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판매시장 개방…빚나간 정부의 분석 속속 드러나
전력판매시장 개방…빚나간 정부의 분석 속속 드러나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7.04.07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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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9주년> 에너지기능조정! 위험한 도박…①전력판매시장 개방
통신사보다 에너지기업의 선호도 높아
전기요금·통신요금 결합상품 찬밥신세
탄핵정국 후 새로운 국면 전환 점쳐져
【에너지타임즈】지난해 6월 발표됐던 에너지기능조정, 단연 이슈는 전력판매시장 개방.

그러나 제대로 된 논의가 되지 않은데다 분석마저 크게 빚나간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게다가 대통령 탄핵에 따른 새로운 정부의 출범으로 전력판매시장 개방은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당초 정부는 전력판매시장 개방으로 전기요금+통신요금 결합상품이 활성화될 것이란 대표적인 시너지효과로 내다보면서 관련 근거로 지난해 4월 전력시장 전면 개방을 한 일본의 분위기를 제시했다.

그러나 일본 전력시장에서 이 결합상품은 크게 활성화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진행된 한 설문조사에서도 새로운 전력판매사업자로 통신회사보다 도시가스회사 등 에너지기업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일각은 전력판매시장 개방을 두고 정부의 분석이 제대로 되지 않은데다 이 정책이 졸속으로 결정됐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6월 전력판매시장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동시에 단계적인 전력판매시장 개방으로 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소비자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고 새로운 서비스가 창출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전력판매시장 개방되면 다양한 결합상품이 출시되고 그에 따른 다양한 시너지효과가 있을 것으로 정부는 내다봤다. 특히 전력판매시장이 개방되면 전기요금 현실화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요인과 결합상품 출시에 따른 전기요금 인하요인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전기요금의 인상요인과 인하요인이 상쇄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전기요금+통신요금 결합상품을 내놨다. 당시 박 前 대통령이 주재한 공공기관 워크숍에서 국내 한 통신사는 소프트뱅크의 전기요금+통신요금 결합상품에 대한 주제발표를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전기요금+통신요금 결합상품이 대표될 수 있음을 공식적으로 내놓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야당이나 시민단체, 노조 등은 전력산업 민영화 단초라고 진단하면서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민영화 탈을 쓴 정책이란 주장과 함께 제대로 논의되거나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만큼 다시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훈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전력판매시장 개방 관련 전기사업법 상 이미 개방돼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한 뒤 한전의 전력판매 독점권을 명시한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지난해 7월 대표발의 했다.

이 법안은 현행 전기사업법에 전기판매사업자가 한전으로 한다는 조항을 신설해 전력판매시장 개방을 원천적으로 이뤄지지 못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의원은 “정부에서 납득하지 못할 이유로 전력판매시장을 민간에 개방하는 독단을 막기 위해 이 법안의 발의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러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에서 당초 제대로 논의되거나 분석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책이 추진된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정부에서 대표사례로 손꼽은 전기요금+통신요금 결합상품이 활성화되지 못한 것이 그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4월 전력시장을 전면 개방한 일본에서 이 결합상품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또 최근 에너지경제연구원에서 실시한 설문조사가 이 결합상품 활성화가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지난해 4월 전력시장을 전면 개방한 일본, 일본 전력시장에서 가스회사가 호조를 보인 반면 통신회사는 고전을 면치 못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가스회사는 그 동안 구축해 온 가스판매망을 활용한 새로운 계약을 순조롭게 진행하는 한편 통신회사는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는데 애를 먹고 있는 눈치다.

전기요금+통신요금 결합상품이 출시돼 활성화될 것이란 정부의 판단은 크게 빗나간 셈이다.

게다가 정부에서 기대했던 전기요금+통신요금 결합상품에 대한 우리나라 전기고객 선호도가 낮다는 설문조사결과가 나왔다. 적어도 새로운 전력판매사업자로 통신회사를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 에너지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전 이외의 기업에서 전기를 판매한다면 회사를 변경할 의향이 있느냐고 물어본 결과 응답자 중 25.4%가 한전을 유지하겠다고 응답한 반면 새로운 회사로 변경하겠다는 응답자는 5.6%에 머물렀다.

산업유형별 전력판매시장 진출에 대한 선호도조사에서 에너지기업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반면 서비스기업에 대한 선호도는 정부의 예상과 달리 크게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산업유형별로 살펴보면 ▲도시가스회사 39.6%(반대 29.6%) ▲지역난방회사 38.4%(29.5%) ▲정유회사 29.1%(38.6%) ▲이동통신회사 18.4%(57.4%) ▲건설회사 16.8%(55.7%) ▲인터넷 포털회사 15.8%(59.9%) ▲금융회사 15.2%(60.9%) ▲케이블(위성)방송회사 14.6%(58.6%) ▲자동차회사 13.5%(60.7%) ▲유통회사 12.7%(62.6%) 등의 순으로 전력판매사업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함께 일본의 전력시장 전면 개방과 관련해서 일본 국민들은 그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력회사 전환에 따른 할인 등의 기대효과가 미미한데다 전력회사 전환절차가 복잡하다는 것이 대표적인 걸림돌로 손꼽히고 있다.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의 마케팅조사기업인 크로스마케팅그룹은 전력판매시장 전면 개방 전후 전력회사 전환 의향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력판매시장 전면 개방 전인 지난 2월 조사에서 전력회사 전환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응답자 10명 중 3명이 지난 9월 조사에서 전력회사를 전환할 의향이 없어졌다고 응답을 했다고 밝혔다.

지난 9월 진행된 조사는 지난 2월 조사대상 5000명을 추적한 뒤 진행됐으며, 이중 2772명이 응답했다.

지난 2월 조사에서 전력회사 전환 의향을 낸 응답자는 1208명 중 실제로 전환한 응답자는 12.7%, 계속 검토하고 있다는 응답자는 45.9%인 것으로 각각 집계됐다. 특히 계속 검토하고 있다는 응답자 중 36.1%는 전기요금이 저렴하게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전력회사 전환을 꺼리고 있다고 응답했다.

반면 지난 2월 조사에서 전력회사 전환 의향이 없다고 응답한 응답자는 428명. 이중 7.0%는 전력회사를 전환했고, 4.7%는 전력회사 전환을 검토 중인 것으로 의향이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 고위관계자는 “팩시밀리·복사기·프린트 등의 기능을 하나로 묶은 복합기는 생산단가를 줄일 수 있고, 통신회사에서 출시한 인터넷과 IPTV 등의 결합상품은 같은 인터넷 라인을 사용하는 탓에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른 전기요금은 다른 상품과 결합할 경우 정부에서 기대하는 것만큼 시너지효과를 내지 못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런 측면에서) 만약 한전이 전기요금과 전력선통신(PLC)을 결합한 상품이 출시한다면 같은 전선을 통해 전기와 인터넷서비스를 함께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자칫 전기요금과 통신요금 등과 결합된 상품이 출시될 경우 전기요금과 다른 요금 간 교차보조가 발생할 수 있어 정작 소비자는 전기요금에 둔감해질 수 있고 자칫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시너지효과 측면에서도 이번 정부의 전력판매시장 개방은 한전을 민영화하는데 초점을 맞춘 정책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전력산업구조개편은…

전력산업구조개편은 발전분할과 배전분할 등을 거쳐 전력판매시장을 개방하는 것을 목표로 2001년 본격화됐다. 당초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발전분할과 배전분할 등을 거쳐 전력판매시장을 전면 개방해야 했으나 발전분할 이후 2003년 노사정위원회 결정으로 배전분할은 잠정 중단됐다. 이후부터 배전분할과 전력판매시장 전면 개방은 발전·판매겸업과 전력판매경쟁 등의 다양한 형태로 논란이 거듭됐으나 번번이 무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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