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신대륙, 먼저 깃발 꽂는 자가 임자다”
“경제신대륙, 먼저 깃발 꽂는 자가 임자다”
  • 윤병효 기자
  • ybh15@energytimes.kr
  • 승인 2011.03.04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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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꿈틀거리는 아프리카의 문을 두드려라 下
STX, 상생전략으로 가나서 20만호 주택건설사업 1단계 수주
포스코, 풍부한 자금·정보력 이용 다수 자원개발 패키지딜 성사

[에너지타임즈 윤병효 기자] 아프리카는 ‘검은 땅’으로 비유된다. 흑인종이 많은 이유도 있지만 상당수 국가들의 암울한 정치상황이 투영된 면도 크다. 아프리카는 또 흰색으로도 비유된다. 풍부한 자원과 광범위한 시장을 갖고 있으면서도 개발이 거의 되지 않아 백지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아프리카를 잘 아는 사람들은 ‘경제 신대륙’으로 표현한다. 아메리카 신대륙 당시 드넓은 땅의 주인은 ‘깃발’을 먼저 꼽는 자의 몫이었듯, 경제신대륙 아프리카시장에서의 성공여부 역시 ‘누가 먼저 진출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무주물선점(無主物先占)이다.




◇STX, 가나의 미래에 투자하다= 지난해 12월 STX는 가나정부와 3만호 주택건설에 관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가나정부가 수도 아크라를 비롯해 인근의 10개 신도시에 주택 20만호를 건설할 예정인 가운데 이중 3만호 건설사업을 STX에 맡긴 것. 이 사업은 STX의 가나 진출을 알리는 신호탄에 불과하다.

STX는 내친 김에 가나정부가 유사 이래 최대 규모로 진행하고 있는 20만호 주택 및 인프라 건설사업을 통째로 수주할 계획이다. 총 사업금액은 100억달러에 달한다.

STX가 가나 주택건설사업을 수주한다는 사실이 국내에 처음 알려진 지난해만 해도 “되겠냐” “무리수다”라는 비관론이 우세했다. 그도 그럴것이 가나라는 나라 자체가 일반에 생소할뿐더러 주택건설 경험이 적은 STX가 주택을 20만호나 짓는다는 사실 자체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

이러한 우려는 실제 상황으로도 연출됐다. STX와 가나정부 간에 본계약 체결이 임박하자 가나 의회의 야당이 이를 반대하고 나섰다. 겉으로는 야당이 STX의 주택건설사업 경험을 문제삼았지만, 속내는 STX의 가나 진출을 시기하던 중국기업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나라 안팎의 걸림돌에도 불구하고 STX가 1단계 사업인 3만호 건설사업을 따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직접 현장을 지휘한 강덕수 회장의 리더십과 상생의 윈윈전략이 통했다는 분석이다.

강 회장은 사업 초기단계부터 직접 현장을 누비고, 정부 측과 협상을 벌이는 등 사업 최일선에 섰다. 법과 제도가 잘 갖춰진 선진국에서는 실무자간의 협의만으로도 계약이 체결되지만, 아프리카 국가와의 협상은 예상치 못한 돌발변수가 많기 때문에 ‘총수’가 전면에 나서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고 성공 가능성도 높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강 회장의 현장경영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STX가 가나에서 구사한 윈윈전략은 ‘중국과의 차별화’. 중국은 일찌감치 가나시장을 선점했지만 상생협력보다는 수익만 챙겨가 가나인들의 비난을 샀다.

이와 달리 STX는 가나 농촌지역에 어린이도서관을 짓고, 차량을 이용한 이동도서관도 운영하는 등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은 농촌지역에 ‘가나의 미래를 지원하는 STX’라는 이미지를 남기는데 성공한 것이다.

STX는 가나를 발판삼아 아프리카 전 지역을 대상으로 자원개발부터 인프라 및 플랜트 건설사업까지 전방위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특히 수직 계열화된 계열사를 통해 자원개발 패키지딜사업까지 성공적인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치밀한 전략, 통 큰 투자 ‘포스코’= 현재 가장 활발하게 아프리카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은 단연 포스코다. 정준양 회장은 지난 1월 중순 민주콩고 짐바브웨 카메룬 에티오피아 등 4개국을 순방해 여러 건의 자원개발 패키지딜을 성사시키고 돌아왔다.

포스코는 민주콩고와 동광산 개발과 수력발전소 건설을 연계한 자원개발 패키지딜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동광산 개발권을 얻는 대신 콩고강 유역에 2500MW 규모 잉가3 수력발전과 중소형 수력발전, 4만MW 규모 그랜드잉가 수력발전소를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바나나항 개발사업까지 연계되면 대우인터 포스코건설 포스코파워 등 계열사까지 진출할 수 있어 그룹 차원의 시너지효과가 극대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 회장은 또 짐바브웨 무주루 부통령과 만나 크롬 석탄 철광석을 개발하고 카리바 수력발전사업에 참여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포스코는 각 광물자원의 사업성이 검증되는 대로 상반기 중 현지기업인 앵커사와 광물개발 합작사를 설립할 예정이다.

카메룬과는 음발람(Mbalam) 철광석 광산 공동개발을 추진키로 했다. 광산에는 철함량이 60%인 고품위 철광석이 2억톤 가량 매장돼 있으며 2014년부터 연 3500만톤의 철광석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에티오피아의 멜레스 총리와는 철강산업 공동연구, 자원조사 및 인프라 개발협력 등 포괄적인 경제개발 지원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에티오피아 경제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처럼 포스코가 발빠르고 치밀하게 아프리카에 진출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풍부한 자금력과 아프리카에 8개 지사를 두고 있는 대우인터내셔널을 통한 광범위한 정보 수집, 그리고 이런 가능성들을 융합시켜 전략화한 포스코경영연구소가 있다.



◇패키지딜 성공사례 나오려면= 아프리카 대부분의 국가들은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지만 이에 대한 자금력이 태부족이다. 그러나 미개발된 자원은 풍부하다.

이에 따라 인프라 건설을 지원 받는 대신 자원개발권을 내주는 자원개발 패키지딜 방식을 선호한다. 이는 인프라 건설력이 뛰어난 우리나라에 유리하다는 평가다.

그러나 패키지딜 방식은 이론적으론 완벽해 보여도 심각한 현실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 자원개발과 인프라사업 간의 수익 회수기간 차이가 크게 난다는 점이다.

대규모 자금력을 가진 회사가 자원개발과 인프라 건설을 동시에 추진한다면 문제 될 게 없지만, 대부분의 패키지딜사업은 자원개발기업과 인프라 건설기업이 따로 진출한다.

즉, 인프라 건설에 참여한 기업은 1~2년이면 사업이 끝나 투자비를 회수해야 하는데, 자원개발은 적어도 7~8년은 넘어야 수익이 창출되기 때문에 인프라 기업들은 대략 5년 동안 투자비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패키지딜의 성공사례가 좀처럼 나오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을 중심으로 금융권으로부터 ‘자원개발 인프라건설 동반진출 펀드’를 조성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선례가 없다는 점 때문에 민간은행들이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하루속히 패키지딜 성공모델을 내놓으려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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