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경주 합방?…10년 만에 마침내 ‘카운트다운’
한수원-경주 합방?…10년 만에 마침내 ‘카운트다운’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5.11.20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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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임직원 3개월씩 경주생활로 상당한 불안감 해소
공사 강행 工期 5개월 앞당겨…시민과 약속 지켜내
내년 시무식 시작으로 최소 2000명 대이동 본격화
【경주=에너지타임즈 김진철 기자】10년 전 한수원 본사의 경주 이전이 확정됐다.

그리고 이제야 한수원 신사옥이 제대로 된 모습을 갖췄다. 외부조경과 내부인테리어가 한창 진행 중이다. 완공이 임박했음을 의미한다. 이미 공정률이 90%를 훌쩍 넘어섰다. 직원들이 불안해했던 정주여건도 일단락됐다. 경주시와 약속했던 사택 1000세대 중 800세대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경주가 동쪽과 서쪽으로 분열돼 한수원 본사를 유치하겠다던 경주시민간의 갈등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 이미 봉합됐다. 이 사실을 기억하는 지역주민들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이들의 기억에서 잊혀졌다.

10년이란 세월, 한수원 직원들도 적잖은 마음고생을 감수해야만 했다. 경주지역 내 본사 유치를 둘러싼 갈등의 끝은 늘 한수원 직원에게 비난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당시 한수원 직원들은 동쪽이든 서쪽이든 빨리 결정됐으면 좋겠다고 할 정도였다. 한수원 직원들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게다가 새로운 보금자리에 대한 두려움과 설렘이 교차하는 것도 한수원 직원들을 괴롭혔다.

그러나 이들은 긴 시간만큼이나 새로운 보금자리에서의 적응기간을 거쳤다. 자의든 타의든 모든 한수원 임직원들은 경주에서 3개월씩 근무하면서 친근감을 쌓으면서 두려움을 떨쳐냈다고 한다. 일부 직원들은 경주에서의 근무를 아쉬워했고, 3개월이지만 가족들이 모두 옮겨간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이로써 한수원 본사이전은 긴 시간만큼이나 충분한 준비기간을 거쳤다. 그리고 내년 1월 1일 시무식에 모든 것이 맞춰졌다.



지난 2005년 한수원 직원들은 경북 경주시·영덕군과 전북 군산시에서 실시된 방사성폐기물처분장 유치 주민투표에 관심이 쏠렸다. 이들의 관심이 모인 이유는 18년의 숙원사업이란 것도 있지만 특별법에 방사성폐기물처분장 유치지역에 한수원 본사를 옮기기로 하는 조건이 달려있었기 때문이다.

주민투표결과 경주가 우리나라 첫 방사성폐기물처분장을 유치했다. 자연스럽게 한수원 본사도 경주시로의 이전이 확정됐다. 순탄하게 진행될 것 같았던 한수원 본사 이전. 동쪽과 서쪽으로 분열된 갈등이 발목을 잡았다.

서쪽 주민들은 한수원 본사이전에 따른 시너지효과를 내기 위해선 중심지역에 유치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동쪽 주민들은 한수원 본사를 양보할 수 없다면서 당초 계획대로 방사성폐기물처분장이 위치한 곳에 건설돼야 한다고 맞섰다. 답이 없는 지루한 갈등은 한 동안 이어졌다.

그리고 한수원 본사는 오랜 진통 끝에 결국 당초 계획대로 동경주인 경북 경주시 양북면 장항리 일원으로 최종 결정됐다. 그러면서 분열됐던 갈등도 봉합됐다.


도대체 한수원 본사가 뭐 길래, 경주주민을 동쪽과 서쪽으로 분열시켰을까.

우리나라 기업 중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한수원이란 상징성과 함께 본사이전에 따른 기대효과가 점치기 어려울 정도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눈에 보이는 본사 규모만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현재 조경과 내부인테리어 등 막바지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한수원 신사옥은 축구장 22배 규모로 지어지고 있다. 부지 15만7142㎡, 연면적 7만2600㎡에 지하 1층과 지상 12층으로 지어지고 있다.

한수원 신사옥을 건설하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지역 내 갈등으로 착공이 상당히 늦어졌기 때문이다. 한수원은 지난 2013년 12월 5일 본격적인 공사를 시작했다. 당초 오는 2016년 5월 준공을 목표로 정했다. 이 기간만으로도 빠듯한 일정임에도 불구하고 한수원 측은 2015년 12월 말로 준공시기를 5개월이나 앞당겼다. 경주시민들과의 약속을 어길 수 없었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리고 이 약속을 지켜냈다.

그 동안 한수원은 신사옥 건설기간을 앞당기기 위해 동절기 보온양생 등 동원이 가능한 건설비법을 적용했고, 동절기에도 공사를 중지하지 않았다. 또 휴일까지 반납하면서 공사를 강행했다.

한수원 신사옥 건설이 현장에서 강행군을 하는 동안 한수원 직원들도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친분을 가졌다.
한수원의 모든 임직원들은 3개월씩 경주생활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한수원 한 직원은 “처음엔 두려움과 설렘이 교차해 불안했으나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나면서 경주란 도시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주말이면 경주시내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마음의 여유를 찾기도 하고 직접 말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마트나 상가 곳곳에서 많은 경주시민들과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더 있고 싶은데 3개월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고 아쉬워하기도 했다.


그 동안 한수원 직원들로부터 불안에 떨게 만들었던 사택문제도 해결됐다.

당초 한수원은 경주시와 1000세대 규모의 사택을 확보하기로 했다. 그 일환으로 내년 3월경 준공을 목표로 건설 중인 경주시 황성동 소재 e-편한세상 300세대를 분양받은데 이어 이번에 오는 2017년 6월 준공되는 진현동 소재 두산위브 500세대를 분양받음으로써 모두 800세대를 확보했다.

나머지 200세대는 동천동에 조성할 계획인데 한수원은 이와 관련해서 경북개발공사와 공영개발추진협약을 맺고 관련 용역을 수행하고 있다. 오는 2018년 11월이면 공사가 마무리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최성환 한수원 경주본사 대표는 “내년 초 본격적인 한수원 본사이전에 대비해 신사옥 인근에 위치한 신월성원전 사택 180세대와 이미 확보한 임시사택, 부족한 사택은 원룸과 아파트를 추가로 임차해 직원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직원과 동반이주가족의 원만한 정착을 돕기 위해 교육·문화·생활 전만에 걸친 다채로운 지원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직원들이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뿐만 아니라 최 대표는 한수원 본사이전에 따른 다양한 지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한수원 본사이전이 완료되면 한수원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지역상생을 위한 다양한 문화행사, 사회공헌활동 등을 추진할 예정”이라면서 “여러 시민단체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맞춤형 지원으로 지역사회 수용성을 제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아직 한수원 본사가 경주로 이전하지 않았지만 이미 곳곳에서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1200억 원이 투입된 경주화백컨벤션센터가 지역상생의 대표적인 모범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경주의 천년고도와 한수원의 투자가 미래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세계 물 포럼을 성공적으로 개최함으로써 경주를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하기도 했다. 

한수원축구단 훈련센터도 조만간 경주에 건립된다.

현재 한수원은 해당부지에 대한 토지소유자들의 부지매각 동의서를 검토하고 있으며, 이후 투자심의 이사회 의결 등 관련 절차를 거쳐 본격적인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미 한수원축구단 연고지는 지난 2013년 대전에서 경주로 옮겨져 있다.

최근 한수원은 밤길을 걷는 주민들이 안심하도록 돕자는 취지의 네 번째 안심가로등에 불을 밝히기도 했다.

이 가로등은 경주시 석장동 원룸단지일원에 설치됐으며, 이곳은 대학생들이 많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낮에 태양광발전으로 충전한 뒤 밤에 불을 밝혀 유지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특징을 갖고 있다.

지난 16일 열린 점등식에 조석 한수원 사장이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조 사장은 “본격적인 경주시대를 앞두고 앞으로도 경주시와 긴밀한 협조를 통해 상생발전을 이뤄나갈 것”이라면서 “한수원은 내부적으로 원자력 안전을 다지는 동시에 대외적으로 국민의 안전을 위한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것”을 약속했다.


그렇다면 한수원 본사이전으로 경주는 어떻게 바뀔까.

최 대표는 “한수원 본사이전은 단순히 본사를 서울에서 경주로 옮긴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청장년층의 인구유입으로 경주의 인구감소세를 반등시키고 도시가 젊어지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경주시 인구는 26만 명 정도다. 이 지역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17.6%로 한창 고령화가 진척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수원 본사이전으로 최소 2000명에서 최대 3000명이 유입될 경우 경주에 거주하는 시민의 평균연령은 크게 낮아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최 대표는 “한수원 직원들이 경주로 이전하게 되면 청장년층과 그들의 자녀들이 주축을 이루게 되며, 이들은 상대적으로 소비력이 높아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데 상당한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기초생필품 소비는 관내상권 활성화로, 직원자녀들의 교육수요는 새로운 교육서비스시장을 창출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인구유입, 소비증가, 생산유발, 고용창출의 선순환구조가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청신호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1월 1일 시무식을 시작으로 한수원 본사이전은 본격화된다. 최소 2000명이 보금자리를 옮기는 만큼 한수원 직원과 경주시민의 합방(?)은 내년 3월쯤이면 모두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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