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표표시제 폐지 놓고 업계간 충돌
상표표시제 폐지 놓고 업계간 충돌
  • 정치중 기자
  • jcj@energytimes.kr
  • 승인 2008.06.18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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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사 "품질·브랜드관리 어려워 각종 혜택 사라져"
주유소 "과점체제 해소돼 가격 경쟁 일어나"

정부가 고유가 대책의 일환으로 내놓은 ‘주유소 상표표시제 고시폐지’를 둘러싼 업계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상표표시제는 주유소가 4개 정유사 등 특정 정유사의 상표를 내걸고 해당 정유사의 석유제품만을 판매하는 제도로 주유소에서 파는 제품품질을 해당 정유사가 책임진다는 취지로 1992년 도입됐다.

주유소는 이번 상표표시제 고시가 폐지됨에 따라 자체 상표나 여러 정유회사의 상표를 내걸면서 서로 다른 정유회사의 제품을 섞어서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이와 관련 최근 소비자시민모임은 상표 표시제가 폐지되면 결국 소비자들의 선택권도 사라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상표표시제가 폐지되면 언제든지 석유제품이 섞일 수 있어 소비자는 정확한 석유제품에 대한 정보를 접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또 이 제도가 폐지되면 소비자는 주유소에서 일방적으로 공급하는 석유제품을 쓰게 돼 소비자의 고유권한인 상품 선택권도 보장 받을 수 없게 된다는 것.

소시모 관계자는 “소비자가 주유소에서 파는 석유제품에 대한 정보를 알고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정부는 이에 대한 보완장치를 마련하지도 않은채 상표표시제를 폐지하려고 한다”며 “소비자는 제품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알권리를 보장 받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유업계도 상표표시제 폐지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자사 브랜드를 홍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포인트제도, 신용카드할인 등 현재 시행중인 마케팅활동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 도래하게 되면 소비자를 위한 카드할인을 중지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결국 혼란만 가중시킬 뿐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득될게 없다는 얘기다.

정유업계는 또 혼유에 대한 품질문제와 주유소의 ‘무자료 거래’ 등의 세금 탈루 가능성을 들어 반대 의견을 표출했다.

A정유사 관계자는 “4개정유사는 정유사마다 제품품질 향상을 위해 첨가제를 섞는데 주유소에서 여러 정유사 제품을 혼유해 팔았을 때 생길 문제는 누가 책임질 것이냐”며 반문했다.

B정유사 관계자는 주유소간 수평거래로 인한 ‘무자료 거래’에 대한 우려도 제기 했다.

그는 “현재의 수직거래상에서도 주유소들의 세금탈루 사건이 빈번히 이뤄지는데 수평거래가 허용됨에 따라 주유소간 석유제품 교환이 가능해 지면서 ‘무자료 거래’ 등 소득세 탈루의 여지가 더욱 커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품질 보장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일부 주유소에서 유사석유제품을 섞어 팔아 부당이익을 챙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주유소 업계는 정유사들의 지나친 기우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현재도 정유사가 제품 교환으로 최고 30%까지 혼유된 상태로 시장에 공급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혼유로 인한 사고는 아주 극히 드문 일 이라고 전했다.

또한 현행 상표표시제 고시에 나와 있는 주유소·정유사간 배타적거래가 폐지되면 사적거래계약이 가능하게 되고 과점체제로 굳어져 있던 정유사간 경쟁이 촉발되면서 주유소에 공급하는 석유제품가격도 인하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현재 정유사와 전속계약상에 석유제품 주유시 생긴 문제는 전적으로 주유소의 책임이라는 불합리한 조항이 있다”며 “이번 상표표시제 고시 폐지와 함께 주유소업자들만 불이익을 받게 되는 계약조항 등의 개선도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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