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공공기관! 먼저 자기중심적 조직문화 버려라
[데스크칼럼] 공공기관! 먼저 자기중심적 조직문화 버려라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8.10.05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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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철 에너지타임즈 편집국장-

【에너지타임즈】 문재인 정부가 출범 후 공공기관에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공공기관들은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자기중심적 조직문화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과 국민은 보이지 않는 유리벽을 중간에 두고 있지 않았나싶다. 겉으로 보기엔 국민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공공기관이 정권의 수족노릇을 한 부분을 부정할 수는 없다. 현 정부는 공공기관에게 이 유리벽을 깨고 국민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데 앞장서 달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그럼에도 공공기관 국정과제 담당자들은 ‘더 거창하게, 더 아름답게, 더 화려하게’를 외치고 있다. 물론 경영평가 등 실적을 만들어내야 하는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는 거창하거나 화려하지 않은, 이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월 주재한 공공기관장 워크숍에서 공공기관 혁신 우수사례로 300곳이 넘는 공공기관 중 동서발전과 철도공사 등 2곳만 소개했다. 그는 동서발전 관련 노사합의를 바탕으로 초과근무수당 등으로 절감한 재원으로 신규인력 72명을 추가로 채용한 것에 대해 아주 값진 큰 결실이라고 평가했다. 또 철도공사 관련 지자체와 협력해 산간벽지주민들이 손쉽게 철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철도역까지 공공택시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국민이 필요로 하는 것을 세심히 살핀 것을 높이 평가했다.

물론 동서발전과 철도공사 등 2곳보다 더 거창하고, 더 아름답고, 더 화려한 혁신을 한 공공기관이 왜 없을까.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 후 공공기관 관계자들은 자신들도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하찮게 보거나 ‘저 정도가 우수사례’라고 비웃는 경우도 있었다. 중요한 것은 할 수 있는 일이지만 하지 않았다는 것이 아닐까싶다.

최근 국정과제를 담당하는 공공기관 직원들은 피가 말라간다고 속내를 털어놓는다. 공공기관 혁신, 사회적 가치 창출, 일자리 창출 등 사람 중심 국정과제를 이행할 수 있는 아이템을 만들어내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템 발굴의 가장 큰 걸림돌은 자기중심적인 조직문화다. 이 문화는 내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국민에게 봉사할 필요가 없고, 괜한 불씨를 남겨둘 필요가 없다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예를 들어보면 이렇다.

에너지공공기관에서 노트북이나 태블릿PC 등의 사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기본적으로 와이파이를 제공하지 않는데다 스마트폰을 모뎀으로 와이파이를 생성한 뒤 인터넷을 연결하는 기능인 테더링 등도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인터넷을 연결할 수 없어 당황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된다.

현대사회에서 와이파이를 통해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는 곳을 찾는 것이 빠를까, 아니면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없는 곳을 찾는 것이 빠를까. 이 서비스는 그 만큼 보편화된 서비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공공기관이라면 국민들은 공공기관에게 무엇을 더 기대할 수 있을까.

왜 그럴까. 공공기관 관계자들은 대부분 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이유로 보안을 손꼽는다. 와이파이는 보안에 취약하다는 점과 함께 국가정보기관에서 이를 제한하고 있는 탓에 불가능하다고 설명한다. 모두의 대답이 한 치의 오차도 없었다.

과연 그럴까. 서부발전 본사를 방문한 방문객들은 와이파이를 통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 심지어 스마트폰 테더링을 이용하지 않고 서부발전에서 제공하는 와이파이를 안내데스크에서 비밀번호를 받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서부발전 보안 관계자는 서부발전에서 제공하는 와이파이는 내부망과 철저하게 분리돼 있는데다 한정된 공간에서만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어 보안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다른 기관 관계자들의 설명대로라면 서부발전은 보안에 취약한 기관이다. 그렇지만 서부발전에서 보안이 문제가 된 적은 거의 없다. 보다 선진화된 보안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어 벤치마킹 대상이 될 정도다.

왜 그럴까. 서부발전을 제외한 에너지공공기관들은 스스로 국가정보기관 권고를 합리화시키고 있다. 그 이면에는 괜한 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없고, 그 부담을 조직이 떠안을 필요가 없다는 자기중심적인 조직문화가 만들어낸 결과로 아니 볼 수 없다.

현 정부에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공공기관 혁신, 사회적 가치 창출, 일자리 창출 등 국정과제는 자기중심적인 조직문화를 버려야만 성과를 낼 수 있다.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지레짐작 겁을 먹고 이를 외면할 것이 아니라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부분을 면밀히 검토한 뒤 선제적으로 방어하거나 예방하는 것에 공공기관은 더 많은 고심을 해야만 성과를 낼 수 있다.

특히 포 떼고 차를 떼다보니 국정과제 이행이 더딜 수밖에 없다. 아이템이 없다고 한숨 쉴 것이 아니라 하찮게 보여 질 수 있는 일이지만 국민이 필요로 한다면 해야 한다는 보다 성숙한 문화가 만들어져야만 공공기관은 국민의 신뢰를 받고, 국민과 함께 더불어 살아갈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는 곧 공공기관이 수행해야 할 첫 번째 임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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