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에너지생태계 바꾼 ‘2013년’
-김진철 기자-
우리나라 에너지생태계 바꾼 ‘2013년’
-김진철 기자-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3.12.23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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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우리의 에너지산업은 ‘다사다난(多事多難)’이란 너무나 간단하면서도 쉬운 말로 정리될 수 있을듯하다. 그 동안 우리가 추구했던 에너지생태계를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굵직한 일들이 봇물 쏟아지듯 쏟아졌다.

에너지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부작용들이 쌓이고 쌓여 올해 한꺼번에 곯아터진 모양새다. 9.15 순환정전사태 이후 끊임없이 이어졌던 전력수급난은 여전히 국민들을 피로하게 만들었다. 좀처럼 진화되지 않는 밀양송전탑사태와 원전비리사태 등은 국민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치달았던 에너지공기업 부채는 결국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으로 내몰리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면서 국민의 질타는 더욱 커졌다. 그러나 굵직한 이 문제들은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우리 국민의 스트레스게이지를 끌어올린 후진국 형 전력수급난은 9.15 순환정전사태 이후 끊임없이 이어졌다. 끊임없이 이어진 절전캠페인에 국민들은 노이로제에 걸릴 정도로 신경절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전력수급난 관련 언론보도에 채널을 돌리거나 외면하는 심각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다만 올 겨울을 기점으로 전력수급난이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내년에는 원전 10기 규모에 해당하는 발전설비가 신규로 가동된다. 그렇다고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원전비리사태 등이 여전히 전력수급난을 좌지우지(左之右之)하는 최대 변수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을 들었다놨다하게 만들었던 원전비리사태는 고리원전 정전은폐사건을 시작으로 품질보증서류 위조 등 각종 원전비리가 종합선물세트처럼 잇따라 터지면서 망신창이로 전락했다. 검증되지 못한 원전부품은 원전가동을 멈추게 만들었고, 현장에서 착실히 맡은 바 임무에 충실했던 원전노동자들은 일부 몰지각한 범죄자 탓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지난 여름 그 동안 원전비리를 수사해온 원전비리수사단은 김종신 前 한수원 사장 등 43명을 구속기소하고 박영준 前 지식경제부(現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 등 54명을 불구속기소하는 등 총 97명을 재판에 넘긴 바 있다. 이들의 죄가 언론지상을 통해 속속 입증되고 있다.

김균섭 前 한수원 사장은 당시 원전비리사태를 해결할 적임자로 낙점 받아 첫 외부출신 사장으로 취임했으나 좀처럼 진화되지 않는 원전비리사태에 무릎을 꿇고 불명예 퇴진했다. 그리고 오랜 진통 끝에 조석 한수원 사장이 취임했다. 그리고 그는 원전비리사태를 종식시킬 3대 경영혁신방안을 최근 발표하면서 조식단속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조 사장은 무거운 마음으로 국민에게 다시 사죄를 한 뒤 그 동안 준비했던 조직·인사·문화 등 3대 경영혁신을 본격화할 것이라면서 내년을 원전비리가 없어지고 안전성에 신뢰받는 원전으로 재도약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또 3대 경영혁신활동으로 원전비리를 원천적으로 근절하는 동시에 원전의 안전성을 대폭 제고할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조 사장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원전산업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여전히 따갑고 정상적인 원전가동이 가능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뿐만 아니라 최근 경주본사 이전 관련 당초 약속과 달리 2년 연장이란 논란의 불씨를 당기기도 했다.

올해 심각한 사회적 갈등으로 번진 밀양송전탑사태는 앞으로 송전선로건설을 어떻게 할 것인가란 큰 과제를 던졌다.

밀양송전탑사태는 지난 2007년 11월 신고리원전-북경남변전소 756㎸ 송전선로 건설 사업에 대한 승인이 떨어지면서 밀양주민이 송전탑 건설 백지화 요구 첫 궐기대회로 시작됐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한전은 올해 8년 만에 공사를 재개했으나 이를 반대하는 밀양주민이 자살 등의 인명피해로 이어지면서 극한 대립으로 치닫기도 했다. 그리고 대규모 공권력이 투입되고 밀양주민에게 직접 피해를 보상하는 법까지 제정하는 등 일단 봉합조치를 하고 공사를 재개한 상태다.

밀양송전탑사태는 봉합된 것으로 보일 수 있으나 늘어나는 전력수요에 맞춰 앞으로 건설될 송전선로. 전국 곳곳에 밀양송전탑사태에 버금가는 갈등이 산재돼 있는 셈이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한 상황이다.

올해 에너지산업을 뒤흔들었던 사건 중 하나는 저평가된 에너지가격과 과도한 해외자원개발 등으로 크게 누적된 에너지공기업의 부채.

12월 기준 한전의 부채는 102조1000억 원으로 창사 이후 처음으로 100조 원을 넘어섰다. 지난 9월 기준 가스공사는 32조2527억 원, 한수원은 24조7073억 원, 석유공사는 17조9831억 원 등으로 각각 집계된 바 있다. 이들은 올 국정감사에서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의원들로부터 뭇매를 맞았고, 결국 방만한 경영으로 내몰리면서 이들은 스스로 성과급과 급여인상분을 반납하는 초유의 사태로 진화에 나섰으나 역부족. 문제의 해결은 고사하고 직원들만 상처를 받았다.

지난달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는 “이제 파티는 끝났다고 본다.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해 공공기관의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책을 모색할 것”이라면서 공공기관의 방만한 경영과 과잉복지를 엄격히 관리할 것이라고 철퇴를 날렸다.

그리고 한 달 뒤 그는 공공기관의 과도한 부채와 복리후생을 근절하기 위한 대책을 담은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심의·확정하고 발표했다.

현 부총리는 이번에 발표된 대책은 과다부채로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과잉복지로 국민의 불신과 공분을 샀던 공공기관을 비정상에서 정상으로 돌려놓으려는 종합계획이라면서 정부는 공공기관의 누적된 부채를 확 줄이고 고질적인 방만한 경영을 수술하는 것은 물론 개혁방안을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범정부적인 추진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신재생에너지산업은 당초 호전될 것이란 장밋빛 전망에도 불구하고 올해 고전을 면치 못했다. 국내 신재생에너지산업은 환경부 규제에 발이 묶여 헤맸으며, 해외진출을 위한 스펙을 쌓는데도 힘들었다.

에너지산업은 단순히 제품을 생산하는 차원이 아니라 우리 경제를 움직이는 원동력이다. 잘못되고 모순된 에너지정책이 얼마나 많은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는지 분명 이번 참에 깨달았으면 한다. 이미 우리는 학습을 통해 뼈저리게 익혀오지 왔지 않나.

많은 아쉬움이 남는 2013년을 보내지만 2014년에도 에너지산업을 둘러싼 난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적잖은 에너지생태계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부디 현명하게 위기를 대처할 수 있는 지혜가 쏟아지는 2014년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2014년 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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