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망자가 된 중부발전 직원, 그들이 남긴 흔적
[기자의눈] 망자가 된 중부발전 직원, 그들이 남긴 흔적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8.01.28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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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타임즈 김진철 기자-
【에너지타임즈】지난해 초 사드부지 관련 군산바이오에너지 입찰논란이 불거졌고 중부발전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러더니 중부발전 임직원 2명이 스스로 삶을 포기하는 사태로 이어졌다. 망자는 말이 없기 때문에 이들이 지인에게 남긴 마지막 말들을 따라가 본다.

이 논란은 사드부지협상타결에 따른 보은특혜란 의혹으로 출발했으나 정권교체 후 중부발전 임직원 일탈로 전환되는 분위기로 이어졌다.

이 논란과 관련 박 前 대통령 탄핵 후 업무가 정지된 상태에서 공기업인 중부발전이 군산바이오에너지 입찰에 관여했을 가능성은 극히 낮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데다 문제의 5차 기술경제성평가가 진행되던 시점은 문 대통령으로 대세가 기울어져 있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연결고리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 업계에 파다했다. 이뿐만 아니라 입찰금액이 6000억 원에 달한다고는 하나 롯데건설이 실제로 얻게 될 이익이 중국에서의 사업장 철수 등을 포기할 만한 프로젝트는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부발전이 군산바이오에너지 입찰에 관여한 권한도 전혀 없다. 특수목적법인인 군산바이오에너지에 대한 중부발전 지분은 19%, 하나금융그룹 등 금융기관에서 나머지 81%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부발전이 군산바이오에너지를 자회사로 두기 위해선 지분 30%이상을 보유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회사는 중부발전의 자회사가 아니라 출자회사인 셈이다.

산업부와 검찰이 감사와 수사방향을 잘못 잡았음을 유추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들은 중부발전 건설을 담당하는 부서보다 출자회사를 담당하는 부서로 방향을 잡았어야 바람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왜 건설을 담당하는 부서에 감사와 수사를 집중했는지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혹 중 하나다.

당시 논란이 불거지자 산업부는 군산바이오에너지 관련 감사에 착수했고, 골프접대 등 중부발전 직원들의 일탈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면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수사를 의뢰받은 검찰은 수사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중부발전 내 2명의 임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지난해 8월 24일 15시 15분경 김흥록 중부발전 前 건설사업처장이 사택 13층에서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6개월 뒤 곽병술 중부발전 기술본부장은 사택 내 번개탄을 피워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며, 지난 16일 09시 10분경 숨진 채로 발견됐다.

이들의 주검을 둘러싼 지인들의 증언들이 조심스럽게 이어지고 있다. 김 前 처장은 군산바이오에너지 입찰 관련 검찰로부터 수사를 받고 있었으며, 골프접대를 받았다는 것이 그에게 씌워진 혐의다.

본지 취재결과 김 前 처장은 지난 5월 5일 휴일에 롯데건설 직원들과 골프를 쳤다. 문제는 당시 롯데건설이 골프장 예약 관련 골프비용을 먼저 결제했다는 것. 뒤늦게 이를 안 김 前 처장이 곧바로 골프비용을 롯데건설 측에 건넨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중부발전 측은 청탁금지법을 근거로 그를 보직에서 해임했다.

애매한 표현이 될 수 있으나 청탁금지법에 위배된 것은 사실이지만 군산바이오에너지 입찰비리 관련 청탁을 받거나 골프접대를 받은 것은 아닌 셈이다. 또 김 前 처장이 논란이 불거지고 나서 골프비용을 돌려줬다면 분명 문제의 소지가 있었으나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김 前 처장이 유서로 ‘골프 한 번 친 것뿐인데 억울하다’와 ‘다 짜여 있었던 것 같다’ 등의 메모지를 남겼다. 지인들은 이렇게 말한다.

당초 이 자리는 곽 前 본부장이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김 前 처장에게 참여할 것을 요청했고, 김 前 처장은 이 자리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곽 前 본부장과 김 前 처장은 오랫동안 중부발전 내 건설업무를 하면서 호흡을 맞춰왔다고 주변의 지인들은 증언하고 있다. 다만 골프접대논란이 불거지자 이들은 서로에게 좋지 않은 감정이 쌓였던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이고 있다.

한 지인은 이 같은 현실에 대해 고인이 너무나 힘들어했고, 얼마나 억울했던지 위로의 말도 필요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곽 前 본부장도 힘들어하기는 마찬가지였다고 지인들은 입을 모은다. 검찰출석을 앞두고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에게 씌워진 혐의는 군산바이오에너지 입찰 관련 롯데건설 고위관계자와 통화를 했다는 것. 산업부의 감사결과 그는 지난 1월 6일, 3월 8일, 4월 27일, 5월 19일 네 차례에 걸쳐 전화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곽 前 부사장과 롯데건설 고위관계자와의 통화에서 군산바이오에너지 관련 대화를 나눴는지는 당사자만 알고 있는 일이지만 연관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 중부발전에서 건설 중인 서울복합화력 시공사로 롯데건설이 참여하고 있고, 곽 前 본부장은 이 프로젝트를 직접 관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정률 절반이상 진행된 이 프로젝트 관련 통화를 했을 가능성이 산업부의 감사와 검찰의 수사에서 전적으로 배제된 셈이다. 사내 전화가 아닌 핸드폰으로 통화를 했다는 것도 곽 前 본부장이 외부에서 전화를 걸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임원들은 차량 내에서 통화를 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한다.

생전 곽 前 본부장은 기자와 만나 기사화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산업부에 핸드폰을 건넨 것은 군산바이오에너지 관련 통화를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당당하게 제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 동안에도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고 밝혔던 곽 前 본부장은 김 前 처장의 주검으로 흔들리기도 했으나 명백함을 밝히기 위해 중부발전 신임 사장 공모에 응모하면서 5배수에 포함되기도 했다. 당시에도 기자와 만난 곽 前 본부장은 김 前 처장의 억울한 누명을 벗겨줘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훈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곽 前 본부장에게 롯데건설 고위관계자와 통화를 했느냐고 물었고, 그는 ‘네’라고 대답했다. 그 자리에서 그는 변명의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수모를 겪으면서까지 인내했다.

그런 그가 중부발전 신임 사장 공모에 돌연 사의를 표명하는 등 신변변화를 일으켰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그리고 그는 유서 한 장 남기지 않고 세상을 떠났다.

그는 지인들에게 딸 바보로 통한다. 딸에게 떳떳하기 위해서라도 모든 누명을 벗겠다고 지인들에게 입버릇처럼 말했다고 한다.

그런 그가 극단의 선택을 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알고 싶어도 망자는 말이 없기 때문에 알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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