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발전…전력당국 “많이 벌잖아, 벌었잖아” 일축
가스발전…전력당국 “많이 벌잖아, 벌었잖아” 일축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5.10.18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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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피용 전력공급확대정책 고스란히 가스발전 몫
사업자 측, 전력수요예측실패에 따른 현상 주장
건설단가 2배 상승에도 용량요금 14년째 제자리

<기획특집>

벼랑 끝 가스발전
이대로 놔둘 것인가

① 벌써 시작된 가스발전 적자행진
② 단물만 빼먹은 전력시장과 정책
③ 2차 피해와 돌파구는 무엇인가


저효율 가스발전기 중심으로 위주로 적자가 발생했던 가스발전이 올해부터 고효율 가스발전기에서도 발생하는 등 가스발전은 준공과 동시에 수익률 제로란 우려가 현실화됐다.
원전과 석탄발전 등 대형전원의 잇따른 가동에 따른 전력공급능력이 크게 늘어나면서 가스발전 가동률이 눈에 띄게 줄었고 게다가 가스발전의 수익구조를 지탱해주던 계통한계가격이 급락하면서 가스발전사업자 수익구조가 크게 악화됐다.
전력시장이 개설되고 전력수급난이 사회적 문제로 거론되던 당시 민간의 투자를 유도했던 정부마저 나 몰라라 하는 상황에서 가스발전은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매듭을 어디에서 풀어야 할지라면서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본지는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것으로 보이는 가스발전 관련 현재 위기상황을 살펴보고, 전력시장과 전력정책을 중심으로 배경을 짚어볼 예정이다. 또 가스발전 가동률 저하에 따른 2차 피해와 장·단기 대책을 전문가들의 의견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에너지타임즈】“왜 우리 탓으로만 돌리는 거야? 모두 정부정책 탓인데…”

최근 가스발전사업자의 볼멘 목소리다. 전력당국은 경쟁체제를 중심으로 한 전력시장을 개설했다. 민간발전사업자들이 시장에 진입하게 됐고, 9.15 순환정전사태 이후 전력수급난을 겪으면서 원전비리사태까지 터지면서 전력수급난은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당시 전력당국은 에너지절약정책과 함께 전력공급능력을 확대하는 정책을 폈다. 그 결과 건설기간이 짧은 가스발전은 전력수급난에서 벗어나는데 큰 역할을 한 반면 기저부하인 원전과 석탄발전은 이제야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가면서 가스발전의 가동률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심지어 가스발전은 가동과 동시에 적자를 기록하는 기이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전력당국은 손을 놓고 있다. 그 동안 높은 수익구조를 얻었기 때문에 감내하라는 입장으로 일축하고 있다. 이에 가스발전사업자 측은 분노하고 있다.


전력당국과 가스발전사업자 측이 대립각을 세우게 만든 것은 근본적인 원인은 전력시장.

지난 1993년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공기업의 경영쇄신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고, 우리나라 전력산업 구조개편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지난 1994년 7월부터 1996년 6월까지 당시 경제기획원은 한전에 대한 경영진단에 착수했고, 진단결과 한전 민영화는 단계적인 추진을 기본전제로 전력산업 구조개편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그러면서 지난 1997년 6월 이를 바탕으로 학계와 연구기관, 업계 전문가 등 총 12명으로 구성된 ‘전력산업구조개편위원회’가 정식으로 출범했다.

전력당국은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추진하기 위한 ‘전력산업 구조개편 촉진에 관한 법률안’ 등 관련 3개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노동계 반발 등으로 시간을 끌다 15대 국회가 해산되면서 자동으로 폐기됐다.

이후 전력당국은 16대 국회가 구성됨과 동시에 이 법률안을 다시 손질해 상정했고, 국회는 민영화의 차질 없는 추진을 위해 1년간의 준비기간을 둔다는 내용을 추가한 뒤 의결했다. 그리고 지난 2000년 12월 23일 ‘전력산업 구조개편 촉진에 관한 법률안’이 최종 공포됐다.

지난 2001년 4월 2일 한전은 한국수력원자력(주), 한국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발전(주), 한국전력거래소는 인수인계협약에 서명하면서 공식적으로 우리나라에 전력시장이 열렸다.

이 시장은 발전단가를 결정하는 방식을 적용한 변동비반영시장(Cost-Based Pool)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발전사업자가 전력거래소에 생산한 전력을 판매하면, 한전은 전력거래소에서 전력을 구입한 뒤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방식이다.

이 시장에서의 발전사업자 수익구조는 계통한계가격(SMP)과 용량가격(CP)으로 결정되는데 계통한계가격은 가동되는 발전기 중 가장 높은 발전단가가 결정하게 되는 변동비용이다. 또 용량가격은 투자비, 운영비 등 발전에 필요한 비용을 보전해 주는 고정비용이다.

이러한 구조 탓에 한때 가스발전사업자가 수익을 많이 벌어들이는 구조가 됐고, 지금은 적자로 돌아서 위기에 놓인 것이다.


지금까지 가스발전 수익구조는 계통한계가격에 의해 결정돼 왔다. 용량가격이 전력시장 개설 이후 한 번도 조정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계통한계가격은 전력예비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데 전력예비율이 낮으면 상대적으로 발전단가가 높은 발전기를 기준으로 정산가격이 정해져 높아지고, 반대로 전력예비율이 높으면 상대적으로 발전단가가 낮은 발전기를 기준으로 정산가격이 정해져 낮아진다.

지난 2009년 9.15 순환정전사태 이후 최악의 전력수급난으로 전력예비율이 떨어지자 계통한계가격이 높아졌고, 이 여파로 가스발전기는 높은 수익을 거뒀다. 게다가 원전비리사태 등으로 원전의 가동이 잇따라 중단되면서 가스발전기의 높은 수익은 한 동안 지속됐다.

지난 2013년 SK E&S는 매출 9995억 원에 영업이익 4142억 원(41.4%), 포스코에너지는 2조9011억 원에 2382억 원(8.2%), GS EPS는 1조2309억 원 매출에 1093억 원(8.9%), GS파워는 1조837억 원 매출에 1174억 원(10.8%), MPC율촌은 6566억 원 매출에 577억 원(8.8%) 등으로 집계된 바 있다. SK E&S가 높은 영업이익을 보인 것은 가스공사로부터 발전연료를 공급받는 것이 아니라 발전연료를 직접 도입한데 따른 것이다.

특히 민간발전사업자 수익구조는 지난 2009년 매출 2조5538억 원에 영업이익 5298억 원, 2010년 3조6878억 원에 8108억 원, 2011년 4조9113억 원에 8466억 원, 2012년 6조7065억 원에 1조11812억 원 등으로 집계된 바 있다.

국회와 언론의 잇따른 뭇매로 여론이 악화되자 전력당국은 가스발전사업자 수익구조를 제한하는 규제와 제도를 도입하게 된다. 대표적인 것이 계통한계가격 상한선. 계통한계가격 증가에 따른 발전사업자의 과도한 이익을 제한하자는 것이 목표다. 당시 사업자 측은 불필요한 규제라면서 계통한계가격에 하한선을 같이 둘 것을 요구했으나 전력당국은 거부했다.

전력업계에 따르면 전력당국은 당시 전력수급난을 극복하기 위한 대책으로 건설기간이 짧은 첨두부하인 가스발전을 도입해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고, 장기적으로 기저부하인 원전과 석탄발전을 도입해 대비하겠다는 전력공급능력 확대정책을 폈다.

그 결과 전력공급능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전력예비율이 높아졌고 계통한계가격은 급락의 길을 걷게 된다.

원전과 석탄발전 등 기저부하에 비해 상대적으로 발전단가가 낮은 첨두부하인 가스발전은 급전순위에서 밀리고 가동률은 떨어졌다. 지난 2012년 기준 65.1%에서 이듬해 비슷한 가동률을 보이다 지난 2014년 50.0%로 뚝 떨어졌다. 올해 가스발전 가동률은 40%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전력거래소에서 가스발전설비에 대한 2020년까지의 수익성을 평가하는 시뮬레이션을 가동한 결과에 따르면 51.3%의 효율을 가진 가스발전설비 기준 2012년 14.7%, 2013년 7.4%, 2014년 2.5%로 수익이 나겠으나 대형발전설비가 대거 가동되는 2015년부터 수익성은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분석됐다. 2015년 -4.5%, 2016년 -6.9%, 2017년 -9.3%, 2018년 -9.5%, 2019년 -9.0%, 2020년 -9.9% 등으로 나타났다.

효율이 49.8%인 가스발전설비는 더 심각한 것으로 집계됐다. 2012년 14.4%, 2013년 7.5%, 2014년 0.3%인 반면 2015년 -50.7%, 2016년 -54.5%, 2017년 -84.7%, 2018년 -85.5%, 2019년 -83.5%, 2020년 -73.9%로 고효율 가스발전설비보다 더 심각한 것으로 전망됐다.

가스발전업계가 전력당국의 전력수요예측 실패로 보는 시각이다.

현재 이미 적자로 돌아선 가스발전기가 있는가하면 대부분의 가스발전기의 영업이익률이 1~2%대에 머물고 있다. 특히 지난 2013년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간 GS EPS 3호기의 올해 세전이익은 85억 원, 평택ES 177억 원 등 마이너스 수익구조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 2014년 가동에 들어간 가스발전도 올해 적자를 피하지 못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포스코에너지 7·8·9호기의 올해 세전이익은 292억 원, 포천파워 1·2호기 219억 원, 에스파워 5억 원 등의 마이너스 수익구조를 만들어낼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가스발전기가 적자로 돌아선 이유는 용량가격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용량가격이 현실화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13년 만에 가스발전 투자비용이 2배 이상 늘어난 반면 이를 반영해야 할 용량가격은 제자리걸음이라는 것.

2년마다 한번 씩 수립되는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50만kW급 가스발전 투자비용은 지난 2002년 kW당 58만 원, 2004년 57만4000원, 2006년 68만 원, 2008년 74만1000원, 2010년 81만 원, 2015년 114만8000원으로 매번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13년 간 2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실제로 전력거래소 용역보고서와 제도개선 T/F 운영결과 kW당 7.46원인 용량가격이 12.12원으로 현실화시켜야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건설비용은 kW당 현재 4.00원에서 6.67원, 운전유지비용 3.17원에서 5.01원, 송전접속비용 0.18원에서 0.26원, 수전요금 0.11원에서 0.18원으로 각각 인상돼야만 용량가격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사업자 측은 주장했다.

용량가격 관련 사업자 측은 높은 계통한계가격으로 가스발전이 높은 수익구조를 낼 때 전력당국은 높은 수익구조를 근거로 용량가격을 동결했고 가스발전이 적자로 전환될 위기에 처하자 전력당국은 그 동안의 높은 수익을 근거로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7월 전력당국은 악화되는 가스발전에 대한 정부차원의 대책마련이 크게 필요하지 않고 있음을 해명자료를 통해 언급한 바 있다.

전력당국은 최근 가스발전 가동률이 하락해 수익구조가 악화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 몇 년간 전력수요 급증으로 높은 수익을 거뒀던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고 일부 민간발전회사는 석탄발전 매입 등으로 가스-석탄발전 포트폴리오를 갖춰가고 있어 자체적으로 대책마련이 가능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와 관련 최근 신중린 전력산업연구회 회장은 최근 열린 정책포럼 기조연설에서 과거 가스발전사업자가 높은 수익을 올렸다고는 하나 이는 정부에서 통제하는 전력시장이기 때문에 사업자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신 회장은 “지난 2009년 9.15 순환정전사태란 최악의 전력부족사태 이후 건설기간이 짧고 전력수요지역 인근에 건설된 가스발전이 전력수급안정화에 기여해 왔다”면서 “현재 가스발전의 대부분이 올 상반기에 영업적자를 기록했으며, 심지어 신규로 전력시장에 진입한 고효율발전기도 자금상환을 걱정할 정도”라고 문제점을 꼬집어냈다.

특히 그는 과거에 수익을 올린 가스발전이 현재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는 주장과 관련 “우리나라 전력시장은 일반시장과 달리 정부가 발전소의 진입과 퇴출을 관리하는 시장이므로 발전사업자들만의 책임이라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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