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발전소와 탄광, 목숨 무게 다르지 않다
[데스크칼럼] 발전소와 탄광, 목숨 무게 다르지 않다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9.07.29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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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타임즈 김진철 편집국장-
김진철 에너지타임즈 취재팀장.
김진철 에너지타임즈 편집국장.

【에너지타임즈】 어떤 경우에든 목숨의 무게가 다를 순 없다. 문재인 정부가 안전을 국정과제 최우선에 두고 있는 이유도 있지만 이는 시대정신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산업부가 바라보는 목숨의 무게가 다르다는 느낌을 좀처럼 지울 수 없다.

지난 25일 김정회 산업부 자원산업정책관(에너지안전전문위원회 간사위원)은 제9차 에너지안전전문위원회 회의에서 올 상반기에만 두 차례에 발생한 안전사고로 7명의 사상자를 낸 기관인 석탄공사에게 경고하고 기관장에게 경고했다. 그러면서 김 국장은 안전관리시스템 보완 등 근로자 안전 확보를 위해 노력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 같은 후속조치로 탄광 내 채탄작업환경이 좋아질 수 있을까. 물음표를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이에 앞선 지난 3월 27일 석탄공사 장성광업소에서 가스연소사고가 발생해 근로자 1명이 숨지고 5명이 다치는 큰 사고가 발생했다. 그에 앞선 지난해 12월 태안화력 석탄취급설비 내 컨베이어벨트사고로 1명이 사망하는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공통점은 석탄과 관련된 일을 하는 근로자라는 점이다. 다만 산업부가 이 사고를 바라보는 시각과 대처는 너무나 상이하다.

태안화력 컨베이어벨트사고는 여론의 관심을 받으면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고, 산업부가 재발방지대책을 위한 다양한 대책을 정책에 반영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지금도 고민하고 있다. 심지어 문제의 현장에 무인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방법까지 고려하고 있다. 반면 장성광업소 가스연소사고에 대해선 산업부는 재발방지대책은 고사하고 기관과 기관장에게 경고를 하면서 서둘러 사태를 봉합하려는 것 같은 느낌을 좀처럼 버릴 수 없다.

석탄발전소 내 석탄취급설비현장과 석탄을 채굴하는 채탄현장 중 열악한 환경은 채탄현장일 수밖에 없다. 물론 과거 막장으로 불리던 시대와 견줄 때 지금의 채탄현장은 일부 자동화 등으로 작업환경이 좋아졌다고는 하나 작업현장이 길게는 수 km 지하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 하나만으로 기본적인 위험요소를 안고 있는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산업부가 세심한 과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다.

물론 산업부가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채탄현장에 투자를 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지만 문 대통령은 그 어떤 것보다 안전을 최우선에 두겠다는 의지를 밝힌 만큼 이 부분에 대한 명분은 힘을 잃었다고 볼 수 있다.

산업부가 채탄현장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는 또 있다. 현재 채탄현장은 지하로 더 깊어지고 있는 반면 구조조정으로 탄광근로자들이 줄어들고 있는 것. 쉽게 설명하면 채탄현장은 시간이 흐를수록 현장이 깊어지는 탓에 탄광근로자를 더 필요하나 구조조정으로 100명이 근무하던 현장은 90명으로 줄고, 90명이 근무하던 현장은 80명으로 들어드는 등 매년 이 같은 현상이 반복된 결과 채탄현장에서 근무하는 탄광근로자들은 해를 거듭할수록 위험에 더 노출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할 때 채탄현장에서 근무하는 탄광근로자들은 안전매뉴얼을 무시하는 행위들을 일반화시키자는 악마의 속삭임에 늘 노출될 수밖에 없다.

적어도 채탄현장이 열악해지고 탄광근로자들이 줄어들었다면 산업부가 자동화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놨어야 바람직했으나 구조조정 대상기관이란 이유만으로 그 동안 방관하고 있었던 셈이다. 탄광사고가 발생하면 산업부가 대처해왔던 대책은 기관과 기관장에 경고를 하는 땜질식 처방으로 일관해 왔기 때문이다.

탄광근로자들이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큰 밑거름이 됐다는 것에 대해 의심할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들의 피와 땀으로 다양한 산업들이 성장했고 현재에 이르고 있다.

당시 정부는 우리나라 제1호 공기업으로 석탄공사를 설립한데 이어 탄광근로자들을 모아 채탄현장으로 보냈고, 1988년 도시가스공급 등으로 인해 연탄수요가 줄어들면서 그 필요성이 줄어들자 정리를 결정했다. 그래서 석탄공사는 현재 구조조정 대상기관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언제가 될지 알 수는 없지만 탄광이 문을 닫고 석탄공사가 문을 닫을 때까지 마지막 남은 1명의 탄광근로자까지 모두 퇴사할 때까지 이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건 분명 정부의 몫이다.

이와 함께 석탄산업은 남한에서 사양산업이지만 남북경제협력이 활성화될 경우 이 산업은 북한에서 신산업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산업부가 석탄공사를 청산하지 않고 구조조정으로 선회한 이유 중 하나다.

남북경제협력으로 북한 석탄시장이 열렸을 때 석탄공사가 제대로 대처를 할 수 있을지 여부도 현재로선 장담할 수 없다. 남한 내 채탄현장이 북한 내 채탄현장보다 조금 더 좋다고 해서 북한이 남한에 이 석탄사업을 맡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물론 한민족이란 프리미엄이 있긴 하나 자국 국민들의 목숨을 볼모로 남한에 이 사업을 맡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산업부가 탄광근로자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국민혈세를 투입한다는 것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주무부처인 산업부가 이대로 손을 놓아서는 안 된다. 필요하다면 석탄공사에 새로운 임무를 부여하는 등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을 병행해야 한다.

산업부가 안전사고 발생을 이유로 기관에게 경고하고 기관장에게 경고할 정도로 스스로 책임을 다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기관에게 경고하고 기관장에게 경고하는 것은 안전할 수 있는 충분한 요건이 갖춰졌을 때 가능한 후속조치다.

정부는 절대 목숨의 무게를 달리 봐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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