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상춘(賞春)하는 마음으로…
<칼럼> 상춘(賞春)하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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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4.16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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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령 박사(한국조명연구원)
 얼마전 부산에 다녀왔다. 물론 여유롭게(?) 여행을 목적으로 다녀온 것은 아니었다. 마침 그곳에 볼일이 있어 들렀는데, 오가는 길목에 개나리가 드문드문 피기 시작하는 중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함께 갔던 직원에게 서울에도 개나리가 피었는지 물었더니 그 친구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서울에 돌아와서 주변을 둘러보니 주변에 벌써 개나리뿐 아니라 진달래 그리고 이름 모를 봄꽃들이 고개를 내밀기 시작하는 중이었다.(사실 내가 아는 꽃 종류는 그리 많지가 않다.) 남쪽 지방 보다는 개화 시기가 다소 늦었지만 서울에도 봄이 오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게 해주었다.

벌써 봄이 왔어야 했지만 올해 따라 유난히 봄을 시샘하는 철없는 눈 비 바람에 아직도 봄이 온 게 실감나지 않았던 것 같다.

평상시 개인적으로 주변 환경을 살피는 살뜰한 성격은 아니다. 항상 무심하게 지나다녀서 봄이 오는지 가을이 가는지도 모르고 지낸다. 대신 늘 지나다니던 곳이 아닌 곳에 가야 주변에 관심을 갖고 둘러보게 된다.

마치 ‘이곳에 다시 또 언제 오랴?’ 하는 마음으로 찬찬히 살피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새로운 곳에 가서 마주치는 것들과 주변의 사물을 비교하기란 쉽지 않다. 평상시 주변의 사물을 주의 깊게 살피지 않으니 새로이 접하는 것과의 비교가 어려운 것이다.

물론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주변에 번잡스러운 일들이 많은 것도 여유를 갖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 중의 하나인 것 같다. 최근에 가장 많이 듣는 말 중의 하나가 “많이 바쁘시죠?” 이다. 언제부터인가 주변에서 가장 많이 서로 주고받는 말이 되었다.

곰곰 생각해 보니 조명연구원에 입사한 이래, LED가 조명으로 사용되기 전에는 거의 듣지 못하던 얘기였다. LED뿐 아니라 CNT(탄소나노튜브), OLED(유기EL) 등의 다양한 신광원들이 등장하면서 드디어 조명업계에도 활기가 넘치게 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이로 인해 마음의 여유까지 잃고 사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

하루가 다르게 봄꽃이 만개하는 것을 보니 여유롭게 봄을 맞을 준비를 해야겠다는 다짐이 섰다. 출장이 잦은 나로서는 주변을 돌아보며 봄을 즐길 기회도 많다. 그런데도 업무에 찌들어 봄을 느끼지 못하고 여유를 갖지 못하며 산다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슬로우 시티, 슬로우 푸드, 슬로우 라이프 등이 대세이다. 바쁜 현실에 쫒기지 말고 여유를 챙길 수 있는 마인드 컨트롤이 필요한 때이다.

외가댁이 있는 구림의 벚꽃 길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예전에 한국의 10대 아름다운 길로 꼽힌 적도 있다.) 진해 군항제는 가본 적이 없어서 가늠은 어렵지만, 항상 봄이 되면 올해는 꼭 구림 벚꽃 길을 구경 가리라 다짐을 하곤 한다.

매년 봄만 되면 벚꽃놀이를 가리라 다짐을 하지만, 실제로 가본 적은 거의 없다. 어찌어찌 하다보면 훌쩍 시간이 지나버려 또 다시 내년을 기약하곤 한다. 

새해 인사를 나눈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분기가 지났다. 다시 한번 주변을 돌아보며 새해 다짐을 다잡아 봐야겠다. 그리고 상춘하는 마음으로 일상을 여유롭게 돌아보며 살아야겠다.

눈처럼 흩날리는 벚꽃 길을 상상하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올해는 벚꽃 구경을 갈 수 있으려나. 상춘하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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