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가스료 유보…더 큰 부담 VS 충분히 부담
전기·가스료 유보…더 큰 부담 VS 충분히 부담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23.04.04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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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평가된 전기·가스료 더 큰 비용 부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
추가 전기·가스료 인상된다면 소상공인 영업 지속 불가능 우려
서울 시내 한 다세대주택 우편함에 전기요금 고지서가 꽂혀 있다.
서울 시내 한 다세대주택 우편함에 전기요금 고지서가 꽂혀 있다.

【에너지타임즈】 정부가 2/4분기 전기·가스요금 조정을 유보하기로 한 가운데 원가 급등에도 불구하고 요금을 동결한다면 또 다른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주장과 함께 현재도 충분히 부담이 크다면서 인상 폭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렸다.

산업통상자원부·기획재정부 등 정부는 전기·가스요금 조정과 관련한 각계각층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4일 한국재정정보원(서울 중구 소재)에서 국민경제·사용자·공급자·금융시장 등 전기·가스요금 인상과 관련된 다양한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개최했다.

전기·가스요금 조정 유보는 더 큰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물가 상승 등 국민 부담을 이유로 전기·가스요금을 동결한다면 에너지 부문 공급 안정성 저해와 자원배분 비효율성 증가, 경제 전반의 자금조달 문제 등 큰 비용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유가는 연초 하락했다가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결정으로 배럴당 80달러로 다시 상승하는 등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확대 중이라고 이 선임연구위원은 설명했다.

또 그는 천연가스에 대해서도 수요 예측이 불확실함에 따라 투자 감소가 나타나 2026년 큰 물량이 공급될 때까지 수급이 어려운 동시에 변동성이 커지는 한편 중국·유럽의 수요 변동성이 우리 가스 가격에 취약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김윤경 이화여대 교수는 에너지기업이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체제를 구비하고 공공서비스 지속 가능성 유지를 위한 건전성 회복이 필요하다고 언급하면서 저렴한 에너지 요금 수준은 소비자에게 해당 에너지를 더 사용할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제공하면서 손실이 커지는 구조로 연결돼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현재도 충분히 부담이 크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김기홍 소상공인연합회 감사는 현재 전기·가스요금이 이미 소상공인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인상돼 있다고 지적하면서 추가로 전기·가스요금이 인상된다면 영업 지속이 불가능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 달 임대료도 1년에 5% 이상 인상할 수 없는데 전기요금은 인상 폭이 너무 커 임대료보다 더 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현행 전기·가스요금 체계는 소상공인 부담이 과중한 구조임을 고려해 요금체계 개편과 함께 소상공인을 지원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유미화 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는 지난 1년간 네 번이나 전기·가스요금 조정으로 가계 부담이 가중된 상황이라면서 고물가 시대에 전기·가스요금 인상은 연쇄적인 물가 상승을 유발할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어 유 대표는 전기·가스요금 인상 시 인상 폭과 시기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소비자를 설득할 필요가 있고 에너지 수요 감소를 위해 전기·가스요금 인상 이외에도 전기·가스 사용 절감 시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자현 한국개발연구원 부장은 지난해 기록적으로 급변한 국제 에너지 가격을 국내 에너지 가격에 즉시 반영한다면 실물경제 변동성 확대와 민생경제에 큰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크면 급격한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을 국내 엔지 가격에 단계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고, 단계적 반영과 연동제 조정 등에 대한 명확한 규칙이 있으면 자의적 운용을 피하는 것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뿐만 아니라 이 자리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김창식 한국에너지공단 수요정책실장은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93%에 이르고 최근 에너지 가격 폭등에 따른 에너지 수입액 증가로 국민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정부는 2027년까지 에너지효율 25%를 개선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하고 정책을 추진 중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김 실장은 에너지 수요 감축을 위해 적정한 가격정책과 투자 유도를 위한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가격정책에 따른 취약계층 등에 대한 대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올해 한전채 발행 여건은 전년 대비 큰 폭으로 개선돼 발행 규모가 소폭 확대되더라도 현재 수준의 금리에서 무리 없이 발행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그는 이를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국내외 금융시장 안정세란 점과 1/4분기 한전채 수급 부담이 크지 않은 점, 기관·개인 투자자의 한전채 적극 매수 등이 손꼽혔다. 다만 발행 규모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확대되고 대외불확실성이 다시 커지면 채권시장 변동성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전문위원은 전기요금 인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한전 적자 탈피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장 내 사채발행한도 여력 축소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한편 당정은 지난달 31일 당정협의회에서 전기·가스요금 조정방안을 협의한 결과 국민의 부담 최소화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겠다는 원칙을 재확인하고 앞으로 더 논의를 거쳐 결정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사실상 전기‧가스요금이 동결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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