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공간 ‘인천 LNG생산기지’를 가다
미지의 공간 ‘인천 LNG생산기지’를 가다
  • 송승온 기자
  • ssr7@energytimes.kr
  • 승인 2008.12.31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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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가스 공급의 시작, 국내 소비량의 40%를 책임지는 곳
LNG 집대성한 가스과학관, 인천의 명물로 떠올라

매서운 동장군이 주춤했던 지난해 12월 중순. 때아닌 포근함을 만끽하며 인천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바다위에 건설된 세계 최대 규모의 인천 LNG생산기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서다.

약속된 장소는 LNG생산기지의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외암삼거리. 바로 앞에 바다를 양쪽에 두고 길게 뻗어있는 진입 도로가 보인다. 수평선까지 뻗쳐 있는 듯한 이 도로를 통과해야 생산기지에 도착할수 있다.

인천 LNG생산기지는 가스의 위험성을 감안해 이렇게 바다를 메워 지은 것이다. 출렁이는 바다와 함께 하늘 높이 날고 있는 갈매기를 보니 가슴이 탁 트이는 듯 했다. 곳곳에 여유롭게 낚시를 즐기는 이들도 보였다.

약속시간이 되자 가스공사 지역협력팀 송재호 과장이 반갑게 마중 나왔다. 송 과장과 간단히 인사를 나눈후 바닷가를 가르는 약 9km의 진입도로를 시원하게 달려갔다. 마치 어떤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관문을 통과하는 듯 했다.

송과장은 먼저 본관에서 생산기지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한뒤 올해로 개관 10년째를 맞은 가스과학관으로 안내했다. 돔형 구조의 과학관과 바로 옆에 꼬갈모자 형태의 전망대가 자리잡고 있었다. 예사로운 곳이 아니라는 직감이 들었다.

가스과학관은 일반인들에게 가스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에너지의 중요성을 알려주기 위해 만든 시설이다.

과학관의 특징 중 하나는 일방적인 소개나 설명서로만 채워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넓은 관람 공간에 다양한 체험시설이 준비돼 있어서 일반인들에게 흥미를 절로 불러일으키게 하고 있었다. 에너지가 발생되는 원리를 느낄 수 있는 실험세트에서부터 LNG의 액화, 수송 등 코너마다 다양한 흥밋거리로 채워져 있었다.

평일 오후시간이라 한산하던 과학관에 어디선가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주위를 둘러보니 이게 왠일. 군인들 50여명이 올라오고 있는게 아닌가. 중대장으로 보이는 대위에게 다가가 어쩐일로 이곳을 찾았냐고 묻자 중대원들에게 유익한 교육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이곳을 찾게 됐다고 했다.

기자는 이곳이 유익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긴 하지만 군인들이 좋아할만한 곳은 아닐텐데 라며 의문을 품고 지켜봤다. 하지만 무뚝뚝해 보이던 군인들은 이내 신난 표정으로 각 코너에 흩어져 온몸으로 신나게 견학하고 있었다. 우렁찬 웃음소리와 감탄사가 과학관에 울려퍼졌다.

가스과학관을 둘러본뒤 바로 옆에 붙어 있는 CLEAN TOWER 전망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전망대에 이르자 인천생산기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뿐만 아니라 송도 신도시 건설 현장과 인천 연수지구 등 인천 앞바다의 전경이 시원하게 펼쳐졌다. 송 과장은 가스과학관도 단순한 견학관을 넘어 어느새 인천의 명물로 떠올랐다고 한다.

때마침 저멀리 하역부두에 멤브레인 선박과 모스형선박이 같이 부두에 들어와 있었다. 햇빛이 찬란하게 비친 바다에 거대한 두선박이 자리잡은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바로 저기가 우리가 매일 쓰고 있는 천연가스의 공급이 시작되는 곳이다. 국정원 보안상 사진 촬영은 금지돼 있어 안타까웠다.

가스과학관 견학을 마치고 이제 본격적으로 LNG생산기지를 둘러볼 차례다.
송 팀장은 LNG생산기지에 들어가기 위해 미리 섭외해둔 방폭형 차량으로 기자를 안내했다. 혹시나 모를 사고에 대비해 발화가 될 차량은 진입이 엄격히 금지돼 있기 때문이란다. 간단한 검문절차를 마치고 생산기지로 들어섰다.

송재호 과장은 “가스생산기지는 600분의 1로 부피를 줄여 액체로 들어온 천연가스를 가정이나 발전소 등에서 쓸 수 있도록 다시 기체로 만들어 내보내는 곳”이라며 친절히 설명했다.

부취설비라고 써있는 곳을 지나자 비릿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송과장은 “천연가스는 냄새와 색깔이 없어 누출될 경우 사람이 감지를 못하는 만큼 이를 예방하기 위해 냄새나는 성분을 이곳에서 일부러 넣는다”고 설명했다.

안으로 조금 더 들어가니 체육관처럼 보이는 저장탱크 10개가 나란히 줄을 지어 자리잡고 있었다. 저장탱크 하나가 4만5000t의 가스를 담고 있다. 그 옆에는 6만3000t짜리가 2개 더 있었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땅 위로 머리만 ‘쏙’ 내민 8개의 지하 저장탱크는 용량(9만t)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저장탱크 하나 건설에 1000억원이 든다. 가스공사측은 수도권 가스사용량 증가에 대비해 9만t 규모의 탱크 19, 20호기 2개를 추가로 만드는 중이다.


우리나라의 천연가스 소비량은 2200만t으로 일본에 이어 세계 2위. 겨울철에는 전국을 기준으로 4만5000t짜리 탱크 3개 분량의 가스가 하루에 다 소비된다. 96년부터 가동에 들어간 인천기지는 국내 소비량의 40%를 책임지고 있다고 송과장은 소개했다.

현재 가스공사가 전국에 깔아놓은 가스배관 길이는 2520㎞. 전국이 하나의 망으로 연결돼 있어 수도권의 가스소비량이 갑자기 늘어나 인천생산기지가 전부 공급하지 못해도 평택이나 통영 생산기지에서 생산을 늘리면 공급차질은 생기지 않는다고 했다.

저장 탱크 앞으로 가까이 다가가자 눈으로도 외벽이 얼마나 견고한지 짐작이 갔다. 송과장은 “천연가스는 영하 163도에서 끓기 때문에 냉각을 유지하는 기술이 핵심”이라면서 “저장탱크 외벽은 콘크리트 1m에 보냉재 두께도 1m나 된다”고 소개했다.

또한 지진에 대비해 내진재를 설치해 리히터 규모 6.3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안전하게 시공됐다고 한다. 외부에 설치된 살수 설비는 탱크 본체 주위와 상부 살수로 화재 발생시에도 복사열을 차단해 탱크의 본체를 냉각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최첨단 설비를 갖춘 중앙조정실을 지나자 이곳은 송과장 자신도 입사후 한번도 들어가보지 못한 곳이라며 웃는다. 그만큼 보안이 철저하다는 것. 이곳에서 생산공정과 배관망을 24시간 원격 감시하고 제어하고 있다고 한다.

기자는 가까이서 배를 보고싶어 송과장을 재촉해 하역부두로 다가갔다. 전망대서 멀리보던 거대한 MOSS형 선박을 코앞으로 마주한 순간이다.

직원들이 안전모를 쓰고 바쁘게 움직이며 갓 입항한 듯한 선박에서 가스를 저장탱크로 옮기고 있었다. 배 한척이 싣고 오는 가스의 양은 보통 5만7000t 정도. 매일 배가 1∼2척 와서 사용량 만큼 내려주고 간다. 송 과장은 초기에는 주로 말레지아와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가스를 들여왔으나 지금은 카타르·오만 등 중동산이 더 많다고 한다.


생산기지를 둘러보고 다시 본관으로 돌아가는 길. 붉어진 노을아래 하루일과를 마친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족구를 하고 있었다.

이제 이날 하루동안 가이드를 해준 송과장과 작별할 시간. 비록 집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근무하느라 주말부부로 지내고 있다지만 어느덧 이곳 인천에 정이 들었다고 한다.

헤어질 무렵 송과장은 자신이 직접 운영하는 LNG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며 많은 정보가 있을것이라고 소개해줬다. LNG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남다른 애정으로 중무장한 ‘LNG人’이 여기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인천 LNG생산기지 탐방 취재의 끝을 맺었다.

비록 보이지도 않고 만질수도 없는 천연가스지만 이들의 손과 발을 통해 우리들이 가정과 직장에서 매일 소중하게 쓰는 연료가 되어 돌아온다고 생각하니 묘한 기분이 들면서도 고마운 마음도 동시에 느낄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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