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홍천, 보일러 없이 겨울에도 20℃ 유지”
“강원 홍천, 보일러 없이 겨울에도 20℃ 유지”
  • 윤병효 기자
  • ybh15@energytimes.kr
  • 승인 2011.01.28 11:4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차 저에너지주택 실현과정 동행 취재기-
외부기온 차단 ‘단열’이 핵심, 월 5만원으로 난방·가전기기 해결
선진국 건물에너지 사용량多, ‘저에너지주택’ 일반인 관심 ‘후끈’

강은 물론이고 바다까지 얼게 만드는 매서운 한파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기후 전문가들에 의하면 이상기후로 인해 앞으로 겨울은 더욱 춥고 여름은 더 덥게 될 것이라고 한다. 그 예상이 맞다면 에너지 위기가 찾아올 확률이 매우 높다. 겨울엔 난방기가, 여름엔 냉방기가 현재보다 더 많이 가동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전력피크가 연일 최고점을 기록하고 있는 것도 에너지 위기가 먼 얘기가 아닌 바로 코앞에 닥쳐 있음을 잘 보여준다.
그렇다면 이를 극복할 대안은 없을까? 의외로 해법은 간단하면서도 가까운 곳에 있다. 에너지 사용이 필요없는 집이나 건물을 지으면 되는 것이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와 강원도 국제도시훈련센터(IUTC)는 에너지 공급이 거의 필요없는 제로에너지하우스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보고 일반인들의 인식을 넓히기 위해 ‘저에너지주택 실현 훈련과정’을 공동으로 마련했다. 지난 1월 22~23일 이틀간 강원도에서 진행된 1차 교육과정에 직접 동행했다.

 

직업은 다양해도 목적은 ‘패시브하우스’ 짓기

토요일 아침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역 1번 출구. 교육장소인 강원도 홍천 국제도시훈련센터로 가는 관광버스에 오르기 위해 참가자들이 속속 모였다.

총 38명. 집합장소가 서울인데도 지방에서 올라온 이들이 20명에 달할 정도로 참가자들의 열의는 대단했다. 특히 미국에서 온 이들도 있어 다른 참가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직업들은 다양했다. 목수 공무원 연구원 학자 교사 회사원 사업가 시민단체운동가 건축설계사와 무직자까지. 직업은 달라도 홍천행 목적은 같았다. 에너지 비용이 거의 들지 않고 노후를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제로에너지하우스’ 짓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다.

강원도라서 시간이 족히 3시간은 넘게 걸릴 줄 알았는데, 2시간도 채 걸리지 않아 도착했다. “고속도로가 잘 뚫려 강원도도 서울의 일일 생활권”이란 말을 종종 듣긴했으나 실감하기는 처음이었다.
 

※국제도시훈련센터(International Urban Training Center)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저개발 국가들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돕기 위해 도시계획, 도시관리, 수자원, 에너지, 폐기물관리 등의 교육과 훈련을 제공하기 위해 강원도가 UN 해비타트(Habitat)와 손잡고 2007년 설립한 기관이다.

 

 

“현 인류 1.4개의 지구를 살고 있다”

첫 강연에 나선 안병옥 소장은 지난 몇 년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이상기후가 지구 온난화 때문이며, 온난화의 주범은 바로 인간이 내뿜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에 기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 소장은 “화석연료의 사용 증가로 탄소 발생이 급격히 증가했고, 이 탄소가 대기층에 두꺼운 막을 형성하면서 지구로부터 반사된 태양의 복사에너지를 대기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막아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더워진 지구는 가장 먼저 극지방 빙하를 녹이기 시작했고, 빙하가 없어지면서 극지방 바다가 태양 열에너지를 흡수해 수온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온 상승으로 고기압이 형성돼 극지방의 찬 바람이 저기압이 형성돼 있는 중위도로 이동하면서 북반구에서는 이상한파, 남반구에서는 홍수, 가뭄 등의 이상기후가 일어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간에 의한 지구의 온실가스 증가는 산업혁명이 일어난 18세기 후반을 첫 시점으로 보고 있으나, 본격적인 시점은 1950년 직후로 분석되고 있다.

이 시기는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시점으로, 세계적으로 중화학공업이 급격히 발달하기 시작하면서 주 에너지원인 석탄 석유뿐만 아니라 지하자원의 사용량도 덩달아 크게 늘었다.

특히 현재의 빠른 산업발전은 이상기후뿐만 아니라 에너지·자원도 빠르게 고갈시켜 멀지 않은 미래에 국가간 심각한 갈등 현상도 초래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안 소장은 “과학자들은 현 인류가 1.4개의 지구를 살고 있다고 말하는데 이는 현재의 에너지·자원 사용량이 미래 후손이 사용할 것까지 앞당겨 쓰고 있는 수준을 말한다”며 “이 상황이 심화될 경우 가까운 미래에 자원전쟁도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에너지 절약건물 기본은 ‘단열’에 있다”

최영호 (주)삼우종합건축사무소 부소장은 기상이변을 일으키는 지구 온난화를 친환경 건축을 통해 일부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부소장에 따르면 선진국으로 갈수록 온실가스 배출원은 1위 건물, 2위 수송, 3위 산업 순을 기록한다. 우리나라는 아직 산업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 양이 55%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이 23%인 건물, 21%인 수송이지만 선진국형으로 간다고 미뤄볼 때 건물의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이 가장 급선무라고 밝혔다.

최 부소장은 “이런 이유로 친환경 건축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며 “다만, 여기에서 말하는 친환경은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도록 효율을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친환경 건축의 기본은 ‘단열’에 있다고 강조했다.

최 부소장은 “단열재를 더욱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건물 내부가 아닌 외부에 적용해야 하며, 외부 노출면적도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국내 일부 대형 건물들은 이러한 기본개념을 따르지 않아 극심한 에너지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조상의 슬기 베인 ‘온돌’ 이제는 과학적 접근 필요”

마지막 강사인 오흥식 구들문화원 원장은 온돌 난방의 과학적 접근을 시도했다. 오 원장은 온돌 난방에서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는 우수성은 바로 건강이라고 강조했다.

실내 공기를 데우는 서양식 난방은 호흡기 질환을 앓는 환자들한테 치명적인데 반해 온돌은 바닥을 데우는 방식이기 때문에 두한족열을 실현해 건강에 이롭다는 것.

오 원장은 “겨울에 전기장판이나 난로로 난방을 하면 살 겉만 데우기 때문에 밖을 나가면 금방 추워지지만, 온돌은 몸을 안쪽부터 데우고 음이온을 발산하기 때문에 밖을 나가도 한 동안 찬기운을 느끼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온돌은 난방기능뿐만 아니라 굴뚝에서 나온 연기가 집 주변을 감싸 신비로운 느낌을 선사하는 조상들의 슬기로움이 배여있다고 전했다.

오 원장은 그러나 “온돌 수요가 점차 사라지고, 전해 내려오는 방식마저 일정한 규격이 없는 관계로 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이제는 온돌 규격을 정립화하는 등 과학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오 원장의 강연을 끝으로 첫날 교육이 모두 끝난 뒤 저녁식사 후 자기소개 겸 맥주파티가 열렸다. 제로에너지하우스를 짓겠다는 일념으로 모인 이들이었기에 다들 초면인데도 할 말이 무척 많아 보였다.

일부 참가자들의 토론은 끝을 모르게 계속 이어지다 새벽 1시에 열린 아시안컵 한-이란 8강전이 시작돼서야 마무리됐다.

강원도국제도시훈련센터 이훈 씨는 ‘저에너지 주택 실현을 위한 원칙과 사례’ 강연을 했다. 이훈 씨는 다음 날 답사한 ‘살둔 제로에너지하우스’의 건축주인 이대철 씨의 아들. 강연은 제로에너지하우스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뒤편에 현장 답사와 함께 따로 소개한다.


 

“이틀간 집 비웠는데도 18℃ 온도 유지”

다음 날 아침 9시. 교육 참가자들은 센터 앞에서 기념촬영을 한 뒤 홍천군 내면에 있는 ‘살둔 제로에너지하우스’로 향했다.

‘살둔 제로에너지하우스’는 외부의 에너지를 전혀 공급 받지 않는 것을 목표로, 패시브(Passive) 방식으로 지어진 주택이다. 총 면적은 157.92㎡이며, 태양열에너지를 최대한 흡수하기 위해 서남향 방향으로 길게 지어졌다. 건축은 단열이 뛰어난 SIP(Structurally Insulated Panel)공법을 택했다.

건축주인 이대철 씨는 이미 유명인사로, 1997년 <얘들아, 우리 시골가서 살자>를 쓴 저자이다.

한 때 잘나가던 회사원이었던 그가 복잡한 도시에서 벗어나 한적한 전원생활을 즐기며 쓴 글로 많은 이들을 시골로 향하게 하더니, 이제는 건축 실력을 한껏 발휘해 만든 저에너지주택으로 다시 한 번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제로에너지하우스는 햇빛 외에 다른 열에너지 공급이 거의 필요없다. 태양열온수기와 벽난로(베치카)가 있지만 집이 해가 짧은 산속에 위치한 관계로 태양열온수기는 큰 효용을 보지 못하고 있으며, 벽난로는 흐린 날만 사용한다고 한다. 특히 벽난로는 열을 최대한 축적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져 1~2시간 불을 떼면 3일간 간직할 수 있다고 한다.

이처럼 제로에너지하우스가 별다른 열 공급 없이도 난방이 가능한 이유는 ‘단열’에 있다. 두께 30cm에 가까운 스티로폼이 벽재로 사용돼 집 안과 밖의 온도 교류를 일절 차단시키는 SIP공법으로 지었다.

또한 집 구조가 동서로 길게 남북으로 짧게 이뤄져 최대한 많은 양의 태양열을 흡수할 수 있다. 남쪽 창을 통해 들어온 태양열은 축열재 역할을 하는 바닥과 벽면을 데워 밤중에도 일정 기온을 유지할 수 있다.

며칠 전 이대철 씨 부부가 이틀 간 집을 비워둔 적이 있었는데 돌아와 보니 실내온도가 섭씨 18도를 유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제로에너지하우스는 특별히 열에너지 공급이 필요없지만, 반대로 모든 사물이 에너지 공급원이 된다. 즉 내부의 열을 밖으로 내보내지 않기 때문에 사람 체온은 물론 TV 냉장고 컴퓨터 조명 등 모든 전기기기가 에너지 공급원이 되는 것이다.

실제로 교육 참가자들 40여명이 집안으로 들어서자 온도가 21도에서 24도로 빠르게 올라가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외부로 나가는 더운 공기, 열회수장치로 잡아

제로에너지하우스는 환풍이 필수적이다. 방 곳곳에 설치된 환풍기를 통해 밖으로 나가는 더운 공기는 외부의 찬 공기를 데워서 들여보내기 때문에 실내기온이 내려가지 않는다.

지하에 설치된 열회수환기장치 덕분에 가능하다. 또한 환풍기는 거실에 설치된 이산화탄소 측정기를 통해 자동으로 작동되는데, 이날 수치는 방문자들 때문에 평소보다 5배 높은 2400ppm을 기록했다.

교육 참가자들의 가장 큰 궁금증은 ‘여름엔 덥지 않겠냐’는 것. 이에 대해 이대철 씨는 “열을 차단하는 단열 원리는 여름철에도 똑같이 적용된다”며 “대신 햇빛이 안으로 들어오지 않도록 처마길이를 잘 조절하는 것이 관건이며, 북창을 통해 통풍이 잘 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대철 씨 부부가 유일하게 사용하는 외부 에너지는 전기로, 한 달 전기료는 약 5만원 가량이라고 한다.

이대철 씨는 앞으로 주택 옆 부지에 창고와 몇 개의 건물을 지을 예정이다. 건물의 목적은 다른 패시브방식을 적용해보기 위한 일종의 실험실이라고 한다. 특히 온돌을 적용할 예정으로, 한 번 불을 떼면 3일 이상 지속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이 씨는 전했다.

또한 이 씨는 오는 6월게 새책을 발간할 계획이다. 내용은 그동안 제로에너지하우스를 지으며 터득한 패시브하우스 공법을 담는다. “패시브하우스를 짓고자 하는 많은 수요자들이 있는 반면 국내 전문서적은 한 권도 없어 책을 쓰게 됐다”고 했다.

이대철 씨는 “정부가 대체에너지 보급에만 열을 올리지 말고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저에너지 주택 보급에 더 힘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로에너지하우스에 관한 자세한 자료가 필요하거나 방문을 원한다면 이훈 씨가 직접 운영하는 <http://www.zeroenergyhouse.kr> 인터넷 사이트를 이용하면 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