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가스공사 재무 상황과 경영 여건 여전히 심각한 상황 진단
올해 인상 수준인 전기료 51.6원과 가스료 10.4원 턱없이 부족
이번 전기·가스요금 인상 따른 취약계층 부담 낮추는 지원 강화
【에너지타임즈】 한전과 가스공사가 역대급 자구안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은 찔끔 올라 경영난 해소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기요금의 경우 올해 kWh당 50원 이상 인상이 불가피했지만 8원 인상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5일 정부서울청사(서울 종로구 소재)에서 오는 16일부터 전기요금의 경우 kWh당 8원, 가스요금의 경우 MJ당 1.04원을 인상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전기·가스요금 조정방안을 발표했다.
이 장관은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전기·가스요금을 계속 조정해 왔음에도 과거부터 누적돼 온 전기·가스요금 인상 요인이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못해서 전기·가스요금 조정방안을 마련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폭등했던 국제 에너지 가격이 다소 안정화되는 추세이나 여전히 평년보다 높은 수준인데다 국제 에너지 시장이 당장 안정되더라도 국제 에너지 가격과 국내 도입 가격 간 최대 6개월 시차가 있음을 고려할 때 앞으로도 상당 기간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이 장관은 한전과 가스공사 재무 상황과 경영 여건은 여전히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전이 올해 1/4분기에 6조2000억 원에 달하는 영업적자를 내면서 한전의 누적 영업적자는 38조5000억 원에 달하고 있다. 가스공사 민수용 미수금은 올해 1/4분기에 3조 원이 늘어나는 등 11조6000억 원에 이르고 있다.
이어 그는 한전과 가스공사의 현재 재무 상황이 계속된다면 안정적인 전력공급과 함께 천연가스 도입에 차질이 발생하는 한편 설비 투자와 공사 축소 등으로 에너지산업 생태계가 취약해질 수 있음을 지적했다. 또 한전과 가스공사의 재무위기가 금융시장으로 전이될 때 경제 전반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특히 이번 전기요금 인상으로 4인 가구는 사용량 332kWh 기준으로 월 3000원, 가스요금 인상으로 4인 가구는 사용량 3861MJ 기준으로 월 4400원 정도 더 부담될 것으로 추정됐다.
다만 이번 전기·가스요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한전과 가스공사 경영정상화에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인상 요인만큼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면서 앞으로도 한전과 가스공사의 영업적자와 미수금은 늘어나기 때문이다.
전기요금의 경우 지난해 2/4분기와 3/4분기, 4/4분기에 kWh당 19.3원이 인상됐고, 올해 1/4분기에도 13.1원이 인상됐다. 가스요금의 경우 지난해 4·5·7·10월 등 모두 네 차례에 걸쳐 MJ당 5.47원이 인상된 바 있다.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의 인상에도 한전과 가스공사 재무 악화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올해 1/4분기에 한전의 영업적자는 6조2000억 원에 달했고, 가스공사 민수용 미수금은 3조 원이나 늘었다.
지난해 연말 산업부는 올해 전기요금을 kWh당 51.6원, 가스요금을 MJ당 10.4원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을 국회에 전달한 바 있다.
단순 계산으로 전기요금은 올해 kWh당 51.6원을 인상해야지만 더는 영업적자가 발생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1/4분기에 13.1원, 2/4분기에 8원을 인상하면서 51.6원 중 21.1원만 반영되면서 30.5원을 인상하지 않은 것에 따른 한전의 영업적자 발생이 불가피하고 누적 영업적자 또한 늘어난다는 것이다.
조홍종 단국대 교수는 코끼리에게 비스켓 하나 던져주는 것에 비유하면서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미룬다고 해결이 되면 되겠지만 해결이 안 될 것이라면서 미루면 미룰수록 채권발행은 더 늘어나 부담해야 하는 이자가 늘어나 시민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 문제는 누군가는 돈을 내야 하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여름과 겨울에 전기요금 인상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면 그렇지 못할 것으로 내다보면서 내년에 요금 인상이 안 되면 정부는 세금으로 메울 것인가란 고민에 빠지게 될 것인데 결국 이자를 더 낼 것인지를 강요할 것인지 세금을 더 낼 것을 강요할 것인지 양당 간의 결정을 하는 악순환의 고리만 계속 키우고 있을 뿐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원가를 반영한 요금체계를 만들지 않으면 앞으로 구조적으로 큰 문제로 커질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호현 산업부 전력정책관은 이번 전기요금 kWh당 8원 인상으로 한전의 일정 정도 영업수지 개선 효과가 있는 등 소기의 재무개선 효과는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전기요금을 인상화지 않는 것보다는 재무개선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의 추가 인상에 대해선 현재 예단하고 있지 않다면서 국제 에너지 가격 동향이나 한전과 가스공사의 재무 상황, 재무개선 상황, 자구노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정부는 이번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인상으로 취약계층 부담을 완화해줄 수 있는 지원을 강화한다.
이 장관은 이번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인상과 관련해서 정부는 상대적으로 크게 부담을 느끼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인상 부담을 완화할 수 있도록 두텁게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먼저 산업부는 에너지 취약계층에 대해선 평균 사용량까지 전기요금 인상분 적용을 1년간 유예한다. 지난해 대상자 평균 전력 사용량 313kWh까지 인상 전 단가를 적용하고 이를 초과하는 전력 사용량에만 인상 후 단가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한전은 현재 운영 중인 복지 할인요금 제도를 지속한다. 월 8000원부터 2만 원까지 전기요금 할인을 지원하고 사회복지시설에 월 전기요금 30%를 할인해 준다.
에너지바우처 지급 대상도 기존 생계·의료 기초수급생활자 중 더위·추위 민감 계층에서 주거·교육 기초수급생활자 중 더위·추위 민감 계층까지 확대된다.
또 기존 주택용에 제한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전기요금 분할납부 제도는 소상공인과 뿌리기업까지 확대된다.
오는 10월엔 가스요금 분할납부 제도도 시행된다. 구체적인 시행 방안은 도시가스사와 협의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농사용 전기요금은 이번 인상분에 대해서 3년에 걸쳐 1/3씩 분산 반영되며, 단기간에 부담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전력노조는 이번 전기요금 인상과 관련해서 15일 성명서를 내고 전기요금 정상화는 요원하고 폭탄 돌기는 계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전력노조는 한전의 처지가 풍전등화와 같이 위태롭고 지난해 32조6000억 원의 천문학적인 경영적자에 이어 올해 1/4분기에도 6조 원대 적자가 지속되는 등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자본잠식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전력노조는 당정은 온갖 정치적 언행으로 한전을 압박하며 2/4분기 전기요금 인상을 40일이나 미룬 15일에야 전기요금 조정방안을 발표했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고 30조 원이 넘는 적자에 경영개선 효과는 3조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