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울라
-김진철 기자-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울라
-김진철 기자-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2.05.18 18:5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떤 전쟁이든 최고사령관이 부재하면 그 부대는 오합지졸로 전락하고 만다. 전투력과 사기가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결국 전멸하고 만다. 중심을 잃은 조직은 더 이상 조직력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한수원이 이 같은 상황에 놓인 게 아닌가싶다. 고리원전사태와 각종 원전비리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더니 김종신 사장은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결국 한수원은 당분간 최고사령관 없이 전쟁터에 덩그러니 남게 됐다.

이에 앞서 한수원 신임 사장에 대한 인선작업이 추진됐고, 최종 후보자로 김신종 광물자원공사 사장과 홍장희 前 한수원 발전본부장이 낙점을 기다렸으나 끝내 낙점을 받지 못하고 재공모 절차에 돌입했다.

정부는 이번 공모에서 내부 출신을 배제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후보자였던 홍 후보자가 내부 출신이란 이유로 낙점을 받지 못한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내부 출신은 무조건 배제(?). 당황스럽다. 그 동안 한수원 사장 자리는 내부출신으로 채워졌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으나 단연 첫 번째는 원전의 안정적인 운영 측면이다.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요하는 자리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등 잇따라 원전문제가 발생하자 원전의 안정적인 운영을 국민들에게 약속했다. 그런데 이번 공모에서 내부출신을 배제한다는 것은 분명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최근 문제가 됐던 원전비리는 한수원 조직의 한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한수원의 전 구성원이 모두 이 같은 비리에 연류 돼 있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정부는 한수원 전체를 비리집단으로 규정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정부가 한수원 사장 공모에서 내부출신을 배제하는 것은 직무유기에 해당하는 게 아닌가싶다. 외부출신이건 내부출신이건 후보자의 인격이나 능력 등의 인사검증을 통해 옥석을 가려내는 게 정부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정부의 계산과 달리 내부 사정에 정통한 내부출신이 비리척결 등에 더 안성맞춤일 수 있음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

섣부른 생각일지 모르나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홀라당 태워버리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