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생태계 복원 신호탄 쏴…한전기술 비전 선포
원전 생태계 복원 신호탄 쏴…한전기술 비전 선포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23.05.16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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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비전 ‘Technology for Earth, Energy for Human’ 선포
노조 이념 다른 민주노총과 결별…사측과 미래 준비 역량 집중
순수 한국형 원자로 등의 원전 전주기 설계책임기관 지위 확보
조직원 삶의 질 향상 도모…지역사회 상생 두텁게 가져가기로
경북도·경북대 등 11곳 지자체·학계·산업계 등과 7건 협약 체결

【에너지타임즈】 원전 생태계는 전임 정부의 탈원전 정책 선언을 시작으로 흔들리기 시작했으나 실제로 붕괴하기 시작한 시점은 신규원전 건설이 취소되고 중단됐을 때다. 원전 산업이 더는 성장할 수 없다는 신호가 원전 시장에 전해지면서 인력은 충족되지 못했고 기업은 시장을 떠났다. 그러면서 원전 생태계는 무너지기 시작했다.

일각에서 원전 생태계 붕괴는 어불성설이라고 말하곤 한다. 대표적인 원전 기관인 한수원· 한전KPS·한전원자력연료 등이 위축되지 않았음을 손꼽는다. 탈원전 정책이지만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을 당장 폐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탈원전 정책으로 가장 큰 타격은 입은 기관으로 한국전력기술이 손꼽힌다. 원전을 설계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그렇다. 탈원전 정책으로 신규원전 건설이 취소되거나 중단되면서 일거리가 없어진 것이다. 한국전력기술 일감이 없어졌다는 것은 앞으로 원전 시장에 더는 일감이 없다는 신호를 주게 되면서 기업은 투자를 중단하고 시장을 떠났다. 더는 인재가 육성되지 않았다.

탈원전 정책으로 희망을 잃은 원전 생태계는 친원전 정책을 지향하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희망의 불씨가 지펴졌으나 떠났던 기업은 좀처럼 돌아오지 않고 있고 수많은 인재는 거리를 두고 지켜보고 있는 형국이다. 원전 시장에 정확한 신호가 전해지지 못해 그렇다.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원전 시장에 탈원전 정책 신호를 줬던 한국전력기술이 친원전 정책의 정확한 신호를 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한국전력기술이 친원전 정책을 반영해 미래를 설계한 새로운 비전인 ‘Technology for Earth, Energy for Human(환경을 생각하는 기술, 사람을 향한 에너지)’을 선포했기 때문인데 무너진 원전 생태계 복원이란 상징적인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한국전력기술 비전 선포는 요란할수록 원전 시장에 확실한 신호를 줄 수 있는 것이다.

16일 한국전력기술이 본사(경북 김천시 소재)에서 ‘지속 가능 성장 및 도약을 위한 노사 공동 비전 선포식’을 개최했다.
16일 한국전력기술이 본사(경북 김천시 소재)에서 ‘지속 가능 성장 및 도약을 위한 노사 공동 비전 선포식’을 개최했다.

 

16일 모처럼 한국전력기술이 분주했다.

한국전력기술 노사가 탈원전 정책에 따른 혼란을 수습하고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가겠다는 의미를 담아 지속 가능한 성장과 도약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비전을 공동으로 선포했기 때문이다. 탈원전 시대와 이별을 고하는 한편 오랜 고난의 끝에 만난 희망의 시대인 친원전 시대에 노사가 역량을 모으겠다는 것이다.

이날 한국전력기술 노사는 새로운 비전인 ‘Technology for Earth, Energy for Human(환경을 생각하는 기술, 사람을 향한 에너지)’을 선포하고 원전 생태계를 복원할 수 있도록 한국형 원전로와 해양 부유식 SMR 등 새로운 사업을 개발하는 한편 조직원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고 지역사회 상생을 두텁게 가져갈 것을 약속했다.

새로운 비전 선포는 전임 정부에서 추진한 탈원전 정책에 따른 분산된 조직역량을 하나로 모으는 것과 친원전 시대에 초점을 맞춘 한국전력기술 미래상을 공유하는 장으로 꾸며졌다. 게다가 노조가 사측과 뜻을 모았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해졌다. 탈원전 정책을 지지했던 상급 단체를 탈퇴했기 때문인데 적어도 원전 생태계 복원에 사측과 호흡을 하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노조는 지난 9일부터 10일까지 조합원 1500여명을 대상으로 상급 단체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탈퇴를 묻는 투표를 진행한 결과 찬성 90%로 집계되면서 상급 단체 탈퇴를 결정했다. 이로써 1989년 가입 이후 34년 만에 탈퇴한 것이다.

전임 정부에서 노조는 탈원전 정책을 지향했던 민주노총과 이념이 달라 충돌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를 계기로 원전 생태계 복원이 시급하다고 판단해 34년 동안 인연을 맺었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탈퇴를 결정했다.

사측이 친원전 정책에 맞춘 미래 설계과정에서 노조가 상급 단체였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탈퇴란 결단을 내리면서 이날 발표된 새로운 비전은 큰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원전 생태계 복원에 노사가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하게 된다.

한국전력기술 노사는 새로운 비전 달성을 위해 원전 전주기 책임 설계기관으로서 지위를 확보해 더욱 무거운 책임감으로 국가 에너지 안보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기로 했다. 세계에서 가장 신뢰도가 높고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순수 한국형 원자로를 개발하는 한편 독자적으로 개발 중인 해양 부유식 SMR인 ‘반디(BANDI)’를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또 이들은 이를 통해 얻은 성과를 바탕으로 지역사회와 상생의 기반을 다지고, 산·학·연 네트워크를 더욱 견고히 함으로써 공동연구와 사업 확대를 도모하는 한편 인재 육성과 채용을 통해 지역사회 일자리 창출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이뿐만 아니라 한국전력기술 노사는 자사의 가장 큰 자산인 직원들이 일상에서 지친 심신을 재충전하고 꿈을 실현해 나갈 수 있도록 복합연수원을 건립하는 등 일과 삶이 조화로운 행복한 일터를 만들어나갈 것을 약속했다.

이를 통해 한국전력기술은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를 선도하고 원전의 안전성과 국민 신뢰성 제고 등을 통한 국가 에너지 안보에 일익을 담당하는 책임 있는 공공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게 된다.

특히 한국전력기술은 원전 생태계 복원이 시급하다고 보고 새로운 비전 선포와 함께 본격적인 행보를 알리는 7개 비전 연계 협약을 경북도 등 11곳 지자체·학계·기업체 등과 체결했다. 비전 선포식에서 다자 협약이 이뤄지는 것은 이례적인데 원전 생태계 복원을 위한 행보를 서두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자리에서 한국전력기술은 미래에너지로 손꼽히는 SMR을 선도를 위해 대우조선해양과 해양 원전 시장 진출, 경북도·GS건설과 SMR과 원자력-수소 개발, 경북도·현대엔지니어링과 국내외 SMR 사업개발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또 한국전력기술은 경북도·김천시·김천시의회 등과 지역 현안·발전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으며, 경북대·우리글로벌자산운용·비츠로 등과 탄소중립 에너지경제 선도, 금오공대와 미래산업 인프라 구축, 경운대와 무인기 분야 미래 신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날 김성암 한국전력기술 사장은 최근 수년간 크고 작은 에너지 환경 변화와 정책 변화로 민감하게 흔들릴 수밖에 없었고 한국전력기술 본연의 업무를 충분히 전념할 수 없는 어려움에 놓이기도 했다고 지난날을 되돌아봤다. 다만 이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노사가 함께 고민하고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새로운 비전 선포는 한국전력기술이 재도약하는 첫걸음이라고 언급하면서 한국전력기술의 담대한 도전은 지자체·학계·산업계의 끊임없는 격려와 지원이 더해질 때 실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진수 한국전력기술노조 위원장은 세계 최고 원전 기술의 자부심과 삶의 터전인 한국전력기술을 지키겠다는 조합원의 의지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탈퇴로 이어진 것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날 선포된 새로운 비전이 현실이 돼 앞으로 어떤 정책과 외부요인에도 우리의 노동과 일터가 흔들리지 않도록 함께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미국이 중동에서 전쟁을 일으킨 이유로 에너지인 석유를 손꼽은 뒤 이제는 미국이 자국에서 셰일오일을 개발해서 중동에서 전쟁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설명하면서 앞으로 한국전력기술이 꿈의 에너지인 원전·SMR 등을 만들기 때문에 앞으로 전쟁은 한국전력기술 때문에 일어날 것이란 재치 있는 입담으로 한국전력기술의 우수한 기술력을 평가하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한국전력기술을 전쟁터에서 구해낼 수 있도록 경북도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6일 한국전력기술이 본사(경북 김천시 소재)에서 ‘지속 가능 성장 및 도약을 위한 노사 공동 비전 선포식’을 개최했다.
16일 한국전력기술이 본사(경북 김천시 소재)에서 ‘지속 가능 성장 및 도약을 위한 노사 공동 비전 선포식’을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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