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ABC□EFG…‘□’ 빼먹은 원전당국과 한수원
[사설] ABC□EFG…‘□’ 빼먹은 원전당국과 한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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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2.18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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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타임즈】원전에 대한 신뢰가 추락을 하고 있다. 월성원전 1호기 계속운전 조치를 취소하라는 법원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창피하게도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행정적인 문제가 불거졌고, 이 여파는 기술적인 문제로 진화됐다.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넌다고 국민을 안심시켰던 원전당국이 실수 아닌 실수를 한 것이다. 때에 따라 행정적인 문제는 중요도에 따라 생략될 수 있으나 원전당국은 절대 그래선 안 된다. 그런 차원에서 원전당국은 행정적인 절차를 단순한 행정절차로 본 결과 오늘의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월성원전 지역주민 등 모두 2167명은 월성원전 1호기 계속운전 관련 기술적인 문제보다 운영변경 허가심의를 위해 제출해야 할 서류들이 제출되지 않았으며, 당시 변경허가 기준을 충족하는지에 대한 심의마저 없었던 점을 고려할 때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월성원전 1호기 수명연장 허가는 위법한 처분이라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행정소송을 냈다.

지난 7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는 1심에서 원고 일부승소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원자력안전법령에서 요구하는 계속운전을 위한 운영변경허가사항 전반에 대한 변경내용비교표가 제출되지 않았다면서 월성원전 1호기 계속운전을 위한 안전성 평가와 그 심사를 앞두고 운영변경허가사항에 해당하는 설비교체가 여러 건 진행됐으나 이에 대한 허가가 원자력안전위원회 과장 전결로 이뤄진 것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이뿐만 아니라 재판부는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월성원전 1호기 계속운전 가부를 판단하기 위한 자료인 안전성 분석보고서에 계속운전기간 10년으로 한다는 내용만 추가돼 있고 설비교체를 위한 허가사항 변동내용은 전혀 기재돼 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월성원전 1호기 계속운전을 위한 허가사항의 세부적인 변동내역을 파악하지 못한 채 의결했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적법한 심의·의결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 위법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태는 기술적인 문제보다 행정적인 절차상의 허점이 드러나면서 커지고 있다. 그러면서 행정적인 절차상의 허점은 기술적인 문제로 번져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항소할 뜻을 밝힌 만큼 법적인 문제는 앞으로 두고 볼 일이지만 그에 따른 여파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대선이 눈앞에 있는데다 대선예비후보자들이 신규원전건설을 지양하고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원전을 중심으로 영구정지를 해야 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원전에 대한 계속운전이 조만간 논란의 중심에 설 것이 자명한데 이 사태가 불필요한 논란의 불씨를 지피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월성원전 1호기 가동여부가 아니다. 앞으로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원전들이 이 여파에 고스란히 노출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앞으로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원전의 계속운전 논의과정에서 꼬리표처럼 회자될 것이 분명하다.

먼저 이미 한 차례 수명연장 한 월성원전 1호기가 2022년 설계수명이 완료되는 것을 기점으로 ▲고리원전 2호기(설계수명만료 2023년) ▲고리원전 3호기(2024년) ▲고리원전 4호기(2025년) ▲한빛원전 1호기(2025년) ▲한빛원전 2호기(2026년) ▲월성원전 2호기(2026년) ▲한울원전 1호기(2027년) ▲월성원전 3호기(2027년) ▲한울원전 2호기(2028년) ▲월성원전 4호기(2029년) 등 오는 2028년까지 매년 1기에서 2기씩 설계수명이 만료된다.

이 원전에 대한 계속운전 여부논의가 제대로 진행이나 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이 사태를 정리해보면 원전당국은 ‘ABC□EFG’에서 ‘□’를 빼먹은 꼴이다. 별일 아니라는 반응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누구나 ‘D’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원전당국은 ‘ABCDEFG’란 정확한 정답을 내놨어야 한다. 안전에 문제가 없을 것이란 정무적인 판단이 원전에 대한 신뢰를 깨 버린 꼴이 됐다.

원전은 안전성과 함께 신뢰성이란 기반 위에서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전당국은 가장 기본이 되는 행정적인 절차마저 국민에게 신뢰를 주지 못한 결과를 만들어냈다.

원전당국은 국민적 지탄을 받아야 마땅한 일을 했다. 충분한 반성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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