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인하요인 발생…재원여력 두고 ‘동상이몽’
전기요금 인하요인 발생…재원여력 두고 ‘동상이몽’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6.04.05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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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 골든타임 놓치면 산업경쟁력 소멸될 수 있어 주장
전력업계, 재무여력 취약한 전력공급기반 확충에 활용돼야
탄소세·사회적비용 등 반영하기 위해서라도 최소화 바람직

【에너지타임즈】최근 전기요금의 인하가 불가능하다는 조환익 한전 사장의 발언이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 한전이 전년대비 96%나 급증한 11조3470억 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거두면서 산업계를 중심으로 침체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라도 전기요금을 인하해야 할 것이란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한전 측은 정부에서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에너지신산업에 대한 투자가 절실한 이때 전기요금의 인하는 교각살우(矯角殺牛)와 같다면서 이는 곧 쇠뿔을 바로잡기 위해 소를 죽인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때 아닌 이 논란은 국제유가 급락으로 발전연료의 가격이 낮아졌고, 이에 따라 발전단가 하락, 계통한계가격(SMP)의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한전의 전력구입비용이 크게 줄어든 것에서 출발했다. 그 결과 한전은 그 동안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 사상 최대의 흑자를 기록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산업계는 전기요금 인하요인이 발생한 만큼 장기국면으로 전환될 수도 있는 지금의 경제침체를 전기요금 인하로 산업경쟁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보고 전기요금을 인하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다만 전력업계는 당장 전기요금을 인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2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한전은 지독한 적자의 늪에서 허덕였고, 이 기간 상당한 투자를 기피한데다 에너지신산업 등의 투자가 예정돼 있기 때문에 전기요금 인하요인이 발생했다하더라도 당장 인하할 수 없음을 어필했다.

전기요금이 현실화될 수 없는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적잖다. 전기요금 인하요인에 따른 전기요금 인하를 감행하면 추후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발생할 경우 이를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것에 대한 우려다.

특히 전력업계 전문가들은 한전의 사상 최대흑자와 관련 이 재무여력을 취약한 공급기반을 확충하는데 활용돼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력도매시장 정상화와 온실가스 감축 등 전력산업의 전력공급기반을 확충하는데 재정사용의 우선순위를 둬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전기요금 1%만 인하해도
2900억 원 원가절감 가능해져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3개 경제단체와 22개 업종단체가 우리 경제의 장기적인 침체국면을 타개할 방안 중 하나로 전기요금체계개편을 촉구하는 건의서를 최근 관계부처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 최근 중국이 전기요금 인하방침을 밝히는 등 우리나라 기업의 원가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높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산업계에 따르면 현재 전력예비율이 안정적인 상황을 유지하고 있고 전력수요 증가세 또한 둔화되고 있는 탓에 전기요금체계 합리화로 산업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산업계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2011년 1월 전력예비율은 5.5%에서 2015년 16.3%로 개선되는 등 상당부문 완화된 것으로 집계됐으며, 전력수요 증가율도 1990년대 연평균 9.9%로 가파르게 증가했으나 200년대 들어 하락해 6.1%, 2011년부터 2015년까지 2.2%에 머물고 있다.

특히 산업계는 전기요금 1%만 인하해도 2900억 원에 달하는 원가가 절감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먼저 이들은 한전의 사상최대 흑자를 손꼽았다. 한전은 지난 2015년 역대 최고인 11조3000억 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2조 원에 달하는 현금배당을 결정했다고 언급한 뒤 발전연료인 석탄·천연가스·원유 등 원자재 가격 급락으로 전력구입비용이 하락했으나 전기요금이 유지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전기요금이 발생원가 기준으로 산정되는 원가주의원칙과 배당, 이자지급, 최소한의 사업 확장 등을 감안해 산정해야 하는 공정보수원칙 등 공공요금부과원칙에 부합하지 않고 있음을 꼬집었다.
이 가운데 최근 중국은 자국의 산업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하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를 통한 원가절감효과가 연간 680억 위안(한화 12조 원가량)에 이를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산업용 전기요금은 2005년 이후 10년간 76%가량 인상돼 있으며, 2014년 산업용 전력판매금액 기준 한전이 1%만 인하해도 산업계에 2900억 원가량의 원가절감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와 함께 산업계는 전력산업의 지속적인 발전과 전력산업의 기반조성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전력산업기반기금의 수입은 매년 4~5%가량 증가하고 있으나 사업비용 지출은 정체돼 있다면서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면서 전력산업기반기금의 요율을 인하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했다. 올해 전력산업기반기금은 4조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으나 사업비를 제외한 여유자금규모가 1조6000억 원 이상이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추광호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은 “우리나라 수출이 14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이 상황의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장기화될 조짐도 있다”고 진단한 뒤 “우리나라 제조업의 수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정부는 가용한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전기요금체계 개편만으로도 수출기업의 원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전기요금체계에 대한 정부가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전의 부채 109조 원 규모
그에 따른 이자만도 100억 원 달해


한전의 이익은 전기요금 인하보다 한전의 부채를 줄이는데 활용돼야 할 주장이 산업계의 주장을 일축했다.

손양훈 인천대학교 교수(에너지경제연구원 前 원장)는 최근 전기요금을 인하하자는 움직임에 대해 국제유가 급락에 따른 발전단가가 낮아진데다 전력예비율이 높아지면서 한전의 전력구입비용이 낮아져 사상 최대의 흑자를 기록할 수 있게 됐다고 판단했다.

이어 그는 다만 최근 2년 한전의 당기순이익이 발생했으나 이전에 상당기간 적자가 지속돼 왔었던 점에서 문제점을 꼬집어냈다. 당시 이 기간 발전단가가 높아졌고 전력예비율이 낮아짐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손 교수는 한전이 갖고 있는 부채는 109조 원으로 하루에 물어야 할 이자가 100억 원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최근 소비자에게 전력을 판매하는 한전은 많은 이익을 낸 반면 민간발전회사의 적자가 커지면서 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한전의 이익은 우리나라 전력도매시장에 시장기능이 매우 취약한 비용기반시장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손 교수는 우리나라 전력도매시장의 시장기능에 대해 “다른 나라의 전력산업이 구조조정을 통해 시장기능에 의한 조정을 주요수단으로 하고 있음에 비해 매우 취약하다”고 진단한 뒤 “이는 전력도매시장에서 거래 당사자가 모두 원하지 않는 매우 불안정한 시장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일시적인 한전의 흑자는 지금까지 누적해온 부채를 감축하는데 사용해야 할 것”이라면서 “이를 당장에 달다고 정치적으로 표를 얻기 위해 전기요금을 인하한다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손 교수는 “여유가 조금이라도 생겼을 때 부채를 줄이는데 우선순위를 둬야 하고 영업이익으로 부채이자를 갚기 위해 또 다른 부채를 늘려야 하는 카드돌려막기 같은 상황을 반복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력도매시장서 문제점 발생
또 다른 위기로 이어질 수 있어 경고


당장 전기요금을 인하하는 것에 대해 신중히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조성봉 숭실대학교 교수는 한전에서 이익이 났지만 전기요금을 인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놨다.

조 교수는 “한전이 간만에 수익을 냈다고 해서 바로 전기요금을 인하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면서 “한전이 전기요금을 제대로 받지 못해 적자를 크게 봤던 것이 불과 몇 년 전의 일이고 현재 한전은 109조 원의 부채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전의 이익이 나온 배경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한전의 전기소매가격은 kWh당 111.57원으로 2014년 111.28원에서 소폭 상승한 반면 발전회사에 지급해야 할 도매전기가격인 정산단가는 kWh당 84.05원으로 2014년 90.53원 대비 7.2%나 줄었다. 지난해 한전의 전력판매마진율은 25%로 2007년 27% 이후 가장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조 교수는 한전의 높은 수익성 이면에 발전사업자의 손실이 있었음을 지적한 뒤 기저부하인 원전·석탄발전 등 발전단가가 낮은 발전소를 보유한 발전6사는 큰 문제가 없었으나 첨두부하인 가스발전의 가동률이 지난해 40%까지 추락함으로써 가스발전을 중심으로 한 민간발전회사는 수익성 감소로 최악의 상황에 놓여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조 교수는 국제유가 급락과 원전·석탄발전의 잇따른 건설로 전력공급이 늘어난 데다 경기침체에 따른 계통한계가격(SMP)이 하락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민간발전회사의 수익성 악화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점쳤다.

이어 그는 지난해 5월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세 자릿수였던 계통한계가격이 6년 만에 두 자릿수로 하락했고, 지난해 10월 100원대를 회복한 후 다시 하락세를 거듭해 현재 80원대에 머물고 있어 원가수준이 135원대인 가스발전의 수익성을 크게 악화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조 교수는 민간발전회사 수익성 악화에 대해 저평가된 용량가격(CP)이 원인이 됐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용량가격은 건설비용과 운전유지비, 송전접속비용 등으로 구성돼 있다.

용량가격은 전력시장이 개설된 2011년 7.46원/kWh에서 한 번도 조정되지 않았으나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0.14원이 인상된 바 있다. 그러나 2014년 개정된 지역별용량가격계소를 적정예비비율 15%를 기준으로 조정되면서 용량요금은 소폭 인상에도 불구하고 되레 0.41원이나 하락됐다.

조 교수는 “한전의 높은 수익성 이면에 지난 15년 간 고정시켰던 다른 규정으로 사실상 그 수준이 인하한 용량가격에서 알 수 있듯이 발전사업자의 수익성 하락이란 그늘이 있었던 것”으로 진단한 뒤 “가스발전의 수익성 하락은 단순히 특정연료를 사용한 발전소의 수익성 하락으로 간주해선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가스발전의 수익성 하락이 전력공급기반을 흔들게 되면 또 다른 전력산업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新)기후체제 전환에 대비
전기요금 정상화에 따른 충격 완화 필요


신(新)기후체제 전환 이후 온실가스 감축의 핵심은 기존 대형전원을 가스발전으로 전환하는 것에 있고, 그에 따른 비용을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전기요금 인하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도 나왔다.

조영탁 한밭대학교 교수는 “환경비용과 함께 송전네트워크를 개선하는데 필요한 사회적인 비용을 반영하기 위해 전기요금 인하를 최대한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저유가→전기요금 인하→산업경쟁력’으로 이어지는 논리가 그 차제로 의미가 있으나 이러한 단선논리만으로 전기요금 인하를 논하기에 우리나라 전기요금에 복잡한 사정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산업용 전기요금을 중심으로 최근 전기요금이 인상됐으나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발전·송전·배전이 유발하는 환경비용과 사회적 비용 등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는 탓에 앞으로 우리나라 전기요금에 이러한 비용을 점진적으로 반영해나가야 하기 때문이 전기요금 인하는 적절한 선택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특히 조 교수는 발전과정에서 유발되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감축비용을 점진적으로 전기요금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도 강조했다. 지난해 신(新)기후체제가 출범했고, 앞으로 우리나라 전력산업이 직면한 최대의 과제가 온실가스 감축이란 점을 감안한다면 배출권비용은 물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저탄소 전원믹스감축이란 점에서 가스발전과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필요한 비용을 전기요금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지론을 폈다.

이어 그는 송전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비용도 전기요금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면서 최근 밀양송전망 갈등 등 대규모 장거리송전망에서 유발되는 지가손실·소음·경관훼손 등의 사회적 비용이 전기요금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전기요금 인하보다 탄소비용 등 환경비용과 더불어 송전과 관련 된 사회적 비용을 반영해 지역 간에 차등으로 적용하는 전기요금체계개편을 더 시급한 과제로 손꼽았다.

조 교수는 “전기요금을 인하하지 않고 이상의 비용을 반영하는 것은 소비자 특히 산업계에 불만일 수 있지만 우리나라 제조업의 원가에서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1%내외에 불과하다”면서 “일부 전력다소비산업이나 여건이 어려운 중소기업의 경우 이보다 부담이 좀 더 클 것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현재 저유가기조를 이용해 그 동안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탄소비용과 사회적 비용을 반영해 전기요금 정상화가 유발할 충격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전기요금 인하 대신 이와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전력산업기반기금의 요율을 낮추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언급한 뒤 “이 경우에도 비용의 반영을 병행해 전기요금 인하는 최대한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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