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싱가폴 능가하는 오일허브 될 것”
“한국, 싱가폴 능가하는 오일허브 될 것”
  • 정연진 기자
  • pressj@energytimes.kr
  • 승인 2010.10.22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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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식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인터뷰] 허식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전 석유공사 비축사업본부장)

정부가 동북아 오일허브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여수, 울산지역을 싱가폴 같은 아시아 오일허브로 육성하자는 계획이다. 이 사업이 MB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채택되는데 1등 공신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에너지경제연구원의 허식 연구위원을 인터뷰 했다. 허 연구위원은 지난해 8월 비축사업본부장으로 퇴임했다. 2008년 석유공사 싱가폴 지사를 설립 했다.

-동북아 오일허브사업을 기안한 장본인으로 알고 있는데.

▲국가 에너지안보측면에서 100대 국정과제에 반영된 것이다. 석유공사는 10여년전부터 오일허브 관련해 꾸준히 스터디 해왔다. 주요나라의 NOC(국영석유회사)들과 쉘, 토탈 등 세계적인 민간 석유회사 관계자, 국제 석유 트레이더를 만나면서 오일허브를 착안한 것이다. 타당성과 경제성에 대한 용역조사를 다섯 번 정도 했다. 우리나라의 KDI를 비롯한 대학과 세계적인 비즈니스리서치사인 부즈 앨런 & 해밀턴 등이 조사한 결과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나왔다.

-1,2차로 나눠 상업저장시설이 설치되는데, 어떻게 진행되나.

▲1차로 여수에 890만 배럴 규모의 상업저장시설을 건설하게 되는데, 이 분야에서 세계 1,2위를 다투는 독일의 오일탱킹과 싱가폴의 석유트레이딩 분야 최고 기업인 글랜코아(GLENCORE)가 참여하고 있다.

우리는 석유공사와 SK에너지, GS칼텍스 등 3개 회사가 참여해 국제합작회사를 설립했다. 내년말경에 완공하고 2012년 초에 상업운영에 들어갈 것이다. 울산은 2789만 배럴 규모로 여수보다 3배가량 크다. 울산 신항만 건설공사와 보조를 맞춰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지난 5월19일 울산 비축기지 준공식 때 대통령이 울산 오일허브 건설을 추진한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1,2차 사업이 마무리 되면 싱가폴 3000만 배럴보다 많은 상업저장시설이 우리나라에 구축되는 것이다. 물론 싱가폴은 석유 제품류만, 우리는 원류를 같이 저장한다는 차이는 있다.

-우리나라가 입지적으로 유리한 점은 무엇인가.

▲중계무역이 발달한 싱가폴에는 하루에 9000척의 선박이 접안한다. 또 적도에 위치해 365일 항구를 이용할 수 있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췄다. 여수, 울산은 그에는 못 미치지만 1년에 280일 정도 항구 이용이 가능하다.

주목해야 할 점은 한중일 세 나라가 전세계 석유 소비량의 19%를 차지한다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상업적인 석유물류 기지가 사실상 없고, 지리적으로 먼 싱가폴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동북아 3개국 가운데 중간에 자리하고 있고, 여수와 울산은 정유공장과 화학공장이 많아서 인프라가 잘 구축이 돼 있다.

-러시아 에스포 원유 생산이 오일허브 구축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에스포 원유가 우리나라와 일본에 공급되고, 다음달부터 하루 30만 배럴씩 파이프라인을 통해 중국에도 들어간다. 앞으로 더 많은 양이 동북아에 들어 올 것이다. 에스포 원유가 생산되기 전에는 중동산유국들이 소위 아시아 프래미엄이라고 해서 다른 지역국가보다 아시아국가에 1∼2불 가량 비싸게 팔았는데 지금은 아시아 디스카운트에 들어갔다. 특히 중동산유국들이 원유 저장시설을 한국과 일본에 두려고 애쓰고 있다.

-싱가폴은 금융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오일허브는 금융산업이 발달돼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모든 걸 갖춰 놓고 시작하는 사례는 없다. 오일허브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우선 비축시설을 지어 놓고 트레이딩을 하게 되면 그 다음 단계로 당연히 금융 부분이 따라오게 된다. 그 다음이 석유선물시장인데 머지않아 우리나라에도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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