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목표 달성…RE100으론 한계 CFE 급부상
탄소중립 목표 달성…RE100으론 한계 CFE 급부상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23.05.18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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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기업 RE100 이행에 따른 비용 증가로 가격 경쟁력 위축 우려
전문가 韓 불리한 RE100 대신할 수 있는 매우 유리한 제도 강조
CFE 포럼 출범…인증제도 도입 방안 마련과 시범사업 추진 예정

【에너지타임즈】 기업의 기후 행동으로 재생에너지 100%를 사용하는 RE100이 세계적 대세이지만 우리 현실에 맞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CFE가 새로운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핵심 수단이지만 단일 수단으로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한계가 있어서 그렇다.

RE100은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만으로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하자는 것이라면 CFE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재생에너지를 포함해 원전과 수소를 이용해서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자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RE100보다 더 포괄적이면서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대안이 되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조량과 바람이 부족하고, 북미와 달리 전력계통이 고립돼 있어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 확대에 제약을 받기 때문에 발전단가가 높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기업의 RE100 이행에 따른 비용이 커지면서 재생에너지 환경이 우수한 국가의 기업보다 제품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부는 CFE(Carbon Free Energy) 포럼을 출범시키고 연내 CFE 인증제도 도입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내년 시범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RE100은 의미 있는 캠페인이지만 우리 여건상 기업에 부담이 큰 것도 사실”이라면서 “무탄소 에너지 개념을 활용한 포괄적인 접근을 통해 우리 현실에 맞는 정책과 제도를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CF100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17일 프레스센터(서울 중구 소재)에서 CFE 포럼 출범식이 열렸다. 이날 참석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17일 프레스센터(서울 중구 소재)에서 CFE 포럼 출범식이 열렸다. 이날 참석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탄소중립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것이 목표다. 그래서 일찍이 100% 재생에너지만 사용하겠다는 RE100이 탄소중립을 위한 기업의 기후 행동으로선 세계적 대세다.

그런데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면 탄소중립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고 나온 것이 CFE다.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원전과 수소를 활용한다면 탄소중립은 현실이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 기업은 CFE에 큰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블룸버그에서 낸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태양광발전 발전비용은 MWh당 117달러로 독일 70달러와 영국 55달러, 미국 44달러에 비해 크게 높았다. 우리 기업의 제품이 이들 국가의 제품보다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국제적으로 CFE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고,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리와 비슷한 환경에 놓인 국가들이 많아서 그렇다. 선도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는 국가는 미국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2030년까지 연방정부 시설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무탄소 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으로 사용하는 행정명령을 2021년 발표한 바 있다. 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미리 정한 재생에너지에만 세제 혜택을 주던 방식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에도 혜택을 주는 중립적인 접근법을 도입했다.

일본은 무탄소 인증서 신설과 판매사업자에 대한 무탄소 전력 의무화제도를 2018년부터 시행하는 등 무탄소 에너지 보급을 지원하고 있다. 이 제도는 연간 500GWh 이상의 전력을 판매하는 사업자를 대상으로 2030년까지 무탄소 에너지의 비중을 44% 의무화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영국도 2012년부터 시장 가격과 관계없이 고정된 수익을 보장하는 제도인 CfD(Contract for Difference) 제도에 원전을 지원대상으로 포함해 운영하고 있다. 이 제도는 안정적인 무탄소 발전원 공급을 위해 계약가격이 시장 가격보다 낮으면 차액만큼 보조금을 받고 반대의 경우 차액을 반납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구글은 RE100을 달성했더라도 재생에너지 간헐성으로 일정 시간 화석연료를 사용해야 하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CFE 제도를 선언하고 이행하고 있다. 이 제도는 필요 전력 모두를 무탄소 에너지로 소비하는 것으로 무탄소 에너지는 원전을 비롯한 수소와 CCS를 결합한 화력발전 등이다.

우리 정부도 재생에너지 보급에 불리한 여건으로 인해 불리한 경쟁환경에 노출될 수 있고 다양한 기술적 대안을 수용할 수 있는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고 무탄소 에너지를 활용해서 기업부담을 낮출 수 있는 대안 마련에 나섰다. 본격적인 신호탄은 지난 17일 출범한 CFE 포럼이다.

이 포럼은 국내 현실에 맞는 무탄소 에너지 인증체계를 미리 검토하는 한편 앞으로 국제기준 형성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역할을 한다. 또 연내 무탄소 에너지 인증제도 도입 방안을 마련하고 내년엔 시범사업을 진행한다. 이와 함께 정부와 기업에서 가진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무탄소 에너지 확산을 위한 국제적 공감대 형성 노력을 병행하게 된다.

산업부 측은 이 포럼과 관련해서 오는 7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할 계획이며, 기후변화 대응과 안정·경제적 에너지 공급이라는 두 가치를 조화롭게 추구하면서 우리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정책 방향을 마련한다는 원칙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를 시작할 방침이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CFE 필요성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前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는 지난 17일 CFE 포럼 출범식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우리 기업은 에너지 문제와 환경 문제로 극심한 압박을 받는 등 답답하기 그지없는 기업의 숨통을 틔우기 위한 에너지 정책의 대전환이 시급하고 CFE가 대안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손 교수는 RE100과 관련해서 세계적인 기업이 동참하면서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으나 우리 기업은 RE100을 이행하기 위해 많은 제약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많은 인구가 좁은 국토에 살고 있어 재생에너지 여건이 좋지 못한 점을 비롯해 경매제도 시행으로 가격경쟁력은 높으나 RPS 중심 보급제도와 한전이 전력시장을 독점하면서 원가주의에 부합하지 않는 전기요금 제도 등을 주요 제약으로 손꼽았다.

그러면서 그는 원전과 수소 등을 포함하는 CFE 제도는 우리에게 불리한 RE100을 대신할 수 있는 매우 유리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국내 재생에너지 한계성이 명백하나 원전 비중이 높고 수소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음을 제시했고 무탄소 에너지를 명료하게 분류하고 이를 인증해 줌으로써 기업의 숨통을 틔울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그는 국제적 인정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면서 원전 보유국 동참을 유도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제적 이니셔티브를 형성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정준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CFE와 RE100을 대립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온실가스 감축과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기업의 자율적 이행 수단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고 기업이 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필요에 따라 무탄소 에너지를 활용하도록 정책·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 선임연구위원은 CFE 범위와 기준에 대해 일반적으로 재생에너지·원전·청정수소·CCS 등 이산화탄소를 직접 배출하지 않는 모든 유형의 발전을 지칭한다고 설명하면서 에너지 유형을 지정할지 배출기준을 설정할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CFE 인증서와 관련해선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와 유사한 CFE 인증서 발행을 통해 사용 인증이 가능하고 CFE 인증서는 전력시장과 별도로 가격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또 CFE 인증서 발행 목적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와 함께 그는 CFE 조달·유통 체계 고려사항으로 전력거래소를 통한 CFE 인증서 거래시장 개설과 원전 주변 기업을 대상으로 한 CFE 거래를 위한 PPA 운영, CFE 전용 요금제도 마련 등을 손꼽았다.

또 그는 CFE 에너지 소비단계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CFE 인증을 시간대별로 할지 연간 총량으로 할지를 결정해야 하고 전력망 내 기저 CFE 산정을 위한 인증서 발생 시 전력망에서 제외, CFE 사용 비율에 따른 기업의 인센티브나 온실가스 저감 실적 인정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지난 17일 프레스센터(서울 중구 소재)에서 CFE 포럼 출범식이 열렸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지난 17일 프레스센터(서울 중구 소재)에서 CFE 포럼 출범식이 열렸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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