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범인데 공기업만 임금 반납?
-김진철 기자-
정부 공범인데 공기업만 임금 반납?
-김진철 기자-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3.11.2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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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형법에 타인을 교사해 죄를 범하게 한 자는 죄를 실행한 자와 동일한 처벌을 받도록 분명히 명시돼 있다. 살인을 예로 들어보자. 살인을 청탁한 의뢰인이나 청탁을 받고 살인한 청부업자 모두에게 살인죄를 적용 공범으로 처벌된다. 공기업 부채를 둘러싼 일련의 일들이 청부업자격인 공기업만 처벌받는 것 같다. 공공노조를 중심으로 정부도 공범이란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공기업에 관련 문제가 발생할때마다 방만한 그들의 경영은 의례적으로 도마에 올랐다. 그러나 최근 들어선 국민의 질타수위가 부쩍 늘어났다. 언론을 통해 공기업 부채의 심각함이 연일 보도됐다. 정부는 공기업 부채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공기업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것처럼 보여 씁쓸하다. 마치 영화나 드라마의 보다 정교하게 계산된 시나리오와 대본을 보는 것 같다.

얼마 전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는 “이제 (공공기관의) 파티는 끝났다”면서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해 공기업의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그 일환으로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과 과잉복지를 엄격하게 관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정부는 최근 촉발된 공기업 부채와 관련 표면적으로 이들의 방만한 경영에서 출발한 것으로 봤다. 이를 바로잡겠다는 것이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공기업 부채 관련 공기업이 모든 화살을 받고 있는 모양세다. 과연 공기업 그들만의 문제일까, 정부정책 실패에 따른 부작용은 없었을까. 물음표를 던지게 된다.

한국토지주택공사 부채는 2012년 기준으로 2008년에 견줘 52조3000억 원이나 급증했다. 주요원인은 23조8000억 원의 보금자리주택 부채를 떠안은 것. 한국수자원공사도 8조 원에 달하는 4대강 사업 부채를 떠안으면서 11조8000억 원으로 늘어났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기업을 살펴보면 한국전력공사(발전6사 포함)는 44조9000억 원, 한국가스공사 14조4000억 원, 한국석유공사 12조5000억 원 등으로 각각 늘어나 사실상 정부의 빚을 떠안은 형국이다. 주원인은 정부정책에 의거한 과도한 해외자원개발과 인상요인을 제때 반영하지 못한 에너지가격 탓으로 정리될 수 있다..

지금의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고 당시 정부는 보금자리주택 등으로 국민복지 향상에 기여했고, 에너지자주개발비율을 큰 폭으로 증가시켜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확보하는데 성공했다고 대대적인 홍보에 나선 바 있다. 따지고 보면 성과를 중심으로 한 당시 과도한 정부정책이 현재 공기업 부채를 양성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왜 정부가 책임을 져야하는지 꼼꼼이 살펴보자. 보금자리주택이나 4대강 사업처럼 정부정책을 기반으로 한 대형프로젝트가 공기업 경영진의 의사로 결정될 수 있을까. 실제로 정부가 결정을 내리고 공기업이 실행에 옮기는 등 각각의 역할이 분명히 구분돼 있다. 공기업 스스로 대형프로젝트 추진여부를 결정할 수 없음이다. 해외자원개발도 비슷한 이치다.

왜곡된 에너지가격도 공기업의 부채를 키웠다. 한전이나 가스공사 등 에너지공기업은 일찍이 에너지가격에 대한 정상화를 정부에 건의했으나 정부는 서민경제안정 등의 이유로 이를 묵살했다. 게다가 지난 정권의 공기업선진화정책 등으로 공기업의 알짜사업은 민간으로 넘어갔다. 그나마의 수익창출도 잃어버린 셈이다. 이 같은 요인이 복합적으로 결합되면서 공기업 부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공공노조는 일찍이 공기업 스스로 경영할 수 있는 경영자율권을 보장해 줄 것을 오래전부터 주장해왔다.

정부도 공기업 부채에 자유로울 수 없음이다. 그렇다면 정부의 대응자세는 바람직할까. 최근 정부는 공기업 직원가족에게까지 공기업 부채의 짐을 지우고 있다. 올 국정감사 등에서 공기업 부채 등에 대한 국회의원과 국민의 질타가 잇따르자 산업부는 산하 공기업에게 성과급과 임금인상분을 반납토록 압박했다는 설이 자자하다.  이와 관련 대부분의 공기업은 부장급이상 직원의 성과급과 임금인사분을 반납받겠다고 서둘러 발표했다. 당초 전 직원이 대상이었으나 그나마 노조의 반발로 노조원은 제외됐다.

산업부가 공기업 직원 성과급과 임금인상분 반납이란 아이디어를 내는 과정에서 정부정책 실패에 따른 책임 차원에서 공무원의 임금인상분 반납을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물론 산업부에 책임을 전가하기에 분명 무리는 있다. 다만 공기업에 모든 책임을 전가시키는 것이 옳지 않은 것 같다.

공기업 직원의 성과급과 임금인상분 반납은 이들의 가족에게 공기업 부채의 짐을 지우는 것과 같다. 공기업 직원도 한 가정의 가장이다. 일반가정처럼 가장이 벌어온 돈으로 계획에 맞춰 가정이 꾸려지고 있다. 작은 부분이지만 그것을 반납하라는 것은 그들의 가정에 공기업 부채 짐을 지우는 것과 뭐가 다를까 싶다. 특히 공기업 직원의 급여는 정당한 노동의 대가로 받는 정당한 대가다. 아무리 국가라도 이를 규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이뿐만 아니라 올 국정감사에서 모 의원은 민간기업의 경영부실에 따른 고통분담을 직원이 함께 하고 있다면서 왜 공기업은 그렇게 하지 못하내고 질타했다. 민간기업은 높은 성과를 냈을 경우 직원들에게 풍성한 성과급을 줄 수 있으나 공기업은 규정에 없는 성과급을 지급할 수 없다. 민간기업과 공기업 경영환경에서 오는 차이다. 절대적인 비교가 불가능한 사항이다.

특히 걱정스러운 것은 이 같은 분위기가 고스란히 민간기업 노동환경에 적용될 수 있음이다. 민간기업 경영악화를 노동자에게 짐을 지우는 빌미가 될 수도 있음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가 과도한 공공기관의 복리후생을 문제 삼기로 했다. 국회나 정부에서 주장하듯 공공기관의 복리후생이 과도하게 집행되고 심각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면 이 같은 상황이 불거지기 전에 바로잡았어야 옳다. 따져보면 그 동안 손을 놓고 있었다는 것인데 공공기관을 감시해야 할 국회와 정부의 직무유기가 아닐까.

또 민간기업 복리후생은 공기업을 잣대로 이뤄지는 경우가 다수다. 대부분의 민간기업 복리후생이 공기업 복리후생보다 좋지 못한 상황이다. 공공기관 복리후생이 후퇴할 경우 민간기업 복리후생도 후퇴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공기업이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부절적한 행동과 부정한 방법으로 개인의 영리를 취했다면 성과급과 임금인상분 반환은 물론 재산을 몰수하는 등 그에 상응하는 합당한 책임을 지게 해야겠지만 모든 책임을 모든 공공노동자에게 지우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번 성과급과 임금인상분 반납된 금액은 공익적인 목적으로 사용된다. 결코 공기업 부채에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 언 발에 오줌 누는 겪이다. 이 같은 방법으로 공기업 부채를 절대 해결할 수 없다. 단지 여론만 잠재울 뿐이다.  부채가 그대로 남아 있음을 정부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현재 공기업 부채는 심각한 수준으로 여론을 잠재우는 방법 등으로 해결할 수 없음이다. 정부와 공기업이 과거에 대한 책임을 먼저 통감하고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내는데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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