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전력피크와 저소득 난방매트 지원 사이의 딜레마
<칼럼>전력피크와 저소득 난방매트 지원 사이의 딜레마
  • 에너지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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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4.02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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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선 본부장(한국에너지재단 기획본부)
지난 겨울은 유난히 매서운 한파가 일주일 이상 지속되는 경우가 잦고 수시로 폭설이 쏟아져 많은 사람을 고통스럽게 했다.

지난 1월초 전력수요가 사상 최대 기록을 12번이나 갱신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추위가 기승을 부리다보니 전력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전기난방의 증가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는데 겨울철 전력사용량 최고치가 여름을 추월한 것은 16년 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때 아닌 한겨울에 전력수급 비상이 걸리자 정부가 전기절약을 촉구하는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값이 싸고 편리하다는 이유로 전기를 난방에 사용하는 것은 국가 차원의 큰 낭비”라며 가정과 회사에서 전열기 사용과 건물의 전기 난방을 자제해 달라고 촉구한 것이다.

이런 상황이 빚어지다보니 에너지 복지사업의 일환으로 홀몸노인 등 취약계층에게 보조난방 수단으로 난방매트를 지원해온 한국에너지재단의 사업계획에도 큰 고민거리가 생겼다.

이에 앞서 2009년 가을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전력요금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2차 에너지인 전기를 다시 열에너지로 전환해 난방에 이용하도록 하는 에너지복지 프로그램은 국가의 주요 정책인 전력수요관리 측면에서 매우 부적합하다”는 지적을 받은 터였다.

2007년을 에너지복지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저소득층 난방시설 지원 및 에너지효율개선사업’을 시작한 에너지재단은 정부 예산 또는 복권기금으로 보일러가 없거나 고장난 저소득 가정에 보일러를 설치 또는 갈아주거나(난방시설 지원), 창문이나 벽이 허술해 열 손실이 큰 저소득 가정에는 창호나 벽 등 단열시공으로 난방비를 근본적으로 줄여주는(에너지효율개선, 즉 단열시공) 사업을 시행해오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보일러를 설치해주거나 단열시공만으로 우리나라 저소득층이 추위를 면할 수 있게 하기 어렵다는 데 있었다.

먼저 연탄 도시가스 지역난방 기름 프로판가스 등 여러 난방연료 가운데 무엇으로 난방을 하느냐에 따른 연료비 격차가 너무 크다는 점이다. 다음으로 농어촌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대다수의 저소득층이 자기 집이 아닌 전월세로 살고 있는 우리나라 저소득층의 주거 현실의 문제이다.

2008년 현재 우리나라 국민기초생황보장 수급자의 15.5%만이 자기 집을 가지고 있다. 이는 대도시 지역일수록 낮아져 서울은 0.8%, 대구는 3%에 지나지 않는다.

여기에 영구임대주택 거주자(12.2%)를 더하더라도 전국적으로 기초생활수급자의 70% 이상이 전월세 또는 무료임대 주택에 살고 있는데 이들이 사는 지역일수록 지역난방이나 도시가스 등 싸고 편리한 난방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기름이나 프로판가스을 난방연료로 사용하는 저소득가정의 경우 보일러가 있어도 연료비 부담으로 보일러를 제대로 가동하기가 여의치 않다.

연탄의 경우 정부의 가격보조로 값은 싸지만 가스 중독 위험과 하루 두 세 차례 연탄을 갈아야 하는 번거로움은 차치하더라도 연탄의 구입 및 연탄재 처리 등의 문제로 연탄을 난방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지역은 매우 제한되어 있다.

이런 여러 상황을 감안해 고육지책으로 선택된 지원이 난방매트였다. 우선 보일러와 달리 필요할 때만 스위치를 켜고 끄면 돼 가동시간이 짧고 편리한 데다 전기요금이 저렴해 기름이나 프로판가스에 비해 난방비용도 저렴하기 때문이다.

남의 집에 세 들어 사는 저소득층의 입장에서는 보일러나 단열공사와 달리 이사할 때 가지고 갈 수 있는 ‘내 것’이라는 점도 큰 장점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에너지복지는 복지사업인 만큼 수요자의 입장을 최대한 고려하여야 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국가 예산으로 실시하는 사업인 만큼 국가 정책, 즉 에너지(전력)수요관리의 측면도 결코 소홀해서는 안 된다. 난방매트는 이 두 가지 요구가 상충하는 지점이다.

이에 대한 올바른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서는 저소득층 에너지 이용실태, 특히 난방을 위해 사용하는 전기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정밀한 조사가 선행되어야 할 것 같다.

그래야 그것이 우리의 겨울철 전력수요에서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고, 그런 연후에야 저소득층에 대한 난방매트 지원이 에너지복지와 에너지수요관리 어느 측면에서 다뤄지는 것이 온당한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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