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행진에 어촌 깊은 시름 속으로

구룡포의 경우 135척 선박 중 4척만 조업에 나서
경유를 제외한 다른 유종 선박은 지원금 조차 없어

2008-06-18     정치중 기자

고유가 쓰나미가 어촌을 통째로 집어삼키고 있다.

제주도 서귀포수협 소속 갈치 근해연승 어선들은 지난해 1항차(약 30일)출어에 1500만원 가량의 연료비를 사용했는데 올해는 두 배 이상 늘어나 3000만원이 넘게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 구룡포수협의 6월 조업어선 현황조사결과, 등록 어선 727척 가운데 무려 68% 가량인 493척이 출어를 포기한 상태로 지역 주력 업종인 근해 채낚기와 통발 어선 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135척에 이르는 선박 중 현재 4척만이 조업에 나선 상태다.

대형선박의 경우도 1항차에 6000~7000만원의 기름이 들어가 어황이 확인되지 않으면 쉽게 조업을 나갈 수 없는 것이 현재 상황이다.

울릉도의 경우 섬 주민 가운데 60%가 어업에 종사하는데 주민들이 살인적인 기름값 폭등에 고기잡이에 나설 엄도 조차 내지 못하고 있어, 어민들의 기본생활권마저 흔들리고 있는 실정이다.

수협중앙회는 전국 어업용 유류 사용량의 64%가량을 차지하는 고유황경유 가격이 6월 들어 전월 대비 2만5800원 올라, 지난해 2분기 드럼 당 10만900원이었던 가격이 현재 19만8160원에 공급돼 어민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고 지난 18일 밝혔다.

수협중앙회는 현재 유가는 치솟는데 반해 수산물 가격은 몇 해째 제자리를 맴돌면서 배를 움직이면 오히려 손해만 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수협중앙회에 따르면 현재 어민사회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유류값 때문에 대규모 출어 포기 사태가 현실화 돼 가고 있는 상황이다.

수협중앙회 면세유 공급 담당자는 어민들로부터 “정말 그 가격에 판매되는 것이 맞느냐, 사기 치는 것 아니냐는 항의성 전화가 매일같이 온다”며 “현재 어민들은 이미 공황 상태에 빠졌다”며 한탄했다.

정부는 국가적으로 고유가로 인한 충격이 심각해짐에 따라 지난 8일 고유가극복대책을 내놓았다. 이 대책에 따르면 어민들은 유가 인상 추이에 따라 리터당 최대 183원의 보조금을 지원받게 된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현재 유류 가격 수준에서도 조업이 불가능한 상태인 점을 고려할 때 그 효과는 극히 제한적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부가 유류세를 인하는 방식이 아닌 앞으로의 추가 상승범위 내에서 보조금을 지급키로 했기 때문이다.

수협중앙회 관계자는 “이미 유가는 어민들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상태로 추가 상승분에 대한 일부 보조만으로는 어민들이 조업에 나서기 어렵다”며 “지원대상 또한 경유로 한정됐기 때문에 휘발유나 벙커C유 등 다른 유종을 사용하는 어민들은 지원 혜택을 볼 수도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정부는 고유가극복대책과는 별도로 어업의 특성을 고려한 획기적인 수산업 지원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