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원전 #1 영구정지 결정…남긴 숙제는?
고리원전 #1 영구정지 결정…남긴 숙제는?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5.06.27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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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입장 5일 만에 일사천리 최종 결정
오는 2030년이나 돼야만 해체작업 완료
원전노동자의 현장목소리 배제 불만속출
【에너지타임즈】정부가 고리원전 1호기를 영구정지하기로 입장을 정리한지 불과 5일 만에 그 동안의 논란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고리원전 1호기에 대한 영구정지가 일사천리(一瀉千里)로 최종 결정되더니 지난 18일 한수원은 끝내 고리원전 1호기 두 번째 계속운전에 대한 신청을 원자력안전위원회에 하지 않았다. 최종적으로 고리원전 1호기의 영구정지가 결정됐다.

지난 16일 열린 한수원 이사회는 고리원전 1호기에 대한 두 번째 계속운전 신청여부를 안건으로 보고받은 뒤 장시간 논의를 진행한 결과 안전성을 충분히 확보했으나 경제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원자력안전위원회에 고리원전 1호기의 두 번째 계속운전을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신청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날 이사들은 사업자로써 고리원전 1호기에 대한 두 번째 계속운전 신청을 위한 충분한 안전성을 확보했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으나 경제성에 대한 의견이 엇갈렸다.

일부 이사는 월성원전 1호기 계속운전 사례에 견줘 고리원전 1호기 두 번째 계속운전의 심사기간 장기화로 인한 운전기간 단축과 지역지원금 증액 등의 가능성이 있어 불투명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이들은 전력수급과 관련 큰 문제가 없음을 확인한 뒤 원전산업의 중장기적인 발전을 위한 차원에서 고리원전 1호기의 영구정지를 권고한 산업통상자원부의 의견을 수용키로 합의했다.

이날 조석 한수원 사장은 이사회 직후 전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고리원전 1호기의) 안전성이 충분히 확보됐음에도 내린 영구정지 결정에 대해 직원들은 안타깝다고 받아들이겠지만 이제는 원전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대가 도래 한 것”이라면서 “이런 시대변화를 기회로 삼아 도전하고 극복하기 위해 직접 태스크포스(T/F)팀 팀장이 되어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 준비를 철저히 해 나갈 것”이라고 침통한 직원들의 심기를 달래기도 했다.



<2030년이나 돼야 해체작업 완료>

고리원전 1호기에 대한 영구정지가 최종적으로 결정되면서 해체작업 완료시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오는 2030년이나 돼야만 해체작업이 완료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수원은 고리원전 1호기에 대한 변경운영허가(영구정지)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신청하게 되며, 이에 대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승인을 얻어 오는 2017년 6월 19일자로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에 대한 본격적인 사업을 추진한다. 또 영구정지 후 5년 이내인 오는 2022년 6월 18일까지 해체계획서를 수립한 뒤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제출해 승인을 얻은 후 해체작업에 착수하게 된다.

산업부에 따르면 원전해체과정은 통상 15년 이상 소요되며, 고리원전 1호기는 오는 2017년 6월 19일 영구정지 된 후 핵연료 냉각 5년 이상과 원자로 오염 제거·해체 6년 이상을 거쳐 오는 2030년경에나 해체절차를 마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국무조정실·미래창조과학부·산업통상자원부·원자력안전위원회 등 관계부처는 지난 19일 고리원전 1호기 해체 관련 앞으로의 추진대책을 논의하는 자리를 갖고 미래해체시장에 대비할 수 있도록 착실하게 준비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고리원전 1호기 해체 관련 관계부처는 우리나라 최초의 상업원전인 고리원전 1호기가 우리 경제의 고도성장과정에서 전력공급과 세계 5위의 원전강국이 되는데 견인차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해 온 것에 못잖게 우리나라 최초의 상업용 해체원전으로서 의미 있고 아름다운 퇴장이 되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키로 했다.

이들은 고리원전 1호기 해체과정 전반을 통해 관련 산업진흥과 안전규제가 관계부처 간 협조 하에 조화롭게 이뤄지도록 함으로써 무엇보다 국민이 안심할 수 있고 해체기술 확보와 미래해체시장에 대비하는 디딤돌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현재 원전해체 기술개발 관련 지난 2012년 11월 관계부처 역할분담 하에 ‘원자력시설 해체 핵심기반기술개발계획’이 수립돼 총 38개 원전해체 핵심기술개발 등이 추진 중이다.

미래부는 지난 2012년부터 오는 2021년까지 총 1500억 원을 투입해 기술개발에 나섰으며, 지난 2014년 말 기준 미 확보된 17개 기술개발을 오는 2021년까지 완료할 방침이다. 산업부와 한수원은 해체·제염부문 13개 상용기술개발을 지난 2006년부터 2018년까지 269억 원을 투입해 진행 중이다.

특히 미래부와 산업부는 해체기술을 적기에 확보하고 기술개발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 해체기술협의체를 운영하는 등 협조를 강화하고 있으며, 이 협의체는 고리원전 1호기의 해체과정에서 실제로 활용이 가능한 상용기술개발 로드맵을 올 하반기 중으로 수립할 방침이다.

이밖에도 이들 관계부처는 제도와 기술기준에 따라 기술개발 수준과 내용이 크게 영향 받는 해체분야의 특성을 감안해 안전성을 담보하면서도 산업진흥에 도움이 되도록 관련 제도를 조속하게 완비해 나가기로 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올해까지 국민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도록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원전해체 관련 규제제도와 기준을 마련할 방침이다.


<원전노동자, 무척 당혹스럽다 입장>

고리원전 1호기에 대한 영구정지가 최종적으로 결정됨에 따라 한수원 내부분위기는 당혹스럽다는 말로 정리되고 있다.

박학기 한국수력원자력노동조합 위원장은 “(한수원 직원들은) 무척 당혹스러워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그는 산업부에서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를 권고하겠다고 입장정리를 한 것에 대해 “원전의 안전성 논의에 앞서 정치적 논의로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가) 결정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하는 등 원전정책 결정과정이 원전안전성보다 원전지역 정치인들의 정치적인 영향력 등 정치적 이해관계로 결정된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특히 박 위원장은 조심스럽다는 의견을 제시한 뒤 “일부 원전노동자도 (고리원전 1호기가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감성적으로 영구정지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존재했다”면서 이번 정부의 결정이 정치적인 이해관계가 아니라 원전안전성에 기반 한 충분한 논의를 거쳐 고리원전 1호기의 영구정지 결정이 됐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에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그는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란 정부의 입장에 직원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대책 마련에 나섰다”면서 “노조는 직원들의 생존권을 보호하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이번 정부의 결정은 원전노동자를 잠재적 범죄자인 ‘원전마피아’로 만들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번에도 선(善)과 악(惡)이 명확히 그어져 원전은 악, 고로 원전노동자도 악으로 정의하는 단편이었다고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윤수진 한수원노조 본사지부 위원장은 “(고리원전 1호기 두 번째 계속운전 여부를 결정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최전방에서 기술적인 관점에서 원전안전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원전노동자의 목소리”라면서 “원전노동자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정부의) 결정은 단순한 정책적인 것으로 원전안전성과 거리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원전노동자가 (고리원전 1호기에 대해) 안전하다는 의견을 내면 계속운전이 가능하다는 것이고, 반대로 안전하지 않다는 의견을 낸다면 계속운전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 한다”면서 “이를 기본으로 경제성 등을 따져 (고리원전 1호기 계속운전의) 결정해야 옳다”고 주장했다. 또 “원전안전의 최전방에 있는 원전노동자의 의견이 원전정책 결정과정에서 배제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고 의견을 내기도 했다.

특히 윤 위원장은 “원전이 안전하지 못하다면 누구보다 가장 먼저 알게 되는 것이 현장 원전노동자이고 그리고 결국 1차 책임자도 원전노동자”라면서 “이들의 의견은 그 동안 원전정책 결정과정에서 단 한 번도 반영된 바 없고, 정부의 일방적인 결정은 원전노동자를 ‘원전마피아’로 만드는 역할을 했다”고 정부의 결정을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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