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준 선물 ‘비’ 몇 퍼센트나 사용하세요?”
“하늘이 준 선물 ‘비’ 몇 퍼센트나 사용하세요?”
  • 장효진 기자
  • js62@energytimes.kr
  • 승인 2010.08.27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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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류에 소형 빗물탱크 많이 설치해 에너지‧비용 절감 유도
세계 최고 서울 ‘스타시티’ 3000톤급 빗물 이용시설 ‘화제’
[인터뷰]- 한무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에너지타임즈 장효진 기자] 기후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저탄소 녹색성장 시대가 열렸다. 에너지와 자원을 아껴 쓰기 위해 온 나라가 힘을 쏟고 있는 가운데 정작 천혜 자원이 그대로 버려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우친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하늘이 내려준 소중한 천연 자원인 빗물을 이용하는 방법을 알리고 있는 한무영 서울대학교 빗물연구센터 소장(건설환경공학부 교수)은 ‘빗물 박사’로 통한다.

빗물 전도사를 자임하고 있는 그는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처음 연구를 시작했다. 물 부족 현상과 홍수‧가뭄피해, 에너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기 때문이다.

“빗물은 재이용이 아닙니다. 하수 재이용은 하수를 처리해 다시 사용하는 것이라서 문제가 되지 않지만 사용한 적이 없는 빗물에 재(再)자를 붙이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한 교수는 그런데도 빗물 재이용이라는 단어를 아무 거부감 없이 사용하는 것은 ‘빗물=하수’라는 잘못된 생각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빗물은 땅에 떨어진 후 더러워진 것 일뿐 원래 깨끗한 것인데, 접근하는 대중적인 시각 자체가 잘못 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 교수는 “빗물은 더러운 것이라는 잘못된 선입관 때문에 한 해 우리나라 하늘에서 떨어지는 1270억톤이라는 깨끗한 수자원이 모두 다 쓰레기처럼 취급되고 있다”며 “빗물이 더러워지기 전에 받아서 이용하자는 것이 빗물 이용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빗물 이용에 대해서도 밑에서 모으는, 다시 말해 하류에서 더러워질 대로 더러워진 빗물을 재처리 하는게 아니라 상류에서 깨끗한 빗물을 모아 사용함으로써 운반 및 처리시설 등 막대한 비용과 에너지 낭비 요인까지 줄여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위에서 빗물을 받아 이용하는 것을 소스 컨트롤(Source Contorl)이라고 정의했다. 물 절약과 홍수 방지, 또한 그 물을 천천히 지하로 침투시켜 가뭄이나 건천화 방지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도시 전역에 작은 규모의 빗물 저장조를 많이 설치해 작은 양의 빗물이나마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모아서 천천히 내려 보내면 빗물이 일시적으로 내려가 하천이 범람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비가 그친 후에는 모아둔 빗물을 천천히 내려보내면 마른 하천에 물을 공급할 수 도 있으며 이것이 바로 ‘남과 나’를 위하는 빗물 관리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환경부에서 빗물이용에 관한 법을 시행하고, 전국 47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조례를 제정하는 등 빗물 이용을 활성화시키고 있는 추세지만 대중들은 반신반의하고 있다.

그의 설명대로라면 빗물은 땅에 떨어진 뒤 다른 물질과 반응해 산성도가 쉽게 변한다. ‘내린 비는 산성, 받은 비는 알카리성, 모은 비는 중성’이라는 사실과 황사가 같이 오면 비는 중성비가 된다는 사실은 간단히 입증할 수 있다고 했다. 따라서 산성비의 피해에 대해서 우리나라의 현실에 맞게 수정과 보안이 필요하다는 부연이다.

한 교수가 처음 빗물 이용 기술에 대해 국내에 소개했을 때에는 그렇게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기득권층인 수처리 기술자들로부터 온갖 질시도 당했다. 괜한 혼란을 조장한다는 핀잔도 들었지만 그럴때마다 그는 빗물 관리 기술이 조상으로 받은 소중한 자산이라는 것에 대한 긍지를 되새겼다고 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빗물 이용 기술에 대한 저변은 크게 확대돼 있다. 국내는 물론 세계의 이목도 한국으로 집중되고 있다.

그 중 2007년 서울 광진구에 완공된 주상복합단지인 ‘스타시티’는 국제물협회(International Water Association)에서 발행하는 ‘WATER21’ 2008년 12월호 커버스토리로 소개되는 등 세계인의 큰 관심을 받았다. 세계 최고의 빗물 이용시설이 들어차 있기 때문.

‘스타시티’는 빗물탱크는 B동 지하 4층에 1000톤짜리 3개로 구성돼 있다. 첫 번째 저장조는 지붕면에 모아진 빗물을 저장하고, 두 번째 저장조는 단지 내 대지면에서 모아진 빗물을 저장해 침수 예방과 상수절약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조경용수로 사용된 빗물이 비포장면에서 침투를 통해 다시 저장조로 들어오는 순환이용 시스템으로 설계돼 빗물 이용률이 매우 높다.

세 번째 저장조는 단수나 화재 등 비상시에 쓰인다. 10톤짜리 소방차 100대분의 물이 항상 저장돼 있는 셈이다.

한 교수는 “빗물 이용에 관한 내용이 우리나라 중학교 2학년 국어 교과서에 수록돼 내년 1학기에 배울 수 있게 돼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일본의 지진대비 기술, 네덜란드의 간척 기술처럼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빗물 이용 기술을 세계에 알리고, 기근과 홍수 등 물로 고통 받고 있는 국가에 도움을 줘 인류 평화에 기여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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