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치킨게임…쌓인 재고 탓에 끝나도 끝난 거 아냐
유가 치킨게임…쌓인 재고 탓에 끝나도 끝난 거 아냐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6.04.07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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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산유국-시장점유율 뺏길까 감산 합의 가시밭길
美 셰일오일업계-이해관계 얽혀 집단적 감산 불가능
공급과잉 장기화 따른 재고…수요-공급 불균형 유지

【에너지타임즈】석유수출국기구(OECD)와 미국 셰일오일업계 간 치킨게임으로 시작된 저유가시대, 그 늪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잃으면서 유가가 급락한 가운데 불균형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당장 이달에 주요 산유국들이 회의를 갖고 동결과 감산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지만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 치킨게임은 한 쪽에서 감산이란 백기를 들어야 매듭지어질 일이지만 어느 쪽도 녹록찮다.

석유수출국기구 측은 산유국에서 감산할 경우 유가가 오르게 되고, 그 결과 미국 셰일오일업계가 증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유가는 다시 저유가기조로 돌아가게 될 것이란 논리를 펴고 있다.

최근 주요 산유국이 생산량 동결에는 합의점을 찾았지만 이 합의가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데다 최근 경제제재가 해제된 이란이 증산을 강행하고 있어 당분간 석유수출국기구 측에서의 감산은 불가능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동결에 대한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있으나 감산에 대한 가능성은 사실상 없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미국 셰일오일업계 측은 감산과 관련해 석유수출국기구 측보다 더 암담하다.

이 업계는 다국적 기업들과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탓에 석유수출국기구처럼 집단적인 감산을 한다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설령 저유가기조를 버티지 못해 도산하는 셰일오일기업으로 인한 감산효과로 유가가 회복되더라도 다른 기업이 증산으로 이 물량을 채우면 유가는 다시 하락될 것으로 관측되면서 사실상 감산이 불가능한 구조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전통유전의 경우 10년이란 긴 시간이 걸리지만 셰일유전은 불과 8개월이면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이유로 당분간 유가가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더해 가령 치킨게임이 끝나더라도 2014년부터 시작된 공급과잉으로 쌓인 재고가 유가를 회복시키는데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추는데 최소 5년 이상이 걸릴 것이란 전망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올해 초 20~80불 다양한 전망 쏟아져
2/4분기 접어들며 30불 엎치락뒤치락


올해 유가가 배럴당 20달러부터 80달러까지 다양할 것이란 전망이 쏟아졌다.

시티그룹(Citi Group)은 올해 초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미국 셰일오일업계 생산효율성 제고로 더 낮은 유가에도 견뎌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석유수출국기구가 증산으로 생산단가가 상대적으로 높은 셰일오일을 축출하려는 전략을 펼칠 경우 유가가 배럴당 20달러대로 추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석유수출국기구가 감산하지 않으면 유가가 반등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당시 골드만삭스그룹(Goldman Sachs Group)도 유가가 배럴당 20달러대까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석유수출국기구가 미국 셰일오일업계에 백기를 들고 감산하거나 셰일오일기술이 진화되지 않거나 셰일오일업계가 백기를 들면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으로 촉발된 유가는 점차 균형을 잡으면서 올해 최대 80달러까지 유가가 회복될 것이란 조심스러운 관측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국제유가전문가협의회는 올해 초 유가를 지난해와 비슷한 배럴당 40~50달러 수준에서 형성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이들은 공급요인으로 유가 급락이 촉발됐으나 회복은 수요요인에 더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평가하면서 이 같은 이유로 단기간 내 공급과잉현상이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다.

올해 2/4분기로 접어든 유가는 배럴당 30달러에서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지난 1월 유가는 배럴당 20달러대로 바닥을 쳤다. 그러나 2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이 산유량을 1월 수준으로 동결하는데 합의하면서 40달러까지 올랐다. 그러나 이들의 합의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데다 최근 경제제재에서 벗어난 이란이 증산을 강행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 유가가 다시 30달러대로 주저앉았다.

최근 거래된 유가는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텍사스 선물유가 기준으로 지난달 30일 배럴당 40.05달러, 31일 40.33달러, 지난 1일 38.69달러, 4일 37.69달러, 5일 37.87달러, 6일 35.72달러로 하락세를 이어간 것으로 집계됐다.

두바이(Dubai) 현물유가도 지난달 30일 배럴당 35.45달러, 31일 35.05달러, 지난 1일 36.22달러, 4일 34.84달러, 5일 33.83달러, 6일 34.69달러로 역시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에너지경제연구원은 두바이유 현물유가 기준으로 최대 배럴당 50달러까지 회복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최대변수로 미국 셰일오일 산유량과 이란의 증산을 손꼽았다.

반면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발표한 ‘Medium-Term Oil Market Report’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내년 초반까지 저유가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진단했다.

국제에너지기구는 미국의 대규모 재고에 유가의 상승속도가 완만하고 더딘 미국 셰일오일 감산 등으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회복시점을 내년 초로 조정했다. 또 지정학적 사건이나 수요회복이 없는 한 올해 큰 폭의 유가 상승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치킨게임은 출구전략을 찾지 못하고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OECD…美 셰일오일업계와의 공존 불가
셰일오일 수익임계점서 유가 형성 점쳐져

석유수출국기구는 미국 셰일오일업계와의 공존을 직·간접적으로 거부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는 지난 2월 미국에서 열린 IHS-케임브리지에너지연구소(CERA) 연례회의에서 미국 셰일오일업계와 공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치킨게임의 연속성을 시사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압달라 엘 바드리(Abdalla El Badri) 석유수출국기구 사무총장은 이 자리에서 석유수출국기구 회원국에서 감산할 경우 유가가 오르고, 그러게 되면 미국의 셰일오일업계가 증산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한 뒤 “(어떻게 하면) 미국의 셰일오일업계와 함께 살 수 있을지 그 방법을 찾을 수 없다”고 엄포를 놨다.

이어 그는 석유수출국기구가 세계 산유량의 40%를 차지하고 있긴 하나 셰일오일처럼 빠르게 가격변동에 대응하고 저유가기조에 강하게 저항하는 주체와 맞닥뜨린 적은 없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유가 폭락에도 불구하고 당초 공급과잉을 일으킨 셰일혁명이 좀처럼 누그러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뿐만 아니라 국제에너지기구도 셰일오일 기반의 미국 산유량은 저유가기조에도 불구하고 2021년까지 일일 130만 배럴씩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면서 치킨게임의 장기화를 시사했다.

특히 미국 셰일오일업계가 생산단가를 줄여나가고 있다는 것이 최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10년 간 기술혁신으로 생산단가가 낮춰졌고, 장비가격 등의 운영경비가 줄면서 효율성이 대폭 개선됐다. 그 결과 유가 급락에도 불구하고 산유량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업계는 다국적 기업들과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탓에 석유수출국기구처럼 집단적인 감산에 대한 합의를 사실상 이끌어낼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도 안고 있다. 인위적인 감산이 불가능한 셈이다.

또 시장기능에 의해 저유가기조를 버티지 못하고 도산되는 기업이 발생하면 다른 기업이 줄어든 물량만큼 증산하면서 물량이 맞춰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셰일오일업계의 유가 수익임계점에서 유가가 형성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재 셰일오일의 유가 수익임계점은 배럴당 40달러 선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장점유율 빼앗기면서 위축된 사우디
17일 OECD 산유량조정회의도 회의적


석유수출국기구 측에서의 고민도 크다. 치킨게임을 주도한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3년 간 주요시장에서 점유율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팩트글로벌에너지(Facts Global Energy)에서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중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미국 등 9개 주요원유수입국에서의 시장점유율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러시아와 이란 등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점유하고 있던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세계 최대원유수입국인 중국에서의 사우디아라비아 점유율은 2013년 19%에서 2015년 15%로 줄어든 반면 이 기간 러시아의 중국시장 점유율은 늘어났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의 점유율도 이 기간 53%에서 22%까지 급락한 반면 나이지리아와 앙골라가 이 시장을 잠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국에서의 점유율도 셰일오일 증산에 따른 원유수입의 필요성이 줄어들면서 이 기간 17%에서 14%로 하락했다. 이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비롯한 태국과 대만 등에서의 점유율도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갈수록 사우디아라비아 입지가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와 시장에서 경쟁상대에 있는 산유국은 유가가 급락함에 따라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시장 확장에 나서고 있다.

이 가운데 석유수출국기구 회원국과 비회원국은 오는 17일 카타르에서 산유량조정을 논의한다. 현재까지 석유수출국기구 회원국 12개 국가와 비회원국 3개 국가 등 15개 국가가 참여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자리에서 산유량 동결이나 감산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 경우 실질적인 영향이 미칠 수 있겠지만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유가는 다시 미궁으로 빠져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획기적인 합의를 도출할 가능성이 희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이들이 지속적으로 산유량조정 논의를 지속할 경우 두바이유 현물유가 기준 배럴당 40~50달러까지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오세신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베네수엘라·러시아 등의 산유국이 산유량을 동결하더라도 공급과잉 완화에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재형 한국석유공사 연구원도 최근 발표한 ‘공급과잉, 언제 해소될까’란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석유수출국기구가 감산을 하지 않을 경우 석유공급과잉현상은 2021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추정했다.

이 연구원은 “극단의 감산조치를 취하거나 주요 산유국에서 지정학적 불안이 발생하는 등의 이유로 예상치 못한 공급차질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공급과잉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면서 “이에 따른 수급상의 유가 하방압력도 당분간 계속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부쩍 늘어난 재고…소진에만 최소 5년
재고 소진될 때까지 저유가기조 점쳐져


당장 석유수출국기구와 미국 셰일오일업계간의 치킨게임이 끝나더라도 저유가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최근 쏟아지고 있다. 2014년부터 공급과잉이 장기화된데 따른 재고가 원인으로 손꼽힌다.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2014년부터 이어져 온 공급과잉으로 10억 배럴의 재고가 남아 있는 가운데 산유량이 전망치에 부합한다면 2017년까지 재고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올해 말 재고는 11억 배럴로 늘어나고 2017년 11억3700만 배럴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재고가 모두 소진되는데 5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앞선 1998년 발생한 금융위기 당시 발생했던 공급과잉이 회복되는데 1년 이상 걸린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재 상황이 더 심각하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오피니언들은 재고가 일정수준까지 줄어들기 이전에 유가가 눈에 띄게 오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최근 에너지애스팩트는 재고량 중 2억9000만 배럴이 중국시장으로 흘러들어갈 것으로 가정한 뒤 이 경우 2021년은 돼야 재고량이 모두 소진할 것으로 분석했다.

프랑스 은행인 BNP 파리바(Paribas) 원자재 애널리스트는 지난 2년 간 세계 재고량이 급증해 많은 원유가 쌓였다면서 이를 모두 사용하려면 긴 시간과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소시에테제네랄 석유부문책임자도 올해 말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잡는다고 해도 재고량이 확실히 줄어들었다는 증거가 나오기 전에는 투자자들은 무덤덤한 반응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뿐만 아니라 신(新)기후체제 전환 등에 따른 수요의 감소도 국제유가가 회복되는데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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