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정상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김진철 기자-
공기업 정상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김진철 기자-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4.01.09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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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의 부채문제가 우리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국민의 비난은 쏟아지고, 정부는 연초부터 공공기관의 목줄을 쥐어짜고 있다.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처음 가진 기자회견에서 일부 공기업의 경우 영업이익으로 이자마저 충당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는 등 공기업의 부채문제를 지적했다. 다만 공기업만의 잘못이 아니라 정부정책을 떠맡으면서 부채가 늘어난 부분도 있음을 일부 시인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에 만연한 비정상적인 관행을 정상화시키는 개혁을 통해 기초가 튼튼한 경제를 만들 것이라고 밑그림을 그렸다. 속전속결로 해결하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가 담겨 있다.

공공기관 개혁, 박 대통령은 임기 중 이것 하나만 해결해도 성공한 정권으로 기억될 수 있다. 역대 정권에서 이 같은 시도는 여러 번 있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중요하면서도 무척이나 힘든 일이다. 다만 공공기관 개혁을 서두를 경우, 개혁은 고사하고 부작용만 초래될 수 있다.

공기업의 부채가 왜 늘어났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해외자원개발로 부채가 늘어난 공기업을 살펴보자. 전 정권에서 성과위주의 에너지정책을 성급하게 추진함으로써 실패와 실수를 거듭했고 과중한 부채란 부작용을 낳았다. 에너지자원에 대한 자주개발비율을 높이겠다는 욕심에서 비롯된 결과물이다.

한전이나 가스공사의 부채원인을 살펴보자. 특히 한전의 경우 저평가된 전기요금이 원인이 됐다. 그 동안 전문가들은 틈만 나면 전기요금 현실화를 주장했다. 그때마다 우리 정부와 정치권은 국민을 핑계 삼아 차일피일 미뤄왔다. 그것이 고유가에 따른 발전단가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곪아 터진 것이다.

이처럼 근원은 다른데 있다. 다른 공기업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무조건 쥐어짠다고 공기업의 부채가 없어지는 건 아니다. 근원을 찾아 바로잡는 것이 먼저다. 근원이 해결된다면 공기업의 부채는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그래서 속도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확한 진단 후 처방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밑 빠진 독에는 아무리 많은 물을 붓더라도 채워지지 않는 법이다. 공기업 부채도 이와 마찬가지다.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해 공기업의 부채를 탕감해주더라도 근원이 해결되지 못하면 결국 부채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국민이 서두른다고 정부까지 서두를 필요는 없다. 먼저 공기업이 건전한 경영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기초공사를 착실히 할 필요가 있다. 무조건 부채를 줄이라는 것이 말이 되나. 한전의 경우 당장 전기요금만 현실화시켜준다면 간단하게 끝날 일이다. 물론 국민의 불편이 따르긴 하겠지만 이는 정부의 몫이다.

그리고 공기업은 공공재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손해가 나더라도 반드시 해야 하는 사업이다. 한전이 과도한 흑자를 낸다는 것도 따지고 보면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온 쌈짓돈이다. 국민의 부담이란 뜻이다. 반대로 한전의 부채가 늘어난 것은 그만큼 우리 국민이 저렴한 가격에 전기를 사용했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물론 해외사업 실패 등에 따른 부채를 무시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따라서 공기업이 많은 흑자를 낸다고 해서 우리 경제가 튼튼해지는 건 아니다. 따지고 보면 공기업의 흑자는 국민의 쌈짓돈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공기업의 부채를 적절히 관리하는 것이 바로 공기업의 정상화다.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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