면에 신재생전원은 0.12%/GW 이다. 그리고 그보다 심각한 문제는 총 설비 용량 비중으로 33.7%(58.5GW)나 되는 신재생 전원이 실효용량은 7.1%(8.8GW)에 불과함에 따라 수반되는 신재생 전원 발전전력의 막대한 변동성이다. 2030년 최대수요가 100.5GW 정도일 것으로 예상되는 전력계통이 이와같이 높은 출력 변동성을 안정적으로 수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파악조차 되지 않은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 경제성을 이야기 할 때 신재생 전원의 발전단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신재생 전원의 낮은 실효용량 외에 간헐성을 보완 하기 위하여 신재생전원의 실효설비 용량 이상의 예비전원설비 건설 및 운영비용을 합리적으로 반영하였다는 근거를 찾아보기 어렵다. 그리고 간헐성 전원은 발전설비 자체 외에도 송배전 계통의 수용성 확보를 위한 설비 및 기술투자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함은 물론이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송전망 접속능력 부족, 전력공급의 불안정성 등으로 인해 생산능력 만큼 전력을 생산하지 못하는 기풍(棄風)・기광(棄光) 현상을 빚고 있다고 한다.

한편, 신재생 전원은 분산전원이므로 송배전 계통에 부담을 주지 않아 송배전선로 신증설 부담이 적고 그만큼 중앙집중식 발전설비에 비해 경제적 효과가 있음을 강조하여 왔으나, 최근 전라남도는 신안군 해상에 8.2GW의 풍력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발표 하였으며, 그보다 먼저 새만금개발청은 새만금 간척지에 총 3GW 용량의 태양광 및 풍력 발전설비 건설계획을 발표함으로써 그와 같은 주장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8.2GW 면 무려 1,000MW 급 원자력 혹은 화력발전소 8기에 해당하는 국내에서도 드문 대규모 발전단지 이다.

국가 에너지전환정책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획실한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뒷받침되어야 함이 너무나도 명백한 일이기에, 금번에 수립되는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정책적 의지를 앞세우기보다, 이상에 언급한바와 같은 현실적인 여건과 과제들을 충실하게 고려하여 수립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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