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방폐물 기금! 주인 없는 돈 아니다
[사설] 방폐물 기금! 주인 없는 돈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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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10.27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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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타임즈】 원전이 가동되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고준위 방폐물을 처분할 수 있는 시발점이 될 특별법이 제정이 시급한 가운데 야당이 1건, 여당이 2건을 발의하는 등 모두 3개 특별법(안)이 발의돼 있다. 현재까지 발의된 3개 특별법이 조율과정을 거치면서 최종안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9월 김성환 의원(더불어민주당), 지난 8월 국민의힘 소속 이인선·김영식 의원이 각각 발의한 바 있다. 현재 발의된 3개 특별법 조율과정에서 탈원전이냐와 친원전이냐는 것과 함께 사용 후 발생한 연료를 새로운 연료로 보느냐와 폐기물로 보느냐가 쟁점으로 손꼽힌다. 또 조율과정에서 여소야대란 정국도 논쟁의 중심에 설 것으로 보인다.

김성환 특별법은 원전 내 고준위 방폐물 저장량을 설계수명 기간에 발생한 것으로 제한하고 있어 수명연장에 따른 고준위 방폐물을 처분할 수 없도록 명시하는 등 전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반영하고 있다.

이인선·김영식 특별법은 원전이 폐쇄할 때까지 저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수명연장을 고려한 현 정부의 친원전 정책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래서 탈원전 정책이냐와 친원전 정책이냐로 갈등 양상이 전개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현 정부가 친원전 정책으로 방향을 정했다는 점은 여당이 절대 양보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또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도 탈원전 정책을 뒤집는 것이기 때문에 양보가 쉽잖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다른 쟁점은 사용한 핵연료를 폐기물로 보느냐와 연료로 보느냐가 손꼽힌다. 이인선 특별법은 폐기물로 보고 있고 김영식 특별법은 연료로 보고 있어 그렇다.

이들의 이력을 살펴보면 이들이 왜 색깔이 다른 특별법을 발의하게 됐는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인선 의원은 국회 산업위 소속으로 경북도 경제부지사를 지냈으며, 경주 방폐장 건설에 직접 관여한 이력을 갖고 있다. 김영식 의원은 국회 과방위 소속으로 원자력연구원에서 근무한 이력을 갖고 있다.

따라서 이인선 특별법은 고준위 방폐물을 폐기물로 보는 산업부, 김영식 특별법은 연료로 보는 과기부 입장을 각각 반영했다고 정리를 할 수 있다.

특히 이인선 특별법은 방사성폐기물관리 기금을 방사성폐기물 관리법에 근거해서 사용하도록 못 박고 있으나 김영식 특별법은 이에 더해 원자력진흥법에 의거 원자력 연구개발 계정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영식 특별법은 파이로프로세싱 기술개발에 이 기금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파이로프로세싱과 관련된 논쟁은 실제로 고준위 방폐물을 줄일 수 있느냐와 실현 가능성이 있느냐 등이 손꼽힌다.

고준위 방폐물 발생 현황을 살펴보면 천연우라늄을 사용하는 월성원전에서 발생하는 고준위 방폐물은 전체 발생량 절반을 차지하는데 파이로프로세싱으로 처리할 수 없다.

또 파이로프로세싱이 개발되더라도 실제로 활용되지 못할 수도 있다. 한-미 원자력 협정이 개정돼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다. 파이로프로세싱으로 추출된 혼합물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어 미국에서 협력하지 않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보면 김영식 특별법은 파이로프로세싱 연구개발에 방폐물 기금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인데 전임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파이로프로세싱 예산이 줄어든 것이 원인이 됐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다만 방폐물 기금을 파이로프로세싱 연구개발 예산으로 활용하자는 것은 기금 성격에 맞지 않는 과한 욕심일 수 있다. 통상적으로 기금은 어떤 목적을 위해 적립하거나 준비해 두는 자금이다. 방폐물 기금도 원전이 가동되면서 발생한 고준위 방폐물을 관리할 목적으로 조성된 재원이다.

그래서 이 기금은 고준위 방폐물을 연료가 아닌 폐기물을 처리한다는 목적으로 조성됐다. 이 때문에 방폐물 기금은 온전하게 방폐물 관리에 사용돼야 한다.

여야를 떠나, 탈원전과 친원전을 떠나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 수립은 시급하다. 목적에 맞지 않는 기금 집행은 결국 괜한 논란을 일으킬 수 있고,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 수립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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