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의 가치를 높일 때
-김진철 기자-
전기의 가치를 높일 때
-김진철 기자-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2.06.08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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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한 번도 블랙아웃(광역정전)이 발생하지 않았다.

눈을 감고 상상해 보자. 대한민국에 블랙아웃이 발생할 경우 어떤 모습일까. 먼저 모든 불이 꺼진다. 우리나라 수출주역이던 제조회사의 기계들은 동작을 멈춘다. 응급실의 환자는 수술을 받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한다. 엘리베이터에 갇힌 국민들은 불안에 떨며, 구조대의 구조를 기다린다. 양식장의 어류들은 산소가 부족해 폐사한다. 이뿐만이 아닐 것이다. 상상만으로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9.15 정전사태 당시의 기억을 더듬어보자. 전체 전력수요의 10% 정도만 순환정전을 시켰을 뿐인데 여파는 상상 이상이었다. 당시 국민들은 분노했고, 산업체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우리는 이 사태를 통해 전기의 소중함으로 조금은 깨달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우리 국민들이 느끼는 전기의 가치는 어느 정도일까. 우리가 물건을 산 뒤 남는 동전으로 샀던 껌을 예로 들어보자. 요즘 껌 가격도 올라 저렴한 것이 500원 정도다. 껌을 씹지 않고 500원으로 전기를 사용한다면 가전제품을 얼마나 사용할 수 있을까. 주택용 전기요금 기준으로 31인치 TV를 무려 23시간을 볼 수 있다. 600ℓ 냉장고는 80시간을 돌릴 수 있다. 컴퓨터는 42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대중음식인 자장면을 예로 들어보자. 현재 자장면 가격이 4000원임을 기준으로 전기제품을 사용할 경우 위에 언급한 가전제품의 사용시간보다 8배 정도 더 사용할 수 있다. 우리가 자장면 한 그릇을 먹지 않음으로써 컴퓨터를 336시간(14일) 사용할 수 있다.

물질적인 잣대로 전기의 가치를 평가하기 어렵지만 전기는 중요성에 비해 그 가치가 현저히 떨어진 상태다.

현대인의 필수품인 통신요금을 예로 들어보자. 현재 스마트폰을 이용할 경우 대중적인 통신요금은 1인 기준 5만5000원. 다른 부가서비스 등을 제외하고 무료통화만 300분 제공된다. 이 요금을 기준으로 컴퓨터를 얼마나 사용할 수 있을지 계산해 보면 무려 4620시간(192일)을 사용할 수 있다.

물론 극단적인 비교지만 전기는 그만큼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인류가 진화되면서 전기는 의식주 다음으로 인간 삶의 필수요소다. 그만큼의 가치를 인정받아야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특히 저평가된 전기요금은 우리나라 전력산업의 근간을 흔들어 놓을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하다. 일반 국민들이 인식하는 것처럼 정부가 발전소를 지어주는 것은 절대 아니다. 발전회사가 외국에서 자금을 융통해 짓는 게 대부분이다. 빚으로 지어진 발전소는 빚을 갚아야 하고 발전단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연료비용은 우리의 힘만으로 조치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발전연료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전기요금 인상요인은 누적되고 있다. 점점 더 전기요금 현실화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지금은 고유가시대지만 초고유가시대에 접어들 경우 발전연료가 급등해 전기요금 현실화는 더더욱 멀어진다.

더 늦기 전에 전기에 대한 가치를 높여야 할 때다. 적어도 전력생산단가만큼은 맞춰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전기세’가 아니라 ‘전기요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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