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산업개발 아닌 사업자 선정되면 인수인계 문제될 소지 있어
정규직 전환과 탈석탄발전으로 쌓인 노동자 분노 도화선 될수도
【에너지타임즈】 이미 한차례 취소했던 남부발전 삼척화력 1‧2호기 연료설비 운전용역 입찰이 조만간 나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자칫하다간 연료공급 중단으로 발전소가 가동을 중지해야 하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나온다. 하늘에 운명을 맡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말까지 나올 정도로 이번 입찰을 둘러싼 상황이 심상찮기 때문인데 뭣하나 녹록한 것이 없다는 얘기다.
남부발전은 지난해 12월 삼척화력 1‧2호기 연료‧환경설비 운전용역 입찰을 발주했으나 한차례 연장에 이어 지난 5월 28일 결국 입찰을 취소했다. 업계를 중심으로 다양한 분석이 나왔으나 취재결과 석탄발전 연료‧환경설비 운전 입찰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 한동안 입찰이 없었던 만큼 혼란이 있을 것으로 본 정부가 삼척화력 입찰을 취소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입찰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다만 정부를 중심으로 한 입찰 기준이 막바지 조율에 들어가면서 조만간 석탄발전 연료‧환경설비 운전용역 입찰이 나올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러면서 삼척화력 1‧2호기 연료설비 운전용역 입찰이 또다시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삼척화력을 제외한 석탄발전 연료‧환경설비 운전사업자는 계약이 3‧6개월 단위로 연장되면서 사업을 유지하고 있어 그에 따른 큰 불만은 없으나 삼척화력 1‧2호기 사업자인 삼성중공업 상황은 다르다. 삼성중공업이 2021년 12월 31일 계약 종료와 함께 사업 철수를 남부발전에 통보했기 때문이다.
남부발전이 지난해 12월 삼척화력 1‧2호기 연료설비 운전용역 입찰을 낸 배경이 여기에 있고, 삼성중공업이 사업 철수를 결정한 배경으로 최초이자 유일한 계약방식이 손꼽힌다.
삼척화력을 제외한 모든 석탄발전 연료설비 운전용역 계약은 발전공기업과 사업자가 직접 계약을 체결한다. 다만 삼척화력 계약은 남부발전이 삼성중공업과 공사계약을 하고, 삼성중공업이 한전산업개발과 계약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삼척화력 1‧2호기는 공사계약이고, 나머지 발전소는 용역계약인 것이다.
삼척화력 1‧2호기는 자연발화에 취약한 저열량탄을 연료로 사용하는 유동층 보일러를 탑재하고 있어 화재에 대한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높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업장 대비 투입인력이 30%가량 적어 기피 현장으로 손꼽힌다. 실제 현장을 반영하지 못한 공사계약이 현재까지 이어지면서 남부발전은 다른 발전소 대비 저가로 연료설비를 운영할 수 있었던 반면 직접 계약 당사자인 삼성중공업과 하청기업인 한전산업개발은 계약에 발목이 잡혀 수익성 없는 사업을 이어왔던 것이다.
또 삼성중공업은 남부발전과 삼척화력 1‧2호기 화재와 관련 법적 다툼을 하고 있고, 본업이 아니란 점에서 사업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이 같은 이유로 남부발전과 계약이 종료되는 2021년 12월 31일부로 사업 철수를 통보했고, 연장 조항에 의거 현재까지 계약을 유지하고 있다.
남부발전은 현실을 반영한 용역계약으로 삼척화력 1‧2호기 연료설비 운전용역 입찰로 추진할 예정이지만 인수인계가 제대로 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을 고려할 수밖어 없는 상황에 놓였다.
먼저 변수는 삼성중공업 철수 시점이다. 얼마 전 삼성중공업은 남부발전 측에 오는 9월 사업 철수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가 입찰 기준을 마련하기로 한 만큼 변수는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 있지만 삼성중공업도 계약연장을 2년 이상 한만큼 법적 다툼을 하더라도 명분을 챙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중공업이 사업을 철수하는 순간부터 삼성중공업과 한전산업개발 간 계약이 종료되기 때문에 자칫하다간 연료공급이 되지 않아 발전소 가동을 중지해야 할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척화력 1‧2호기 연료설비 운전 계약에 대해 “일반적으로 용역계약이라면 인수인계 조항이 있겠지만 (삼척화력은) 공사계약이라 계약연장 조항은 있을지 확인이 안 되지만 인수인계 조항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뿐만 아니라 삼성중공업이 한발 물러서 남부발전이 새로운 사업자를 선정할 때까지 계약이 연장되더라도 입찰 결과에 따라 변수가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경우의 수를 살펴보면 한전산업개발이 삼척화력 1‧2호기 연료설비 운전용역 입찰에서 선정된다면 인수인계 절차 없이 정상적인 사업이 가능하겠지만 한전산업개발을 제외한 다른 사업자가 선정됐을 땐 인수인계에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한전산업개발노조 측은 계약상 인수인계만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계약상 인수인계 조항이 없다면 바로 철수할 것이고, 만약에 인수인계 조항이 있더라도 계약상 정해진 것만 하고 미련을 두지 않겠다는 것이다.
송홍곤 한전산업개발노조 위원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한전산업개발노조 선택지는 별로 없다”고 말하는 등 제한적으로 협조할 수밖에 없음을 밝혔다.
한전산업개발 사측 입장도 남부발전에 비협조적일 가능성이 있다. 한전산업개발이 하동화력 사업을 하고 있지만 하동화력 폐쇄가 결정된 만큼 한전산업개발은 미련을 두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남부발전이 불편한 이번 입찰을 피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한전산업개발이 남부발전과 삼성중공업 간 계약을 양수‧양도하는 것이다. 다만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계약인 탓에 상대적으로 남부발전에 유리하고 한전산업개발에 불리한 만큼 한전산업개발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상식적으로 제로에 가깝다.
다른 방법으로 남부발전이 한전산업개발과 수의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손꼽히는데 국가계약법상 수의계약 명분이 충분치 않아 남부발전 결단이 필요한 측면이 있고 다른 사업자 반발도 무시하지 못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남부발전 삼척화력 1‧2호기 연료설비 운전용역 입찰은 현재도 유효한 전임 정부의 정규직 전환과 탈석탄발전 정책 등으로 쌓인 노동자 분노가 증폭되면서 표면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양대 노총을 떠나 업계 노조는 석탄발전 연료‧환경설비 운전‧정비 입찰에 대한 불편한 입장을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고, 국회에 현안을 설명하는 등 물밑작업에 들어간 상황이다.
발전공기업이 석탄발전 연료‧환경설비 운전‧정비 입찰을 앞둔 상황에서 가장 먼저 삼척화력 1‧2호기 연료설비 운전용역 입찰이 나오면 노동자들은 이를 도화선으로 투쟁력을 강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