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고리원전사태, 안전보다 경제성에 치우친 결과
<기자의눈> 고리원전사태, 안전보다 경제성에 치우친 결과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2.03.23 21:4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2분간 원자로 전원상실이란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사고가 대한민국의 원전산업을 뒤흔들고 있다. 이 사태를 지켜보면서 원전의 안전성보다 경제성을 강조한 결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지난 21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 2월 9일 발생한 고리원전 1호기 전력공급 중단사건에 대한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고리원전 1호기의 전력공급이 중단된 원인은 발전기 보호 장치를 시험하는 과정에서 작업자가 감독자의 지시와 절차를 따르지 않고 업무를 수행하다 전원이 차단됐다. 자동으로 작동돼야 할 비상디젤발전기마저 기기결함으로 기동되지 못했다.

보고누락과 관련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당시 발전소장은 저녁식사 후 전력공급이 중단된 동안 주 제어실에 들어왔고 전원이 복구돼 조명이 밝혀진 이후 사건현장에 있던 주요간부들과 논의한 결과 한수원 본사와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에 보고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현 정부 들어서면서 공공기관의 선진화정책이 추진됐고 공공기관의 정원이 일률적으로 줄어들었다. 한수원도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경기위축에 따른 예산절감까지 강요받으면서 이중고(二重苦)를 겪지 않았나 생각된다. 정비인력이 줄어든 만큼 작업자의 스트레스는 가중됐을 것이고, 예산절감에 따른 계획예방정비기간이 대폭 줄어들면서 스트레스는 그야말로 극에 달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 고리원전 1호기 정전사태의 원인도 사실 사소한 것에서 시작됐다. 당시 작업자는 부족한 인력과 시간에 쫒기면서 정해진 매뉴얼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 와중에 작업자가 실수를 했고, 절묘한 타이밍에 1차 방어선인 비상디젤발전기가 기동되지 못해 걷잡을 수 없이 사태가 불거졌다.

원전사업이 안전성보다 경제성이 강조된 부분이 아닌지 의문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게다가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내놓은 대책도 가관(可觀)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계획예방정비의 검사항목을 57개 수준에서 100개 수준으로 늘리고, 원자력안전기술원 입회하에 전력계통 관련 시험을 확대하겠다고 한다. 실제로 따져보면 근원적인 문제해결보다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작업자의 스트레스가 무겁지 않다면 이 같은 감독기능 강화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싶다.

정부는 최근 원전부분의 인력을 대폭 보강하겠다면서 로드맵을 수립한 바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현장의 인력보다 연구진이나 UAE원전수출에 따른 인력보강에 치중돼 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현장 작업자의 스트레스를 줄일 수 없다는 뜻이다.

원전사업은 매우 정교한 사업 중 하나다. 따라서 철저한 매뉴얼이 있고, 반드시 철저하게 지켜져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력과 시간에 쫓기면서 우리의 원전사업은 안전보다 경제성에 치우치게 됐고 그 결과 안전에 소홀해졌다고 볼 수 있다. 감독기능을 강화한다면 당장은 효과를 볼 수 있겠지만 근원적인 문제해결은 되지 못한다.

정부는 더 이상 경제성을 이유로 원전사업을 압박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최소한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여유를 줘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