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제도 사업자에게 모든 책임 떠넘긴다는 볼멘소리 이어져
【에너지타임즈】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청정수소발전 시장을 개설했으나 현실성이 떨어져 흥행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기술 개발·상용화와 연료 수급 등 이미 사업 불확실성이 큰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현행 제도는 사업자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5월 24일 청정수소발전 시장 입찰공고를 냈고, 지난 7일부터 오는 18일까지 사업자 등록을 받는다. 또 입찰 등록 사업자가 오는 21일부터 11월 8일까지 입찰제안서와 증빙서류를 제출하면 산업부는 오는 11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게 된다.
현재 서부발전을 제외한 남동발전(영흥화력·여수화력)‧중부발전(신보령화력)‧남부발전(삼척화력)‧동서발전(당진화력) 등 발전공기업만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세계 최초로 개설되는 청정수소발전 시장의 대상은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수소를 연료로 하는 발전기로 청정수소를 연료로 하는 수소발전소와 청정암모니아를 연료로 하는 암모니아발전소다. 청정수소 인증기준은 수소 kg당 온실가스 배출량 4kgCO2e 이하다.
올해 입찰 물량은 6500GWh이고, 계약 기간은 15년이다.
이번 입찰에서 낙찰받은 사업자는 3년간 준비 과정과 함께 첫 입찰인 만큼 1년 유예기간을 포함해 늦어도 2028년에는 수소발전소와 암모니아발전소를 운영해야 한다.
다만 발전공기업은 입찰을 준비하고 있으나 고개를 갸우뚱한다. 기본적으로 사업 불확실성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청정수소발전 시장은 발전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 개발‧실증과 연료 수급이란 난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시장”이라고 설명하면서 “어느 것 하나 녹록한 것이 없어 사업자는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올해 청정수소발전 입찰은 가스발전소와 석탄발전소에 청정수소와 청정암모니아를 20% 섞을 수 있는 기술이 확보돼야 하지만 현재 이 기술은 상용화되지 않은 상태다. 이번 입찰에서 낙찰받은 사업자는 늦어도 2028년까지 수소발전소와 암모니아발전소를 가동해야 하는데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실증을 거쳐 상용화까지 남은 시간이 기껏 4년이란 것이 불확실성 중 하나로 손꼽힌다.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는 얘기다.
또 다른 하나는 수소발전소와 암모니아발전소 연료 조달이다. 현재 청정수소와 청정암모니아 시장이 형성 안 된 상황으로 우리가 선도적으로 시장을 만들어가야 한다. 자칫하다간 연료를 공급받지 못하는 상황이 큰 불확실성으로 손꼽히고 있다.
청정수소 생산방법은 LNG 개질 과정에서 CCS 설비를 설치해 생산하는 방법과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이용해 수전해 설비로 생산하는 방법으로 나눠진다.
현재 서부발전을 제외한 발전공기업은 암모니아발전에 집중하고 있다. 청정암모니아는 청정수소를 질소와 결합해 만들어지고 수소의 경우 영하 250℃에서 액화되는 반면 암모니아는 영하 33℃에서 액화가 가능해 수송 측면에서 현실적인 대안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청정수소 시장은 이미 만들어진 시장이 아니라 앞으로 만들어나가야 하는 시장”이라고 설명하면서 “연료 공급사는 (청정수소) 수요가 결정될 때 사업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현재 상황으로 보면 발전공기업이 연료 공급사에 끌려갈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실제로 연료 공급사는 청정수소를 생산하고 청정암모니아를 만들어 액화한 뒤 공급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CCS 설비뿐만 아니라 암모니아 액화 설비, 암모니아 터미널 등을 구축해야 하는 등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재까지 청정수소와 청정암모니아 수요가 없으니 기반 시설이 없다는 것이다.
사업자가 이번 입찰에서 낙찰받더라도 연료 공급사가 4년 내 이 기반을 갖추지 못하면 청정수소발전소와 청정암모니아발전소의 가동은 불가능하게 된다.
다만 업계는 청정수소발전 시장의 경우 기술 상용화와 연료 수급을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난제를 가진 시장인 탓에 불확실성이 매우 큰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정책적으로 사업자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청정수소발전 시장은 아무런 것도 장담할 수 없는 불확실한 시장인데 정부는 모든 책임을 사업자에게 떠넘기고 있어 낙찰받더라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먼저 업계는 가동률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을 꼬집었다.
현행 제도는 계약시장임에도 불구하고 수소발전과 암모니아발전이 화력발전보다 우선 급전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우선 급전할 수 없다는 것도 되기 때문에 불확실성으로 손꼽힌다. 이 같은 이유로 발전공기업은 연료 공급사와 계약할 때 송전 제약 등 가동률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에 따른 비용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수소발전소와 암모니아발전소 이용률 불확실성에 따른 연료 도입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력거래소 입장에서 (수소발전과 암모니아발전의) 장기적인 이용률에 대한 보장이 어렵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선도 계약시장에서 불가피한 시스템 운영상 제약을 제외한 급전 우선권과 이용률을 명확하게 보장해 불필요한 위험요인 전가와 비용 상승을 예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란 의견을 내놨다.
이와 함께 급격한 발전단가 상승에 따른 국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도입한 상한제도 걸림돌이다. 발전단가가 떨어졌을 때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지만 발전단가가 높아져 상한제를 적용받게 되면 연료비는 늘어나지만 그만큼 정산을 받지 못해 사업자는 손실을 보게 된다. 사업자는 입찰에 참여할 때 이 또한 고려해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청정수소발전 시장은 연료비를 보전해 주지만 여기도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현재 전력시장은 원화로 정산되나 청정수소발전 시장은 달러로 정산되기 때문이다. 사업자는 시시때때로 변하는 환율을 고려해 입찰가를 정해야 하는 만큼 환율부담을 떠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