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한수원 통합에서 주도권 싸움으로 번져
한전-한수원 통합에서 주도권 싸움으로 번져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0.07.23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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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한전 아닌 한수원 중심으로 자회사 통합도 검토 대상
신규 원전 재원조달·부지확보 등 난제에 한전체제가 유리
원전수출시장 설계·건설·운영·정비 등 원스톱서비스 요구
<기획연재> KDI 전력산업구조 보고서 파장 어디까지
① 발전·판매부문 경쟁 민영화되나
② 한수원 분리독립, 명분실익 있나

최근 KDI(한국개발연구원) 연구용역 결과보고서가 발표된 뒤 경주지역 반발로 인해 한전과 한수원의 통합문제가 사실상 무산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원전수출 주도권을 누가 쥘 것인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KDI는 2가지 방안을 내 놓았다. A안은 한전과 한수원 통합. 이 안은 원전수출역량을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바람직하지만 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 유치에 따른 지역주민을 설득하기 위한 대안 마련을 전제조건으로 달았다.

B안은 한수원을 한전의 자회사로 두는 방안. 이 방안은 원전 R&D체계 일원화와 이해관계 조정·인력운영의 효율화 방안을 추진한다면 한전과 한수원의 통합적인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KDI는 전망했다.

이에 정부는 경주지역반발 등 여러 정황을 고려해 한전과 한수원 통합을 일단 보류시키고 원전수출을 위한 일부 기능조정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원전수출을 강화하기 위한 주도권을 누가 쥘 것인가를 두고 한전과 한수원의 입장이 어긋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도권 싸움 논란의 불씨는>

KDI 연구용역 결과보고서가 발표된 뒤 한전과 한수원 통합의 가장 큰 걸림돌은 경주지역반발.

이와 관련해 최경환 지경부 장관은 “(한전-한수원 통합은) 원전 수출경쟁력 차원에서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겠지만 통합에 따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KDI의 연구 결과”라며 “이 문제는 원전수출을 보완하는 수준에서 현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느냐”고 입장을 밝히면서 어느 정도 통합문제는 일단락 되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원전 R&D체계 일원화와 이해관계 조정·인력운영의 효율화 방안에 대해 한수원노조가 ▲비효율적 지배구조 고착화와 국제경쟁력 저하 ▲한수원 R&D와 원전건설인력 한전 이관 시 본사와 사업소 일부조직 축소에 따른 경주지역의 또 다른 반발 초래 ▲R&D 일원화 효과 미미 ▲원전건설인력 이전 시 국내 원전전문인력 양성 불가능 등을 문제점으로 손꼽았다.

특히 전문인력양성과 관련해 한수원노조 관계자는 “원전사업은 운영에서 크게 건설과 시운전, 상업운전 등으로 구별할 수 있다”면서 “건설인력은 대부분 시운전이나 상업운전을 거쳐 전문인력으로 양성되는데 이 흐름이 중단될 경우 국내 전문인력양성은 불가능하게 된다”고 못박았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경주지역 비대위는 한수원 본사조직에 대한 연도별 자료를 요구하고 나서는 판에 규모나 인력 등에서 축소된 상태로 한수원의 본사를 경주로 이전하게 되면 경주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며 “경주지역의 또 다른 반발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노조는 원전 설계·건설·운영·정비·연료 등을 통합한 ‘원자력공사’를 발족시키거나 원전수출을 총괄할 수 있도록 한수원을 독립공기업화 하는 등의 대안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이에 정양호 전기위원회 사무국장이 원전수출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한전 대신 한수원 중심으로 한전의 다른 자회사들을 통합하는 것도 검토될 수 있음을 시사함에 따라 업계는 원전수출을 둘러싼 주도권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한전 브랜드 적극 활용해야>

글로벌 경쟁시대에 발맞춰 한전의 규모를 키워야한다는 것이 통합을 주장하는 핵심이유다.

전국전력노동조합은 발전연료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한 자원개발과 해외전력사업 등을 연계한 패키지형 사업추진을 위해서는 수직통합의 한전체제가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이미 한전에서 추진하는 해외전력사업도 발전회사 분리 후 시너지효과와 추진력이 많이 약화됐고 특히 한전은 원전수출을 위해서라도 한수원 등과의 재통합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전력노조는 한전이 해외에서 경쟁하는 세계 유수 기업들은 수직통합의 영역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지속적인 M&A를 통해 기업의 규모를 키우고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어 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정부가 원전확대정책을 발표한 만큼 원전비중이 60%로 확대하는 차원에서도 한전이 통합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노조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전력노조 관계자는 “원전비중확대는 재원조달과 부지확보, 국민적 공감대 형성 등 많은 난제가 있다”며 “이 같은 난제를 극복하기 위해선 한전과 통합해 추진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분석했다.

이외에도 노조는 한전의 대외적 신용과 국민적 기반, 우수인재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 중 하나고 세계적으로 제2의 원자력 르네상스를 맞고 있는 원전분야 수출에 있어서 한전의 브랜드 가치와 능력을 활용하는데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세계 원전시장 흐름에 부응해야>

한수원 노조는 원전수출을 한수원이 주도해야 한다는 근거로 세계 원전시장의 흐름을 손꼽았다.

세계 원전수출시장은 구매자 위주의 시장으로 원전 설계·건설·운영·정비·연료 등을 통합한 원스톱서비스를 요구하고 있어 세계적인 기업인 프랑스의 아레바사와 러시아의 아톰사가 이 같은 체제를 중심으로 한 공기업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웨스팅하우스사를 인수한 일본의 도시바사 등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노조는 설명했다.

특히 도시바는 지난 2006년 10월 웨스팅하우스사를 인수함으로써 본격적인 PWR 공급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또 세계에서 유일하게 PWR과 BWR을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했고 카자흐스탄의 우라늄사업에 진출함으로써 그 영역을 확대해 가고 있는 상황이다.

같은 해 프랑스의 아레바사는 미쯔비시사와 PWR 연대를 구축했다. 이 연대는 PWR 시장에서 도비사-웨스팅하우스의 AP1000에 공동으로 대응견제 하는 동시에 아레바의 생산라인에도 유익해 세계화 전략의 모델 역할을 하고 있다.

GE와 히타치도 원자력사업 제휴협정을 지난 2007년 5월 체결했다. 이로써 BWR 부문의 세계 최고의 자리를 굳건히 하고 PWR 시장의 확대도 동시에 도모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는 등 한수원이 원전수출을 주도해야 하는 배경을 설명했다.

이 근거를 바탕으로 노조는 국내 원전산업의 문제점으로 ▲한국전력기술(주)(설계) ▲한국수력원자력(주)(건설·운영) ▲한전KPS(정비) ▲한전원자력연료(주)(연료) 등으로 수평적 분리형태를 갖고 있으며 공조체제나 의사결정체제의 신속성 결여 등으로 인해 세계적 원전 공급회사의 통합흐름과 비교할 때 경쟁열위에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 한 관계자는 “한수원이 한전으로부터 분사 된지 벌써 10년이나 지나 원전분야에서 한전의 ‘KEPCO’보다는 한수원의 ‘KHNP’란 브랜드가 더 알려져 있다”며 “사실상 UAE원전도 우수한 원전운영과 건설능력 때문에 가능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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