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 불구 양수발전 보급 계속돼야 하는 이유?
정권교체 불구 양수발전 보급 계속돼야 하는 이유?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23.05.10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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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 탄소중립 시대! 불변의 진리 ‘양수발전’ … ①
경직성 자원 보급 따른 계통부담 덜어주는 최적의 유연성 자원
출력제어 문제 근본적인 해결과 함께 SMP 낮추는 역학도 가능
탄소중립 가까워질수록 수요 급증…낮은 경제성 걸림돌로 지적
청평양수 상부저수지 전경.
청평양수 상부저수지 전경.

【에너지타임즈】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에너지정책은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탄소중립을 위한 방향은 크게 바뀐 것이 없지만 수단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전임 정부에서 재생에너지가 중심이 됐다면 현 정부에서 원전이 중심에 섰기 때문이다.

미래 에너지정책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을 앞두고 일각을 중심으로 만성적인 적자 발전소로 손꼽히는 양수발전 건설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정권이 교체되면서 재생에너지 대신 원전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양수발전을 더 건설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이 이유다. 이 같은 주장이 나온 배경을 살펴보면 정부와 한수원이 양수발전 건설 필요성을 어필할 때 재생에너지 간헐성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이라는 홍보를 해왔기 때문에 그렇다. 그래서 이 같은 주장이 나온 것이다.

그렇다면 원전 중심의 에너지 전환이 추진된다면 양수발전은 필요 없을까. 그렇지 않다. 양수발전은 재생에너지 등 특정 발전원 보급에 맞춰 필요한 것이 아니라 전력계통에 재생에너지와 원전 등 경직성 자원이 많아지면 전력계통에 부담이 커지는데 이때 이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유연성 자원이 필요하고, 양수발전은 대표적인 유연성 자원 중 하나다.

이 같은 이유에서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재생에너지 보급은 불가피하고 원전 가동률이 높아져도 유연성 자원은 필요한 것이다. 물론 ESS란 대안이 있기는 하지만 용량이 제한적이란 단점을 안고 있다.

양수발전은 경직성 자원인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가 불가피해서 신규 수요가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게다가 전기요금 인상 요인을 낮추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실제로 제주지역 출력제어가 되지 않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출력제어 문제로 불거지면서 오래전부터 골칫거리였다. 이 문제는 육지에서도 불거지면서 전력계통에 부담을 주고 있다.

그런데 제주에 양수발전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출력제어 문제는 불거지지도 않았을 것이고 제주에 추가로 재생에너지를 보급할 수 있는 여력도 생겼을 것이다.

육지에 양수발전이 더 보강됐다면 어땠을까. 출력제어 문제를 해결하는 한편 전기요금 인상 요인을 조금이나마 낮출 수 있었을 것이다.

지난 4월 육지에서 SMP가 가장 높았던 날은 지난달 18일로 가중평균이 kWh당 178.78원이었다. 이를 기준으로 출력제어 문제가 발생했다면 재생에너지 발전을 위해 원전의 출력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고, 178.78원에 정산받는 재생에너지 발전을 위해 발전단가가 kWh당 30원 수준인 원전의 출력을 줄여서 그렇다.

그래서 양수발전 수요는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 최초로 건설된 양수발전은 청평 양수발전이다. 1978년 4월 우리나라 최초의 상용 원전인 고리원전 1호기가 준공됐고, 이듬해인 1979년 10월 청평 양수발전이 준공됐다. 겉으로 보면 원전이 건설되면서 양수발전이 건설된 것으로 보이지만 큰 시각에서 보면 우리가 양수발전을 건설하게 된 배경은 출력 조절이 되지 않는 경직성 자원이 전력계통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당시 우리나라에 건설돼 운영되던 발전원은 중유발전과 수력발전이었다. 출력 조절이 가능한 유연성 자원이 주를 이룬 것인데 정부는 오일쇼크 등을 겪으면서 발전원 다변화를 추진하게 됐고, 이때 중유발전을 대체할 발전원으로 원전과 석탄발전 등이 대거 건설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전력계통은 부담을 안게 됐고 이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양수발전을 건설하기 시작한 것이다.

양수발전은 수력발전을 진화시킨 발전원이다. 낙차를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수력발전은 유연성 자원으로서 역할이 가능하나 물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이를 보완한 것이 양수발전이다.

상·하부 저수지의 물을 오가면서 양수도 하고 발전도 하는 양수발전은 수요와 공급을 동시에 가능하게 하는 유일한 발전원이다. 그래서 전력계통에서 수요로 주파수를 맞출 수 있고 공급으로 주파수를 맞출 수 있는 것이다.

원전 보급이 확대되고 석탄발전 보급이 확대되면서 양수발전은 두 가지 측면에서 역할을 하고 있다. 하나는 경직성 자원이 대거 전력계통에 들어오면서 야간에 전력이 남게 되는데 이때 양수발전은 양수를 통해 남는 전력을 소비하면서 주파수를 맞춘다. 또 다른 하나는 대형 발전원 불시 고장으로 인한 공급능력 탈락에 따른 대안이 된다는 것이다. 기동시간이 3분 남짓이기 때문이다. 양수발전 다음으로 기동시간이 빠른 가스발전도 7분 이상이 걸린다.

양수발전은 원전과 석탄발전 보급 확대와 함께 확대 보급됐다. 현재 국내에서 운영 중인 양수발전은 ▲청평 양수발전(발전설비용량 400MW, 준공연도 1980년) ▲삼랑진 양수발전(600MW, 1985년) ▲무주 양수발전(600MW, 1995년) ▲산청 양수발전(700MW, 2001년) ▲양양 양수발전(1000MW, 2006년) ▲청송 양수발전(600MW, 2006년) ▲예천 양수발전(800MW, 2012년) 등이다. 발전설비용량이 4.7GW에 달하고 전체 발전설비용량 중 3.4%를 점유하고 있다.

2012년 예천 양수발전 건설을 끝으로 신규 양수발전 건설은 없게 된다. 이유는 유연성 자원인 가스복합발전 보급이 확대되면서 신규 양수발전 수요가 없어진 것이다.

한수원 예천양수 하부댐 전경.
한수원 예천양수 하부댐 전경.

그런데 전임 정부가 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는 정책을 폈고 경직성 자원이 전력계통에 대거 들어오면서 제주를 시작으로 출력제한 문제가 불거지게 됐고, 지금은 육지에서 출력제한 문제가 불거지면서 신규 양수발전 수요가 발생하게 됐다.

그러면서 정부는 10년 만에 신규 양수발전 건설을 추진하게 되고, 한수원은 현재 홍천·포천·영동 양수발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게다가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2036년까지 1.75GW에 달하는 신규 양수발전 건설 계획이 반영된 상태다.

그런데 문제는 신규 양수발전 수요에 맞춰 발전소 건설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전력시장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면서 적자 발전소가 됐기 때문이다. 2011년 한수원을 제외한 발전공기업에 분산돼 있던 양수발전이 한수원으로 일원화되면서 양수발전은 적자 발전소가 됐다.

발전공기업에 분산돼 있던 양수발전은 전략적 입찰을 통해 수익을 냈으나 감사원은 양수발전의 전략적 입찰이 SMP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하자 정부는 발전공기업에 분산돼 있던 양수발전은 한수원으로 일원화시켰다. 한수원은 발전단가가 저렴한 원전을 운영하는 사업자이자 수력발전을 운영하는 사업자여서 일원화된 측면도 있다.

한수원은 자사에서 운영하는 발전설비가 흑자가 나든 적자가 나든 간에 정산보전계수를 적용해 일정 수준에서 정산을 받기 때문에 양수발전이 적자가 나도 자사 경영실적에는 크게 영향을 주지 않았다.

다만 양수발전이 적자 발전소로 전락한 뒤 신규 양수발전 건설이 없었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으나 신규 양수발전 건설이 본격화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신규 양수발전 건설과정에서 경제성이 뒤를 받쳐주지 못하자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지 못한 것이다.

신규 양수발전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양수발전 경제성 문제는 신규 양수발전 건설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고, 대형 양수발전보다 경제성이 더 떨어지는 소형 양수발전 보급도 쉽잖을 것으로 보인다.

소형 양수발전은 태양광발전 등 재생에너지가 집중된 지역에 건설된다면 송전선로 건설을 회피할 수 있고,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양수한 뒤 RE100 기업에 공급한다면 기업의 RE100 달성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신규 양수발전 수요가 늘어나면서 국산화 기회가 찾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양수발전 시장을 예측할 수 있는 확실한 신호를 주지 못하면서 기업의 양수발전 국산화 투자를 유도하지 못하는 점도 문제점으로 손꼽힌다.

본지는 창간 15주년을 맞아 탄소중립 시대를 앞두고 전력계통에서 양수발전 역할과 함께 양수발전 건설·운영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를 짚어보는 한편 새로운 양수발전 시장에 대비한 산업 생태계 조성 필요성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삼랑진양수태양광발전단지 전경.
삼랑진양수태양광발전단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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