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석탄발전 특조위 조사결과…결론은 퍼즐 맞추기?
[데스크칼럼] 석탄발전 특조위 조사결과…결론은 퍼즐 맞추기?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9.09.17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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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철 에너지타임즈 편집국장-

【에너지타임즈】 지난해 12월 발생했던 태안화력 컨베이어벨트 사망사고 관련 故 김용균 씨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장지 위한 석탄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가 4개월 간 진행한 조사결과를 지난달 내놨다. 그 결과는 분야별 모든 전문가들이 동원됐지만 여간 실망스러운 것이 아니다. 이 위원회는 당초 故 김용균 씨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함께 석탄발전 내 석탄취급설비 운전환경에 대한 문제점을 짚어보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에 목적을 뒀지만 그 결과는 부실하기 그지없어서다. 심지어 이미 정해진 결론에 목적을 맞춘 것이 아닌지 의구심마저 든다.

이 위원회는 결과보고서를 통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정부의 전력산업구조개편정책으로 2001년 한전에서 한국수력원자력(주)과 한국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발전(주) 등 발전공기업이 자회사로 분사됐고, 발전공기업 경상정비업무와 석탄취급설비·환경설비 운전업무 관련 시장은 기술경쟁 도입과 그에 따른 비용절감 등을 이유로 민간에 개방되는 등 이 사고의 원인으로 민영화정책과 외주화정책을 손꼽았다.

그러면서 이 위원회는 석탄취급설비·환경설비 운전업무 관련 발전공기업이 현장노동자를 직접고용하고, 경상정비업무 관련 한전KPS로 통합하는 것을 권고했다. 또 중·장기적인 해법으로 전력산업을 전력산업구조개편 이전 한전을 중심으로 수직통합을 검토하는 한편 당장 발전공기업을 통합할 것을 권고했다.

겉으로 보면 그럴듯한 결과로 보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딱히 그렇지 않다. 대한민국에서 분야별 전문가들이 모여 내놓은 결론치고는 부족함이 없잖아 있기 때문이다. 원인을 제대로 진단하지 못하니 제대로 된 해법이 제시될 수 없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논리다.

故 김용균 씨 사망사고는 석탄발전소에 발전연료인 유연탄을 공급하는 과정 중에 발생했다. 석탄취급설비는 부두에서 정박한 수송선에서 유연탄 하역을 시작으로 보일러에 연료인 유연탄을 투입하는 것까지의 과정에서 필요로 하는 설비를 일컫는다. 故 김용균 씨가 관리하고 운영했던 설비가 바로 이 석탄취급설비다.

석탄발전 내 석탄취급설비 환경이 열악하게 된 배경은 표면적으로 보면 2001년 발전공기업이 한전으로부터 분사한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조금 더 심도 있게 살펴보면 당시 개설된 전력시장이다. 2001년 개설된 전력시장은 현재까지 발전단가가 낮은 순서대로 발전소를 가동하는 이른바 경제급전으로 급전순위를 정하고 있다. 급전순위는 발전사업자 수익과 직결되는 부분인 탓에 그만큼 민감할 수밖에 없다.

발전공기업은 분사 후 발전단가를 낮추기 위해 고(高)열량과 저(低)열량의 유연탄을 혼소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석탄취급설비 운영환경은 열악해지기 시작했다. 혼소비율이 높아지면서 이 환경은 더욱 열악해졌다. 현재 발전공기업들이 운영하는 석탄발전소는 고(高)열량 유연탄을 사용하는 것으로 설계돼 있다. 이 문제는 설계된 연료를 사용하지 않음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인 셈이다.

발전공기업 관계자들은 석탄발전소가 최대 출력에 이르면 보일러가 헉헉된다는 표현을 종종 쓴다. 고(高)열량과 저(低)열량의 유연탄을 혼소하다보니 보일러에 공급되는 연료량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연료량이 늘어나니 유연탄을 취급하는 석탄취급설비 운전환경도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고(高)열량과 저(低)열량의 유연탄을 혼소하는 작업이 추가됐고, 컨베이어벨트에서 바닥으로 떨어지는 유연탄량도 상대적으로 많아지는 한편 분진도 그만큼 많아질 수밖에 없다. 이뿐인가. 보일러 정비과정에서 석탄재가 보일러 내벽에 엉겨 붙어 돌이 되는 현상도 많아져 위험요인이 되고 있다.

故 김용균 씨가 무리하게 작업을 했다면 이 또한 혼소에 따른 문제다. 일반적으로 고(高)열량 유연탄은 휘발성을 갖고 있지 않아 자연발화의 위험에서 다소 자유롭지만 저(低)열량 유연탄은 휘발성을 갖고 있어 자연발화 위험성이 높다. 저(低)열량 유연탄이 컨베이어벨트에서 떨어진다면 화재의 위험에 곧바로 노출되는 셈이다. 그래서 현장근로자들은 바닥으로 떨어진 혼소유연탄을 제거하는 작업에 시간을 늦출 수 없다. 이 과정에서 현장노동자들은 죽음으로 내몰릴 수 있는 압박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또 발전공기업이 바닥으로 떨어진 유연탄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지저분해서가 아니라 자연발화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서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 위원회가 권고한대로 발전공기업이 석탄취급설비·환경설비 운전업무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한다고 해서 석탄취급설비 운전환경이 개선될 수 있을까. 발전공기업이 한전으로 통합된다고 해서 이 문제가 개선될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같은 방법으로 석탄취급설비 운전환경이 좋아질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진단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처방도 나오지 못한 셈이다. 이 위원회가 내놓은 권고안은 소속만 바뀌었을 뿐 노동자들을 또 다시 위험으로 빠뜨리는 임기응변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제2의 김용균, 제3의 김용균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위원회는 문제가 혼소에 있었다면 고(高)열량과 저(低)열량의 유연탄을 혼소하지 않고 발전공기업이 고(高)열량 유연탄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전력시장제도를 개선하는데 더 많은 고민을 했어야 옳다. 고(高)열량과 저(低)열량의 유연탄을 혼소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전력시장제도를 개선하는 등의 권고안이 나왔어야 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석탄발전 석탄취급설비·환경설비 운전업무 관련 현장노동자를 발전공기업이 직접 고용, 경상정비를 한전KPS로 일원화시키는 권고안을 만들어내는데 이 위원회가 모든 신경을 곤두세웠다는 의구심을 조처럼 떨쳐버릴 수 없다. 게다가 이 위원회가 발표한 결과보고서에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적잖게 있기도 하다.

먼저 석탄취급설비·환경설비 운전업무를 발전공기업이 직접 고용하는 것이 바람직했다면 경상정비업무도 발전공기업이 직접 고용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물론 경상정비업무 전담 공기업이 있기 때문이라면 한전산업개발도 그에 못지않다. 한전산업개발은 80%에 육박하는 시장점유율을 보유하고 있고 한전의 자회사였던 점을 감안할 때 한전이 자유총연맹 지분 중 최소 12%만 매입한다면 온전한 공기업이 되기 때문이다. 이 위원회는 이 문제를 충분하게 고민하지 않았다는 단적인 면이 아닐 수 없다. 형평성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뜻이다.

이뿐만 아니라 이 위원회가 이 권고안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방향을 잡았다면 발전공기업과 하청을 받은 민간정비기업 등을 악덕기업으로 만들어야 했을 것이다.

이 위원회는 故 김용균 씨가 작업지시를 다 지켰지만 사망했고 서부발전과 한국발전기술(주)이 은폐를 했다고 지적했다. 故 김용균 씨에게 잘못이 없다면 사업자에게 잘못이 있다는 것이 이 위원회의 결론인 셈인데 이 같은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선 故 김용균 씨가 사망에 이르게 된 사고경위 등이 명확하게 밝혀져야만 은폐의혹여부도 명확해진다. 그렇지만 이 위원회는 사고경위를 제시하지 못했다.

또 이 위원회는 건강보험료를 역산해 인건비 지급액을 추정하는 방법으로 민간정비회사가 노무비를 절반가량 착복했고, 심지어 태안화력 5호기 계획예방정비에 한 민간정비회사는 노무비를 3.4%만 지급했다고도 지적했다. 이 공사에 필요한 인력이 100명인데 단 3명만 이 공사를 했다는 얘기가 된다.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 논리인 셈이다.

태안화력 컨베이어벨트 사망사고는 우리 사회에 많은 숙제를 남겼다. 그 동안 사각지대에서 관심을 받지 못했던 석탄발전 석탄취급설비 운전환경문제도 개선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그렇지만 이 위원회는 그 희망의 불씨를 살리지 못했다. 제대로 된 진단과 제대로 된 처방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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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취급설비 에이스 2019-09-19 23:06:02
고 김용균씨의 사망사고를 규명하기 위한 특별조사위원회 이며,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 몰고 있는 하청 업체의 착복과 관행들을 없애기 위해서 직고용을 권고한다는 것이지 않습니까?
전력체제가 아쩌고 저쩌고는 돈 아낄려고 저렴저질 석탄 구매하는 발전5사가 해결 해야 하는 부분이 아닐지..
수십년동안 석탄취급설비 운전원으로 근무 하신분들이 그런것도 모르고 있을까 과연... 그리고 발전사 하청직원이 얘기 하면 들어나 줍니까!? 관리감독관들 콧방귀도 안뀔텐데 ㅉ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