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KPS 입찰 참여 불가…종합심사제 전환 따른 인력구성 난항
노후 석탄발전 폐지 계획에 의거 민간 발전정비업계 고민 빠져
【에너지타임즈】 지난 3월 계약만료를 앞두고 남부발전 삼척화력 1‧2호기 석탄취급설비 운전과 정비를 맡았던 삼성물산이 계약연장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남부발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입찰을 내서 사업자를 선정하면 그만이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에 놓였기 때문에 그렇다.
남부발전 측은 기획재정부에서 입찰기준을 정해주면 입찰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입찰기준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르게 입찰에 나설 수 없기 때문이다.
발전업계는 삼척화력 1‧2호기 석탄취급설비 운전·정비 사업 철수를 계기로 정부의 입찰기준이 확정되거나 논란이 뒤따를 수 있겠지만 남부발전이 총대를 멜 것으로 전망했으나 그렇지 못했다. 삼성물산이 사업자가 정해질 때까지 계약을 연장해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전임 정부에서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이 제대로 매듭되지 못하면서 사업자는 계약을 종료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 발주자는 섣불리 입찰을 낼 수 없어 계약연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본지는 정부와 발전공기업이 발전경상정비 입찰을 재개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살펴봤다.
문재인 前 대통령이 취임 초기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을 발표하고 얼마 되지 않아 태안화력 컨베이어벨트 사망사고(일명 김용균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발전경상정비와 석탄취급설비 운전‧정비 입찰은 사회적 문제로 불거졌다. 당시 한 발전공기업이 입찰을 냈다가 곤욕을 치렀고 이를 계기로 발전공기업은 입찰 중단과 함께 계약연장을 하게 되면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벌써 6년째다.
이 문제는 노‧사‧전 협의체를 통해 결론을 내기로 했고, 논의 결과 석탄취급설비 운전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대상에 포함된다는 결론이 도출되면서 시장을 80%가량 점유한 한전산업개발을 공기업화하는 것으로 정해졌다. 다만 석탄취급설비 정비 등 발전경상정비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으로 방향이 정해졌다.
노‧사‧전 협의체는 2021년 2월 22일 제9차 회의를 열어 고용안정과 처우개선 등을 골자로 한 합의문에 서명하면서 사실상 방향이 잡혔다.
이 합의문에 포함된 핵심 내용을 살펴보면 근로자 고용안정을 위해 계약 기간을 기존 3년에서 6년으로 확대되는 한편 입찰 결과 사업자가 변경된다면 새로운 사업자는 근로자 잔류 여부를 반영해 고용을 승계해야 하고 잔류하는 근로자에게 경제적 불이익을 주지 못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합의문에 포함된 고용 승계는 전적으로 근로자가 결정하는 구조다. 사업자가 바뀌게 된다면 근로자는 새로운 회사에 옮겨 잔류하거나 기존의 회사로 돌아갈 것인지를 결정하게 된다. 그러면 사업자는 이들의 결정을 무조건 따라야 한다.
발전공기업이 발전경상정비 입찰을 재개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고용 승계가 손꼽히고 있다. 그나마 정권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이란 명분으로 정부가 나서면서 어떻게든 매듭될 여지가 있었으나 정권교체와 함께 이 정책이 동력을 잃으면서 이러지도 저라지도 못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이렇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이 강한 드라이브를 걸 때도 정부나 발전공기업은 입찰을 재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노·사·전 협의체 합의에 따라 정부와 발전공기업은 즉시 입찰 재개를 위한 행보에 돌입했으나 끝내 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그리고 정권이 교체되면서 발전경상정비 입찰 재개는 더 어렵게 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나 발전공기업이 대안을 찾겠다는 답변을 하나 쉽게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면서 근본적인 원인으로 고용 승계를 손꼽았다.
먼저 고용 승계를 반영한 발전경상정비 입찰을 재개한다면 공기업인 한전KPS가 사실상 입찰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현재 발전경상정비 시장에서 한전KPS는 대용량 터빈 등 일부 사업에 대한 수의계약 물량이고 나머지는 입찰을 통해 사업자가 선정된다.
한전KPS가 입찰을 통해 사업을 수주한다면 현장 근로자가 모두 한전KPS로 자리를 옮길 가능성이 크고 그렇게 되면 한전KPS는 이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한다. 반대로 한전KPS가 수행하던 사업이 입찰에서 다른 기업에 빼앗기면 현장 근로자 모두 한전KPS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들은 그대로 남는 인력이 되는 한편으로 새로운 사업자는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이다.
한전KPS가 정원을 정부로부터 받아야 하는 탓에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발전경상정비 입찰을 정상적으로 재개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입찰 재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만 대안으로 한전KPS 물량과 민간 발전정비업계 물량을 구분해서 한전KPS 물량은 수의계약으로 진행하되 민간 발전정비업계 물량은 입찰을 통해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손꼽히고 있으나 수의계약 물량과 입찰 물량을 어떻게 결정하느냐는 또 다른 난제 중 하나로 손꼽힌다.
특히 이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발전경상정비 입찰이 정상적으로 재개되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 6년간 계약이 6개월이나 3개월씩 계속 연장되는 과정에서 입찰환경이 바뀌어서 그렇다. 종합심사제도 대상이 강화되고 계약 기간이 3년에서 6년으로 늘어나면서 발전경상정비 입찰이 적격심사제도에서 종합심사제도로 전환된 것이다.
기존 제도인 적격심사제도는 기준선 이상 구간에서 최저가격을 적어 낸 기업 적합성 여부를 발주처에서 판단해 최종낙찰자를 선정하는 방식이라면 종합심사제도는 공사수행 능력을 바탕으로 산정한 점수 등을 바탕으로 부여한 점수를 합산해 발주처가 최종낙찰자를 선정하는 것으로 진행된다.
종합심사제도는 인력을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인력을 구성해야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한층 까다로워진 요건을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종합심사제도로 입찰이 재개된다면 현재 인력을 고려하면 전문인력이 부족한 상황에 놓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현재 근로자 경력을 모두 합치더라도 종합심사제도 조건을 맞출 수 없다는 것인데 일부 현장은 인력 부족으로 사업을 수행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다.
종합심사제도 전환에 따른 이 같은 문제와 함께 고용 승계가 더해지면서 민간 발전정비업계는 인력을 구성하지 못해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입찰을 진행해 사업자가 바뀌지 않는다면 문제는 덜할 수 있겠지만 사업자가 바뀐다면 상황이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한 기업이 종합심사제도에 맞춰 인력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해서 이 사업을 수주했다면 이미 구성한 인력을 현장에 투입하게 되는데 이때 현장에 근무하던 인력이 잔류를 희망한다면 이 인력은 남는 인력이 된다. 입찰에 참여하는 기업은 현장 근로자 잔류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어 그렇다.
물론 종합심사제도를 수정해 입찰기준을 정하더라도 고용 승계 문제는 그대로 남을 수밖에 없다. 기존 현장 근로자에 대한 잔류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 상황에서 기업은 입찰을 준비할 수 없고, 사업 준비과정에서도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폐지를 앞둔 사업이 입찰이 나왔을 때 민간 발전정비업계는 외면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사업이 종료되면 현장 근로자는 고스란히 남는 인력이 되기 때문에 그렇다.
결론적으로 가뜩이나 종합심사제도 전환과 노후 석탄발전 폐지 등의 영향을 받아 발전경상정비 입찰 재개가 힘든 가운데 고용 승계까지 겹치면서 진퇴양난의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업계는 입을 모았다.
이뿐만 아니라 정부나 발전공기업이 민간 발전정비업계에 고용 승계를 강요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노·사·전 협의체 논의에 민간 발전정비업계는 배제됐기 때문이다. 당시 업계는 노·사·전 협의체 논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요청을 했으나 정부와 발전공기업은 이를 받아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다.
그러면서 일부 민간 발전정비업체는 이미 업종을 전환하거나 사업 다각화를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발전경상정비 입찰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