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公, 신개념 비축사업으로 동북아 중심 도약
석유公, 신개념 비축사업으로 동북아 중심 도약
  • 윤병효 기자
  • ybh15@energytimes.kr
  • 승인 2010.10.29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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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공동비축, 원유트레이딩 도입으로 수익 달성
발파·로봇감시시스템 등 선진기술 해외 수출까지

[에너지타임즈 윤병효 기자] 국내 원유 수입량 가운데 중동 의존도는 지난해 기준으로 약 85%. 만약 큰 기상이변이나 전쟁 등 위급 상황 발생으로 중동원유 수급이 전면 중단된다면 우리나라는 큰 혼란을 겪을 것이다.

정부는 이에 대비해 석유공사를 통해 원유 및 석유제품 비축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경기도 구리부터 전남 여수까지 전국에 걸쳐 9개의 비축기지가 있으며 총 저장용량은 1억4600만배럴, 현 비축용량(올해 9월 기준)은 1억2330만배럴로 84.45%를 채우고 있다.

국내 비축사업에는 여느 국가와 다른 특징이 있다. 세계적 기업들에 비축시설을 대여하는 국제공동비축사업과 일정한 비축물량을 국제 원유시세에 맞춰 사고 파는 원유 트레이딩 사업으로 동적비축을 하고 있는 것.

석유공사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동북아 지역의 원유수급을 담당하는 동북아 오일허브사업까지 계획하고 있다.

지난 10월 27일 수도권 일대를 담당하는 경기 구리지사와 국내 최초로 로봇 감시시스템을 도입한 충남 서산지사를 다녀왔다.

 

◇미사일 공격에도 끄떡없는 ‘구리기지’

석유공사 구리기지(지사장 함윤)는 17만평 부지에 휘발유 경유 등유 등 세 종류의 석유제품을 비축하고 있다. 저장시설 용량은 휘발유 5만배럴, 경유 105만배럴, 등유 144만2000배럴이며, 약 97%가 채원진 상태.

여수 서산 울산기지와 달리 정제시설이 인근에 없어 차량 및 보일러에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품만을 비축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구리기지는 수도인 서울과 가장 인접한 곳에 있는 만큼 안전에 최우선을 두고 있다. 모든 저장탱크가 지하시설로 구축돼 있어 미사일 등 공격에 영향을 받지 않으며 또한 상공에서 전혀 보이지 않는다.

구리기지의 원래 주인은 석유공사가 아닌 서울시다. 석유공사가 설립되기 전인 1977년 서울시가 착공해 1982년 완공했다. 1979년 설립된 석유공사는 정부 정책으로 비축업무를 맡게 되면서 서울시로부터 이를 인수받아 운영하고 있다.

대부분의 저장탱크는 지하 15~30미터 깊이에 있는 지하시설이며, 휘발유 5만배럴만 지중탱크에 저장하고 있다. 전국 비축기지 중 지중탱크가 있는 곳이 구리기지가 유일하다.

현재 석유공사는 지하탱크 건설 기술을 인도 싱가폴 등 해외에 수출할 정도로 우수하지만 공사를 시작한 1980년대 초에는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박헌태 안전운영팀 과장은 “처음에는 아무 기술이 없어 스웨덴식 모델을 따라했으며, 지하기지 건설을 통해 배운 발파기술 등이 국내 고속도로 터널공사에 처음 적용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구리기지에는 비축시설 외에 아주 중요한 것이 하나 더 있다. 보호수로 지정된 1200년이나 된 은행나무가 자리하고 있는 것. 이 때문에 구리지사 직원들은 “목숨걸고 지켜야 할 것이 하나 더 있는 셈”이라며 자랑스러워 하고 있다.

 

◇최첨단 로봇으로 24시간 철통감시 ‘서산기지’

서산기지(지사장 박수천)는 지하탱크로 돼 있는 구리기지와 달리 모두 지상탱크로 돼 있는 점이 특징이다.

원유 12개, 제품 12개 등 총 24개 탱크가 있으며, 1999년 착공해 2005년 완공돼 지상탱크 중 가장 최근 시설이다.

저장용량은 원유 1100만배럴, 제품 360만배럴 등 총 1460만배럴이며, 9월 기준으로 64% 가량이 채워져 있다.

서산기지는 국내 3대 석유산업단지인 대산석유산업단지에 위치해 있다. 여기에는 서산기지와 정유사인 현대오일뱅크, 석유화학사인 LG화학 호남석유화학 삼성토탈 공장이 있다.

서산기지의 비축운영방식은 안전을 요하는 구리지사와 달리 석유산업단지와 선박 접안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장점을 활용해 동적방식을 택하고 있다.

동적방식이란 저장탱크를 단순히 비축에만 사용하지 않고 국내외 원유 트레이딩기업들에 대여해줘 일종의 입출하 창고로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한 해 200억원이 넘는 수익을 거두고 있으며, 비상 시 석유공사가 우선 사용할 수 있도록 계약함으로써 얼마든지 비축 용도로 전환 가능하다.

또한 제티(해상접안시설)로부터 공급받은 원유 및 제품을 수송하는 파이프라인이 현대오일 부지 밑으로 지나가고 있는데, 이를 현대오일 파이프라인과 연결시킴으로써 상호 수급 보완 관계를 맺고 있다. 제티시설은 지사와 7.3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으며, 32만5000톤급 유조선까지 접안 가능하다.

현재 서산기지에서는 로봇으로 경계근무를 대신하는 지능형 감시로봇시스템 테스트사업이 진행 중이다. 이는 96만㎡ 부지를 CCTV 30개와 고정형 감시로봇 2개, 이동형 감시로봇 3대로 24시간 감시하고 최소 인력으로 중앙통제센터에서 관리하는 사업이다.

CCTV는 야간 감시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고정형 감시로봇은 CCTV에서 포착한 이상물체를 2km까지 스스로 추적하고 빛을 비추는 라이팅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이동형 감시로봇은 지상탱크 주위를 스스로 순찰하고 배터리 방전 시 자가충전하는 최첨단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순찰 중 누유사고를 인지하면 즉각 센터에 보고하도록 돼 있는데 아직 테스트 단계라서 가끔 소나기를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시공사인 삼성테크윈은 올해까지 테스트를 마친 후 서산지사에 모두 인계한다.

서산지사는 제티로부터 연결된 파이프라인이 원유와 제품 각각 1개씩 밖에 없는 점을 개선하기 위해 2012년까지 350억원을 투입해 원유 1개, 제품 2개 등 총 3개 라인을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한편 석유공사는 동북아지역의 석유사용 증가와 우리나라가 지리적으로 가장 중심에 위치해 있는 점을 활용해 울산과 여수에 동북아 오일허브를 구축하는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구축이 완료되면 중국 일본 대만은 물론 태평양 건너의 미주지역까지 공급 가능할 것으로 석유공사는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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