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당국은 당초 올 여름만 넘기면 심각한 전력수급난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국민을 안심시켰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올 겨울철 전력수급난에 대비해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특히 매듭 되지 못한 원전비리사태가 큰 변수로 작동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력당국은 조금만 더 견디면 괜찮을 것이라고 국민을 안심시키고 있다.
최근 전력당국은 올 여름철 전력수급난이 일단락됐다면서 국민과 산업계 동참에 감사한다는 자료를 냈다.
전력당국은 지난 6월 18일부터 8월까지 시행한 ‘에너지사용제한조치’에 국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서비스업계도 문 열고 냉방영업의 근절을 자율적으로 선언하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설명이다. 또 계약전력 5000kW이상 산업체와 대형건물 2637곳을 대상으로 8월 한 달 간 실시된 절전규제에서는 하루 평균 296만kW를 감축했다고 발표했다.
최근 여름과 겨울마다 되풀이되는 전력수급난은 기본적으로 전력수요 증가에 맞춰 전력설비용량을 제대로 늘리지 못한 탓이다. 전력당국은 수요관리목표를 정한 뒤 필요한 발전설비를 늘리는 방식으로 전력수급계획을 결정했다. 그러나 수요관리가 제대로 안 되다보니 전력수급난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전력계획에 대한 방향을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생산력은 떨어지고, 국민은 불편하고, 전력당국은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어야 하는, 누구에게도 전혀 보탬이 되지 않는 현상이 불거지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에 대한 강제절전, 공공기관에 대한 냉방기기 차단 등 원시적인 방법으로 간신히 위기를 넘겨왔지만 경제적 손실 등은 무시할 수 없다.
전력당국은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오는 2027년 전력예비비율 목표를 22%로 설정했다. 내년부터 원전과 대형석탄발전소 등이 대거 준공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력당국에서 예측하는 것보다 상황은 녹록치 않다. 최근의 밀양송전사태 등을 고려해 볼 때 발전소를 건설하는 것만으로 지금의 전력수급난을 극복하기는 어렵다. 전력산업을 둘러싼 다양한 문제가 산재돼 있다.
전력계획은 보수적으로 짜여 져야 한다. 전력당국은 올 여름을 무사하게 넘겼다고 안심할 시점이 아니다. 당장 발전설비가 계획예방정비에 들어가야 하고 9.15 순환정전사태 등을 고려할 때 안심할 때가 절대 아니다.
물론 전력당국은 올 여름 전력수급상황이 일단락됐으나 가을철에도 간헐적 전력수급불안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이달 중순까지 계획예방정비를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또 대형발전설비 고장 등 돌발 상황에 발생할 것에 대비해 민간발전설비 활용, 수요관리, 전압조정 등을 통해 대응키로 한 바 있다.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전력당국은 어찌됐든 올 여름 전력수급난 대응에 동참해준 국민에게 인사를 해야겠지만 폭염이 끝났다고 다 끝난 것은 아니다. 너무 선급하게 샴페인을 터뜨리는 것을 자제해야 할 것이다. 긴장의 끈을 늦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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